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초년시절에는 믿음이 순수하고 뜨거워서였는지 기도제목들이 많았고 그것들만큼 실제 기도하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랬다. 그들중에서도 더욱 응답받길 원하며 절실히 기도했던 두가지 제목들이 있었다. 하나는 딱딱하고 지루하게 들린다해도 세상지식 전하지 않고 오직 성경을 가르치고 성경을 설교하게 해주십사 라는 기도였고 다른 하나는 주님께서 나에게 부탁하신 사람들과 지체들을 내 몸처럼 사랑하게 해주십사 라는 기도였다. 대부분의 사역자들도 이런 제목들에 공감하시며 기도하셨으리라. 다행스럽게도 첫째 제목은 어느정도 응답되었다. 세상지식과 정보량이 부족하고 언변도 별로여서 강대상에서 성경말씀 외에 전할 수 있는 것이 달리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설교를 잘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헌데 남편설교를 평생동안 들으면서도 한번도 설교내용에 대해서는 평가내지 언급을 하지 않았던 집사람이 언젠가 ‘당신 설교는 재미는 없지만 성경 중심적이어서 좋아요” 말한 적이 있었다. 지겹토록 내 설교를 들은 내부자의 평가이다. 하면 ‘재미 없다’는 말을 빼곤 첫째 기도가 반쯤은 이루어진 것 아닌가? 헌데 두번째 기도제목은 지금까지도 온전히 응답받지 못했다. 오래전 나를 참 힘들게 했던 교인이 있었다. 그는 목사의 권위를 인정치 않고 작은 일에도 세상기준으로 사사건건 따지며 동조자들을 규합해서 안 좋은 말을 퍼뜨린채 우리가정과 교회공동체를 무척 힘겹게 했었다(물론 그에 대한 내 판단이 잘못일 수 있다). 그를 처음엔 용납하고 사랑하려 많이 기도하고 노력했다. 헌데 달라지지 않는 그가 서서히 싫어지고 미워지면서 이런 기도가 나왔다. “그가 스스로 교회를 나가게 해 주세요”. 그와 동조자들 앞에서 설교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를 대할 때마다 내 영혼은 식어가고 무뎌져 갔다. 그때 나는 속좁은 함량미달의 목사였다.
미움은 어떤 변명거리를 내놓아도 자신과 상대방 모두를 해롭게 한다. 미움은 순식간에 확대된다. 한가지가 미워지면 다른 것들도 미워지게 된다. 미워하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도 미워지게 된다. 미움은 독과 같은 것으로 이것을 속에 담으면 누구라도 영혼이 병들고 죽게 된다. 행복과 평온한 삶을 위해서는 미움을 청산해야야 한다. 미움을 극복하는 비결은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기독자에게 사랑은 취사선택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주님의 새 계명이다. 주님께서는 “내 계명은 내가 너희를 사랑하는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요15:12) 하셨다. 모든 계획, 언어, 행위에는 사랑의 동기가 있어야 한다. 제 아무리 설교를 유창하게 하고 천사의 황홀한 말을 해도 사랑이 없으면 녹슨 문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같다.
사랑은 자신의 의지와 감정대로 행해지지 않는다. 사랑의 시를 읊고 사랑 노래를 부르고 사랑 그림을 그린다고 사랑이 몰려오지 않는다. 큰 산에 가서 소리쳐 기도한다고 그 순간 태산같은 사랑이 생겨나지도 않는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나는 진즉 사랑의 화신이 되었을 것이다. 사랑은 주님 마음을 품을 때라야 절절히 생각나고 그 행위도 가능해진다. 주님의 마음은 온유와 겸손의 마음, 관용의 마음이다. 또 온 세상을 사랑하는 사랑의 마음이다. 따라서 누구던지 주님 마음을 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품고 미운 사람에 대해서도 긍휼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찌르는 가시같은 대적도 사랑할 수 있다. 주님 마음은 성령 안에 거할 때라야 품게 된다. 성령은 그리스도의 영이시기 때문이다.
나는 온전한 사랑을 위해, 아니 그것이 어렵다면 그에 근접한 사랑을 위해 여전히 기도하고 있다. 남은 날들, 사랑을 좀 더 알고 좀 더 배우고 좀 더 행하길 소망하면서 말이다. 매순간 주님 마음을 품고 미운 사람, 싫은 사람도 사랑할 수 있어야 훗날 주님 앞에서 “당신이 맡기신 사람들을 이리 저리 섬기며 사랑했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보고할 수 있을게 아닌가 ?
폭염, 가뭄, 산불, 홍수, 지진, 전염병등의 자연 이상현상과 인종혐오, 테러, 전쟁들의 사회적 현상등으로 온통 소요스럽고 소란스러운 오늘 시대에 가장 강력한 치료제는 단연 사랑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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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택규 목사 (산호세 동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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