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人會話. 지난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한국 신문에는 한자로 ‘미인회화’라고 적혀 있는 광고가 있었다. 그 시절 신문에서는 한자를 많이 썼다. 미인회화. 어렸지만 한자를 조금 알고 있던 나는 궁금해했다. 예쁜 여자가 회화를 한다고? 회화를 왜 예쁜 여자가 하는 거지? 예쁜 여자는 무슨 회화를 하는 것일까?
세월이 많이 지나고 나서 그 광고의 미인이 예쁜 여자가 아니라 미국(美) 사람(人)을 뜻하는 것임을 알게 되고, 미인 회화는 미국사람(美人)이 가르치는 영어회화(會話)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 그럼 이제 생각해보자.
왜 USA(The United States of America)를 미국(美國)이라고 적게 되었을까? 아름다운 나라? 왜? 왜 미국이 아름다운(美) 나라(國)이지? 그 어린 시절에 몹시 궁금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다 나중에 20대 중반에 중국어를 배우면서 알게 되었다. 아메리카를 미국, 잉글랜드를 영국, 프랑스를 불란서, 도이칠란트를 독일, 타이랜드를 태국, 베트남을 월남이라고 부르는 것은 모두 중국어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일단 중국어에서는 나라이름에 나라 국(國)자를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英國)은 나라를 뜻하는 국(國) 앞에 영(英)이라는 말이 붙어있다. 영국의 첫 글자인 영(英)의 중국어 발음이 ‘잉’이다. 잉글랜드의 첫 글자인 ‘잉’과 같다. 잉글랜드의 첫 발음과 같은 ‘잉’(英)을 써서 영국(英國). 우리는 ‘영국’이라고 읽지만 중국사람들은 ‘잉궈’라고 읽는다.
다음은 불란서(佛蘭西). 우리는 불란서라고 읽지만 중국어로 읽으면 ‘퐈란시’가 되어 프랑스와 발음이 비슷해진다. 그래서 프랑스는 불란서(佛蘭西). 불란서의 첫 글자만 가져와서 불국(佛國)이라고 써도 이것은 프랑스.
불란서와 가까운 독일. 영어로는 저머니(Germany)이지만 독일어로는 도이칠란트(Deutschland)이다. 독일(獨逸)을 중국어로 읽으면 ‘떠이’가 되는데 이것은 도이칠란트의 첫 부분 ‘도이’과 같다. 그래서 도이칠란트는 독일(獨逸). 잉글랜드를 영국(英國), 프랑스를 불국(佛國)이라고 하듯이 도이칠란트를 독국(獨國)이라 한다.
태국(泰國)의 태(泰)를 중국어로 읽으면 ‘타이’가 되는데, 타이랜드의 첫 부분인 ‘타이’와 같다. 독일어의 란트(land)와 영어의 랜드(land)는 모두 나라(國)라는 뜻이 있으니까 타이랜드를 태국(泰國)이라고 하는 것은 잘 들어맞는다.
베트남의 한자인 월남(越南)을 중국어로 읽으면 ‘위에난’이 된다. 베트남과 발음이 비슷하다. 그래서 베트남은 월남(越南).
자 그럼 미국은? 미국은 아메리카(America)인데 왜 ‘아’를 쓰지 않고 ‘미’(美)를 썼을까? 답은 강세(악센트)에 있다. 아메리카라는 단어의 강세는 처음의 ‘아’가 아니라 다음의 ‘메’에 있다. 중국어로 미(美)를 읽으면 ‘메이’가 되어서 ‘메’에 강세가 있는 아메리카와 맞게 된다.
결국 ‘메’에 강세가 있는 아메리카는 강세가 있는 메를 앞에 두는 미(美, 메이)국이 되는 것이다. 중국어 ‘메이’에서 ‘메’와 ‘이’는 같은 강세의 소리가 아니고, ‘메’가 강하고 ‘이’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래서 중국어 ‘메이(美)’는 아메리카의 ‘메’와 매우 가깝다. 그래서 아메리카(America)는 미국(美國)이 된다.
사실 USA(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의 정식 표기는 미합중국(美合衆國)이다. 그러나 이 ‘미합중국’은 외교와 같이 매우 공식적인 자리에서나 쓰이고 실생활에서는 ‘미국’이라는 표현만 쓰인다.
김성식은
지난해 한국일보 문예공모전 수필부문 가작에 입상한 수필가로 버지니아 스프링필드에 거주 중이다. 서울 출신으로 중앙대학 법대를 졸업했다.
<
김성식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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