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짚신 장수가 한 명 있었다. 장터에 나가 짚신을 판다. 다른 장수들은 다 못 팔고 집에 와도 이 사람은 항상 ‘완판’이다. 품질이 그만큼 좋은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따라갈 수 없었다.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제조 비법을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자신의 핵심 역량을 공개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큰아들이 그 비결을 몰래 알려고 하다가 경을 친 적도 있었다. 곰탕 제조 비법을 가진 셰프가 마지막으로 국물을 만들 때는 다들 잠든 새벽에 혼자 부엌에서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콜라 제조 비법도 절대 비밀이다. 그러나 사람이 영원히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죽기 직전 “아버님, 비법이 무엇입니까” 하고 아들이 물어본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손으로 방바닥을 문지른다. “무슨 뜻인지요.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미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된 아버지 짚신 장수는 계속 방바닥만 문지른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만 반복된다. 그러다가 그 비법은 결국 전수가 되지 못하고 만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 순간에 이 짚신 장수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들아, 내 것은 다른 사람들 것보다 훨씬 부드럽다. 그렇게 만들려면 마지막에 짚신을 손에 끼고 방바닥에 몇 번이고 문질러야 돼. 손이 닿도록 문질러라.” 제품 품질 관리에는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마지막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다. 후계자 양성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평소에 리더를 키워야 한다. 최고의 리더는 어떤 리더일까. 아니 최악의 리더부터 말해보자. 리더 중에는 자신의 부하와 경쟁하는 리더가 있다. ‘네가 내 자리를 넘봐.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리더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여러 노하우를 부하에게 전수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만 한다. “요즘 젊은것들은 배울 생각을 안 하는 거 같아. 내가 뭐라고 말만 하면 ‘라떼 이즈 호스’라고 되받아치지. 그러니 내가 가르쳐 줄 수가 있나.” 항상 남 탓만 한다. 최고의 리더는 부하를 리더로 키워주는 리더다. 자신이 갖고 있는 필살기를 다 알려준다. 이런 리더 밑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왜? 그 밑에 가면 리더로 성장할 테니까.
사람을 뽑을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A급 인재를 선발하면 그 사람은 후임도 반드시 A급으로 데려온다. 자신보다 훨씬 못한 부하를 데리고 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의 팀을 1급으로 채워놓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리더의 그릇 크기는 자신보다 똑똑한 부하를 몇 명 두고 있는가 보면 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하는 말이다. 반면에 B급 인재를 선발하면 그 뒤로 그 조직의 미래는 암울하다. B급은 자신보다 더 똑똑한 A급을 후임자로 절대 데려오지 않는다. 왜? 자신이 능력 없는 존재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 죽기보다 싫기 때문이다. 어떤 대학 총장이 재임 시 대단한 업적을 쌓았다. 누가 봐도 정말 눈부신, 가시적 단기 성과를 이뤘다. 그런데 그 총장이 퇴임하고 난 직후 그 대학 서열이 뚝 떨어진다. 왜 그럴까. 자신의 업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빚을 잔뜩 졌기 때문이다. 후임 총장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해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리더는 에너지가 넘쳐야 한다. 그렇다고 요란을 떨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자기 일을 묵묵히 하면서 롤 모델이 되는 것도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가 남의 기운을 다 뺏는 데 자신의 에너지를 쓰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를 충전시켜줘야 한다. 미국에서 요즘 한참 잘나가는 회사는 사람을 뽑을 때 면접에서 이렇게 물어본다. “당신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성공하게 만드는가.” 한 번밖에 없는 내 삶에서 내가 성공하고 말고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내 주변의 사람들을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살신성인하라는 말이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자식이 성공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지 않는 부모가 있겠는가. 끝이 좋으면 다 좋다. 그러려면 평소에 다른 사람을 성공하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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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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