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프간 철군작전이 혼란에 빠진 이유를 설명해주는 통계자료가 있다. 지난 4월 한달 동안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는 미군 철수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무려 36차례의 회의를 열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국가안보위가 회의 횟수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행정부가 철군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하고 있는지 보여주려는 포석이었다. 국가안보위원회를 비롯한 미국의 해외정책 입안기구는 사실상 뇌가 거의 없는 거대한 공룡으로 변했다. 한마디로 절차(process)가 정책(policy)이 되어버린 관료기구가 된 셈이다.
회의가 많아질수록 기구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토안보보좌관으로 활동했던 프랜시스 타운센드의 지적대로 “실무자들은 온종일 회의실에서 모여 앉아 시간을 보낸다. 한 번에 몇 시간씩 계속되는 회의에 불려다니다 보면 다른 일을 할 겨를이 없다.” 정책을 집행하기보다 회의실에서 떠드는데 모든 시간을 사용한다는 얘기다.
이런 회의를 거치면서 모든 자료와 정보는 최소공약수로 쪼개어진다. 이러다보니 회의 준비와 메모가 효과적인 행동을 대신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프간 철군 결정과정을 이렇게 묘사한다. “행정부는 수개월에 걸쳐 회의를 거듭했다...(그러나) 관련기구들이 아프간의 권력교체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에 관한 지침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거대한 관료주의 체제로 냉전을 치렀다. 당시 시스템의 최상부는 소수정예로 채워졌고, 전체 조직은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갔다. 예를 들어 헨리 키신저가 만들어낸 현대적 국가안보위원회의 인원은 50명에 불과했다. 20세기 말까지 국가안보위의 인력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2000년에 접어들면서 100명으로 두배가 늘어났다.
조지 W. 부시 시절, 국가안보위원회 인원은 8년에 걸쳐 또 다시 두 배가 증가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다시 두 배로 몸집이 커졌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가 기구를 축소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의 인원을 350명으로 되돌려놓았다. 이로 인해 안보위원들의 숫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기구 내부에 복잡하기 그지없는 겹겹의 칸과 층이 만들어졌다.
기구가 커질수록 내부에 더 많은 층이 생기기 마련이고, 결과적으로 신속한 일처리가 어려워진다. 엄청난 규모와 복잡한 구조를 지닌 국방부를 생각해보라. 연간 7,0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사용하는 국방부는 지상에서 가장 비대한 기구일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 20년 동안 몸집이 산더미처럼 불어났다. 뉴욕대학의 폴 라이트 교수에 따르면 국방부의 5개 최상위 부서의 인원은 1998년의 363명에서 2020년에는 870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차관보급 간부는 193명에서 629명으로 불어났다. 현재 국방부의 상층부는 33개의 부서로 나뉘어져 있다.
대규모 조직의 경우, 실질적인 정책결정보다 숱한 부서 사이의 의견조율이 더 어렵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기구는 정보를 내부에서 생성해낸다. 외부에서 내부로 스며들어오는 정보는 없다. 아마도 이런 현실이 미국의 아프간 개입에 관한 가장 놀라운 설명을 제공할지 모른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년간 아프간에서 진정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환상에 빠져 지냈다. 특히 아프간 정부군이 힘과 효율성 면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아프간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확실히 드러난 지금, 워싱턴의 모든 관련기관들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해줄 증거자료를 언론에 유출한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국방부가 어떤 말을 했는지 살펴보라. 2011년, 당시 미 육군 중장으로 아프간 정부군 훈련담당 사령관이었던 윌리엄 콜드웰 IV는 아프간 군이 최상의 훈련을 받고 있고, 최상의 장비와 최상의 지도자를 두루 갖추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한 정예군으로 다듬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마크 마일리 당시 아프간 주둔 미군 부사령관은 “아프간 보안군이 계속 지금처럼만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낙관한다”고 장담했다.
오바마의 2009-2012 미군 증파는 성공작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2015년에 이르러 탈레반은 아프간전 개전이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지역을 장악했다.
상당수의 내부자들은 미국이 패배할 것임을 일찌감치 깨달았으나 이 같은 정보는 수십겹의 울타리로 둘러싸인 관료제의 틈새에 끼어 사장됐다. 워싱턴포스트의 특별탐사보도 프로젝트인 ‘아프가니스탄 백서’ 취재과정에서 담당 관리들은 아프가니스탄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에 개인적인 ‘회의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대답’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아프간 반군대책 선임보좌관으로 활동한 밥 크롤리는 “정부 조사관들에게 가능한 최상의 그림을 제시하기 위해 모든 입력 정보를 손보았다”고 털어놓았다.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의 아프간 전문가 마이클 오한론은 탈영과 전사 등의 이유로 아프간군의 연간 마모율이 20-30%에 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이같은 외부정보는 겹겹의 층을 이룬 거대한 관료시스템의 벽을 뚫지 못했다. 아프간 재건작업 특별감사실은 아프간 병력이 공식적으로 밝힌 30만 명의 절반도 안 되는 12만 명에 불과하다는 AP통신의 보도에 경고음을 내는 등 ‘유령 군인’의 문제점을 수차례에 걸쳐 보고했지만 허사였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1단계는 실패였다. 하지만 수십만 명의 미국인과 아프간인을 대피시키는 2단계 작업은 성공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데이비드 로드가 뉴요커 기고문을 통해 지적했듯 소개 작업은 효율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혼란에 휩싸인 상태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철수작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회의를 중단하고 행동을 개시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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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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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부딛히는 미국 관료들의 태만과 관폐 그리고 비능률에 이미 오래전 부터 실망한터.
선장이 의견이 많으면 배는 갈길을 혼동하기마련, 현재 많이들의 가정에도 선장이너도나도 여기로갈까 저기로갈까 남탓으로 행복을못찾아 허둥대는것같이보이는게 안타까울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