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10년마다 한 번씩 인구조사(센서스)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선거구를 조정한다. 이는 10년 사이의 인구 변동에 따라 선거구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인구수의 편차를 공평하게 조정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One-Person, One-Vote” 즉,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유권자의 권리가 있다는 법적 원칙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 조정은 연방정부나 주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단위에서도 되어야 한다. 이는 미국 전역에서 이루어진다. 이에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도 수퍼바이저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 관련된 선거구 조정을 위해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임명된 20명의 자문위원 가운데 아태계(아시아태평양계) 커뮤니티 대표로 한미여성회 총연합회 회장인 실비아 패튼 씨가 수고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노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나도 지난 토요일에 열린 모임에 참석했다.
자문위원회는 선거구 조정안을 오는 9월 17일까지 마치고 수퍼바이저위원회에 보고 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작년에 실시된 인구조사가 늦어져 사용 가능한 데이터가 자문위원회에 전달되기까지 예상보다 많은 지연이 있었다. 그래서 자문위원들이 맡은 책무를 제대로 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이에 패튼 씨에게 주위에서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카운티에서 아태계 주민의 비율이 20퍼센트나 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선거구 조정안에 아태계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한다.
선거구 조정에 아태계 커뮤니티의 적극 참여의 중요성은 따로 설명이 따로 필요 없을 줄 안다. 선거구라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위인 선거를 전제 한다고 본다면, 아태계 목소리 반영이란 결국 아태계 커뮤니티의 정치력 신장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구가 조정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에 과거에 아태계 출신 지방정부 선출직 공직자 숫자를 파악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 것을 다른 소수 인종 그룹 출신 숫자와 비교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페어팩스 카운티 내에서의 선거구 조정에 교육위원회 선거구도 포함되니 만큼 우선 페어팩스 카운티가 선출한 역대 교육위원 숫자들을 먼저 살펴 보자. 그런데 주민 직선으로 교육위원을 처음으로 선출한 1995년 이래 아태계 교육위원은 지금까지 나를 포함해 단 두 명에 불과하다. 나는 2019년 말에 은퇴했고 현재 2019년에 선출된 인도계 한 명이 유일하다. 히스패닉계도 비슷하다. 1995년 이래 두 명의 히스패닉 교육위원이 선출되었고 현재는 심지어 아무도 없다.
그러나 흑인계 출신을 보면 사못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여섯 명을 배출했으며 그 중 두 명은 현직에 있다. 아태계와 히스패닉계가 상대적으로 흑인계에 비해 교육위원 배출에 있어 뒤진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흑인계 주민들이 카운티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율이 아태계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아태계 커뮤니티가 분명히 고민해야 할 점들이 있다고 보여진다.
교육위원회 뿐만이 아니다. 카운티 정부 차원에서 예산권과 인사 그리고 정책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카운티 수퍼바이저위원회에 선출되었던 아태계 수퍼바이저 숫자는 더욱 형편 없다. 카운티 역사상 아직까지 단 한 명의 아태계 수퍼바이저도 배출되지 못했다. 반면에 그나마 히스패닉계는 현직에 한 명이 있고, 흑인계는 2019년에 은퇴한 한 명을 포함해 현직에 있는 수퍼바이저 한 명까지 합하면 두 명이다.
물론 선거구 문제만으로 아태계 출신 선출직 공직자가 많이 배출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을 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에 이미 시사했던대로 선거구 조정이 정치적 행위라고 할 때, 10년에 단 한 번 주어지는 이번 기회에 아태계 후보나 아태계 커뮤니티가 지지할 수 있는 후보가 선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선거구가 조정되었으면 한다. 이에 이번에 아태계 커뮤니티 대표로 수고하는 실비아 패튼 자문위원에게 한인사회의 의사 표시가 적극적으로 개진되었으면 좋겠다. 패튼 자문위원에게는 pattonsilvia@gmail.com로 연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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