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환 반대 64% 압도적 승리...찬성 36%
▶ 베이지역 9개 카운티 유임 지지...래리 엘더 지지율 47% 당선 좌절
64% 소환 반대 득표율을 얻은 개빈 뉴섬은 주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18년만에 공화당 주도로 다시 열린 주지사 소환 선거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압도적 반대로 좌절됐다. 뉴섬 주지사가 소환선거가 끝난 14일밤 새크라멘토에 있는 가주 민주당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섬은 이 자리에서 이번 선거는 과학과 백신, 팬데믹 종식을 두고 다툰 싸움이었다면서 유권자들이 민주당 주도의 정책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민소환 투표에서 낙마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를 거둬 주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지난 14일 가주 전역에서 개빈 뉴섬 주지사 소환선거가 주전역에서 일제히 치러진 가운데, 이날 오후 8시 마감된 소환선거에서 주전역 유권자 2천200만명의 40%에 달하는 870만명이 우편투표와 사전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반대 63.9%(584만283표) 찬성 36.1%(329만7천145표)로 뉴섬 주지사의 유임이 확정됐다(15일 오후 12시 개표율 70% 기준). 민주당 텃밭인 가주 유권자들이 뉴섬 주지사의 유임에 압도적으로 투표함에 따라 코로나19 봉쇄와 마스크 의무화 조치 등으로 촉발된 공화당의 주지사 소환 시도를 물리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섬 주지사는 14일 밤 새크라멘토에서 승리 연설을 하고 "수백만 명의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이번 투표에서) 우리는 과학과 백신, 이 팬데믹 사태를 종식한다는 데 대해 '예'라고 답했다"고 자평했다. 이날 민주당 당사에서는 승리를 자축하는 음악이 울려퍼졌다.
가주 카운티별 투표결과를 살펴보면 베이지역과 남가주 등 해안을 따라 펼쳐진 주요 대도시들에서는 소환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반면 샤스타, 머독, 라센, 테하마 등 가주 북부 및 시골 내륙 지역에서는 반대표가 많거나 찬반 투표율이 비슷했다.
특히 베이지역은 9개 카운티 전역에서 주지사 소환 반대 목소리가 우세했는데 SF는 소환 찬성 13.3%(3만5천571표), 반대 86.7%(23만1천861표)로 반대표가 7배나 많은 압도적인 승리를 보였다. 알라메다 카운티는 찬성 17.5%(6만716표), 반대 82.5%(28만7천14표)였으며 산타클라라 카운티 역시 찬성 24.1%(11만6천687표), 반대 75.9%(36만7천471표)로 뉴섬 주지사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훨씬 컸다.
그외 산마테오, 콘트라코스타, 나파, 소노마 등 나머지 카운티들에서도 반대표가 찬성표를 압도적으로 앞지르는 개표결과가 나타났으며, 솔라노 카운티는 찬성 35.7%(4만2천336표), 반대 64.3%(7만6천235표)로 찬반 격차가 베이지역에서 가장 적었으나 여전히 주지사 유임을 원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이날 선거에서는 개빈 뉴섬 주지사가 낙마할 경우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지를 가르는 투표도 진행됐는데 공화당 강경보수로 알려진 흑인 래리 엘더 후보가 46.93%(237만3천551표)로 다른 후보들을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는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며 기후 변화와 최저임금 등 민주당 주도 아젠다의 대척점에 서며 열혈 지지층을 구축했다. 그러나 뉴섬 주지사가 유임에 성공하면서 공화당을 결집해 새로운 주지사로 떠오르려던 그의 당선 꿈은 좌절됐다. 46명의 후보가 뉴섬 주지사의 자리를 노렸으나 래리 엘더 외 몇 명만 유권자의 관심을 받았다. 공화당 유권자들은 그레이 데이비스(민주) 가주 주지사를 영화배우 출신의 아놀드 슈워제네거(공화)로 교체한 2003년 소환 선거의 승리를 재연하려 했으나 좌절됐다.
뉴섬은 미 역사상 두번째로 리콜(소환)을 물리친 주지사가 되었으며 전국 민주당 정치에서도 입지를 공고히하고 차기 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유지했다. 공화당의 위스콘신 주지사인 스캇 워커는 2012년 소환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번 소환 투표는 작년 11월 대선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치러져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캘리포니아가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고 뉴섬 주지사가 코로나19 방역 수칙과 관련한 '아전인수' 논란으로 여론의 따가운 비판을 받은 끝에 소환 투표라는 심판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집권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에서 민주당 소속의 현 주지사를 겨냥한 소환투표가 실시된다는 점 때문에 정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은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이번 소환 투표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특히 강경 공화당 후보 래리 엘더가 부상하자 ‘흑인 트럼프’라는 프레임으로 공세를 강화하면서 민주당 유권자들의 결집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엘더 후보 측은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보와 유사하게 ‘사기 선거’ 음모론을 제기해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번 선거가 불필요한 소모적 선거라는 민주당 측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주민들의 가계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상대측이 2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주 전체 선거를 불필요하게 촉발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마크 곤잘레스 LA카운티 민주당협회장은 팬데믹 기간 안정화 정책과 주민 및 업주 지원책 등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주지사 소환 선거를 치러야 하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뉴섬 주지사를 소환하려는 공화당 주도의 시도는 패배로 끝났다면서 내년 중간선거의 풍향계로 여겨지는 이번 투표 결과가 전국적으로 민주당을 안심시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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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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