태영호 의원이 22일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태영호 의원(강남 갑, 국민의 힘, 59)이 워싱턴에 왔다. 주영 공사를 지낸 북한의 외교관 출신이다.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그는 2020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의정활동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유튜브 방송을 개설해 특유의 입담과 지혜, 통찰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자신의 정치활동을 홍보해오고 있다. 이준석 당 대표 등과 함께 22일 방미한, 이 기발하고 진중한 망명 국회의원을 만나 한국에서의 삶과 정치에 대한 진솔한 생각, 한반도 문제에 대한 탁견을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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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주의는 부딪히고 싸우면서 발전
이번 대선에서는 경제 살리는 대통령 필요
北, 수구 세대 퇴진하고 소장파 권력 잡을 것
한국 군대의 기강해이 심각한 수준
-미국 방문은 처음인가, ‘미제의 나라’에 온 소감은?
▲개인적으로 두 번 왔고 이번이 세 번째 방문이다. 그동안 가명을 썼던 만큼 본명으로 된 여권을 발급받아 미국에 온 것은 처음이다. 이번 방미를 위해 대한민국 외교관 여권을 발급받았다. 남북 외교관 여권을 모두 사용한 사람은 내가 처음일 것이다.
-당 대표를 비롯한 중량급으로 꾸려진 이번 방미의 목적은 뭔가. 대선을 앞두고 미 정관계의 여론 탐색인가?
▲재외국민 유권자는 214만명에 달한다. 그간 재외선거 결과를 보면 보수당(국민의힘)이 열세였다. 홍보도 부족했지만 투표율이 저조한 것도 문제다. 내년 대선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선거다. 이번 방미를 통해 한인들과 만나 이러한 점을 알리고 투표 참여를 당부할 예정이다.
-짧은 기간에 한국 정치에 완벽히 적응한 듯 보인다. 비결이 있나?
▲나이는 59세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어린이일 뿐이다. 초보 정치인으로서 많이 배우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초보이기 때문에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당연한 것도 다시 보게 되고 문제가 있다면 바로 잡고자 했던 것이 주목을 받는 것 같다.
-여야 대선 경선이 한창이다. 음모와 배신, 모략과 중상이 판치는 느낌이다. 놀랍지 않느냐?
▲새삼 북한과 전혀 다른 체제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지역구 주민들은 협치를 당부하지만 국회 상임위에서 싸우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행정 권력에 대한 견제이며 결과적으로 정치발전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껏 겪은 한국의 정당 시스템과 작동원리는 효율적이고 민주적인가?
▲정치권력은 매우 위험하다. 때문에 야당의 견제는 필수적이다. 북한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견제의 역할을 새롭게 배웠다. 자유민주주의는 부딪히고 싸우며 다이나믹하게 발전한다. 견제와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권력은 썩기 마련이다.
-다음 대통령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분배에 치우쳐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분배도 성장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은 아직 시기상조다.
또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금 한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는 모두 2천만원의 빚을 안고 태어난다고 한다. 막대한 국가부채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만큼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
국민연금도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한국 정치권과 국민들이 좌우 이념 대립 프레임에 갇혀 있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예상되는 ‘거리의 정치’가 한국의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며 해법은 없나?
▲한국의 정보통신기술은 놀랍다. 스마트 폰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빠르게 확산된다. 그러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있고 그들은 의무보다 권리만 앞세우고 있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남발되는 무책임한 공약은 안타깝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지만 언제까지 재난지원금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국가의 미래를 도모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의 대안이 없어 아쉽다.
-2016년 한국에 망명 와서 가장 놀란 건 뭔가?
▲북한 외교관으로서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다른 누구보다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으나 정작 한국에 와서 보니 놀랄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스마트 폰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데 놀랐다. 인터넷 속도도 빠르고 음식 배달부터 다양한 서비스 등 온라인 기반 산업들이 기대 이상으로 활성화 돼 있었다.
또한 경제 관련 용어는 한국에서 5년 정도 살았지만 여전히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주식이나 비트코인, 부동산 문제 등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한국은 가까이서 보면 모순투성이다. 이런 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게 있다면?
▲북한과 비교해 한국 군대의 기강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무장한 군대가 대립하고 있는 분단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안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흔히 망명자의 삶은 외롭고 불안하다고 한다. 어떤가?
▲한국에서는 흔히 학연, 지연, 혈연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이 가운데 하나도 없다. 국회의원으로서 바쁜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외로울 시간이 없다.
-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중국을 포함한 종전선언을 제의했다.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나. 어떻게 평가하나?
▲실현 불가능한 제안일 뿐이다. 한국은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기대하지만 북한은 종전선언과 핵은 별개의 문제로 생각한다. 서로의 생각이 다른데 어떻게 합의할 수 있겠는가.
종전선언이 이루어질 경우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될 것이고 이는 과연 누구에게 이로운 일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게 되면 미국과의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결국 종전선언의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만 확인하게 될 것이다.
-남과 북의 정치와 삶을 모두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평화통일의 방법론은 뭔가? 새로운 길이 있나?
▲통일의 방법은 생리적 변화다. 김정은 집권 이후 세대교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공산주의 체제는 단번에 혁명을 통해 변혁되기는 힘들다. 그러나 역사는 세대교체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것이 시도되고 개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바뀌기 마련이다.
북한에서도 수구와 이념은 퇴진하고 실용을 중시하는 소장파가 점차 권력을 잡게 되는 생리적 변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
<대담 이종국 편집국장, 정리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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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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