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회자가 된 것이 좋다.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기쁘다. 성도가 많지 않아서 좋고 소위 잘 나가는 성도들이 별로 없어서 오히려 감사하다. 성도가 많아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분들을 섬겨야 한다면 아마도 많은 갈등으로 힘들 것 같다. 한때 꽤 성도들이 모였을 때 사람들 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소외된 분들을 신경 쓰느라 탈진했던 경험이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준비해야 할 시간에 문제 해결에 전력하느라 힘이 들어 이러다가 나에게 큰 일 생기는 것 아니야 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하나를 얻으면 또 중요한 다른 하나를 잃는다. 바쁘고 여러 사람에게 치이면 나를 돌아볼 기회가 없게 된다. 반대로 목회자가 너무 할 일이 없으면 그것이 게으르게 만들고 스스로를 좀먹게 만든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나에게 맞게 적당한 때에 적당히 디자인 하신 것이다. 젊었을 때는 무조건 큰 꿈을 세우고 그것을 이루려 노력했었다. 그러나 아픔을 겪고 그것이 다가 아님을 깨달았을 때는 무기력에 헤매기도 했었다. 목회 30년이 되어서야 이제 조금 깨닫는다. 큰 꿈도 하나님이 이루시는 것이고 좌절도 하나님 손에 있다는 것을...... 그런다고 목회에 도가 튼 것도 아니다. 여전히 목회는 나에게 정답이 없다. 항상 어렵고 항상 긴장되고 항상 자책한다. 나는 이정도 밖에 못하는가?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안다. 지금의 나이에도 하나님께서 비전을 주시고 사명을 주신다면 온 몸을 다 던져 기쁨으로 그 일을 감당해야 된다는 것을.
나에게 몇 가지 주신 비전이 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하나님께서 하라고 주신 비전이다. 나는 그것을 이루고 싶다.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몇 가지 얻은 지혜가 있다. 하나님 말씀으로 주신 것이지만 실제로 그 말씀이 나에게 이렇게 적용되는 구나 깨닫게 된 것들이다. 나는 100세 되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을 좋아한다. 가식 없고 쉽게 쓴 글이 좋고 항상 낙관적 소망이 있어서 좋다.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 중에 “내가 살아보니 60세부터 75세 까지가 가장 두뇌가 명석하고 지혜롭더라.”라는 말씀이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가장 인생의 전성기가 아닌가? 물론 체력적으로는 3-40대와 도저히 견줄 수 없으나 적당히 건강만 유지할 수 있다면 모든 겪었던 인생의 경험이 하나의 지혜로 모아져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나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신다면 나는 그것을 하고 싶다.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일을 할 수 있느니라.” (빌 4:13)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저가 네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리로다.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하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시 37:4-6)
그동안 덥기도 했고 팬데믹으로 갇히기도 했으며 북가주 곳곳의 산불로 인한 탁한 공기 때문에 알러지 천식도 생겼지만 나는 아직 기본적인 건강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 다 되지 않았는가? 하나님 주신 비전이 있고 건강이 있고 지혜가 생겼다면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되지 않겠는가? 미래를 다 알고 나아가는 사람 누가 있겠는가? 아브라함은 하나님께 비전을 받았을 때 갈 바를 알지 못하고 나아갔다고 했다. 나에게 이정도 주셨다면 많이 보여주신 것이다. 지금도 주저한다면 장차 주님 앞에 서게 될 때에 무어라 변명할 것인가? 나는 목회자가 되지 않았다면 역사 선생이 되었을 것이다. 중 고등학교일지 대학교일지 모르지만. 나는 젊은 시절 일이 잘 안되면 내가 역사 선생을 해야 하는데 길을 잘못 들었나. 자책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길로 갔다면 지금보다 낫지 못했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진짜 역사는 하나님만이 쓰신다. 하나님께서 비전 주시고 지혜 주셔서 보람된 인생을 산다면 그것이 산 역사이다. 내 작은 머리로 역사를 공부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책을 낸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의미를 부여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신데. 나는 이제야 역사를 내려놓는다. 목회는 그 역사를 만드는 현장이다. 그러니 왜 기쁘지 않겠는가? 나는 목회가 좋다.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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