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영변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IAEA의 보고서는 미국이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평양의 계산을 반영한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며 이것이 필자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기 상황에서 실리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기 전에 임기 초반에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것을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는 수사적 표현에 불과해보이며 과거 하노이 회담을 무산시켰던 제재와 같은 강경 노선에 대한 진정성 있는 타협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바탕으로 북한 및 중국과의 외교적인 타결이 필요한 종전선언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이 어떻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장 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뜻을 밝힌 적이 아직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20년 전쟁을 끝내기 위해 기득권층을 등진 아프가니스탄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더욱 협력적인 길을 모색하는데 절박하지 않다고 믿는 듯하다. 특별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현 상황이 상당히 힘든 가운데, 북한이 이런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는 점은 이해할 만 하지만 그것이 결코 불가피한 것은 아니었다.
위험한 대치상황과 계산 착오로 이어질 수 있는 예상되는 긴장 고조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워싱턴과 평양의 위정자들은 “과연 우리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하는 간단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워싱턴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의 비핵화를 제외하고는 장기적인 전략을 찾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우선 비핵화를 실현하고 검증하는 데 몇년, 더 나아가서 수십 년까지 걸릴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궁극적인 비핵화로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것과 같은 오랜 정치적 문제를 우선시하는 단계적 과정보다는 당면한 핵무기 이슈에 있어 사실상 북한의 협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한다.
미국과 접근하는데 있어 근시안적인 사고방식은 북한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국의 여러 차례 대화 제안을 거절했고, 정전협정 68주년을 맞아 재개된 남북 간 핫라인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영변에 있는 주요 원자로를 조용히 재가동한 것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은 오직 두려움만이 미국인들을 움직여 새로운 것을 제안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핵화에 대한 협력의 대가로 말이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상대방에 대한 오래된 잘못된 인식을 타개하고 양국 관계에 대한 보다 건설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데 공통의 관심을 갖고 있다. 북한 문제의 진전을 향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공통된 이해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공통의 기반과 공통된 전망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어야 하고, 외세에 의해 과도하게 통제되거나, 한국인을 영원히 타국의 방어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비전은 외교와 신뢰를 필요로 하며, 한반도의 미래는 한국인 스스로 결정해야한다는 신념에 따라 이루어져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강대국 간 경쟁’은 대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뚜렷한 걸림돌이다. 비군사적 해결만이 상호 이해를 구축하고 북한과의 긴장을 완화하는 유일한 방법인 시기에 미국과 중국 간의 점증하는 적대적 관계는 미국의 국방비 증액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과도한 집착은 북한으로 하여금 이러한 역학관계를 부정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가령, 지난 8월6일 아세안 지역 포럼(ARF)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미 군사훈련이 “건설성을 결여한 것”이라며 미국에 북한과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로부터 3일 후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미국과 한국에 대해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을 언급하며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같은 강력한 발언은 한미연합 군사훈련 문제뿐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미군의 전투태세에 북한이 중국과 함께 미국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인들 사이에 심어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 이슈는 핵무기의 크기뿐 아니라 급변하는 세계에서 북한의 외교정책과 장기적 비전까지 엄밀히 검토하고 토론해야하는 복잡다단한 문제다. 한반도에서 우리의 장기적 목표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연시켜온 ‘최대 압박’, ‘전략적 인내’ 그리고 미국의 과거 실패한 정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IAEA 보고서를 경종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원문(https://responsiblestatecraft.org/2021/08/30/nokos-reaction-to-weak-washington-overtures-goes-nucl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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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리 퀸시 연구소 동아시아 선임연구원 KAPA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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