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변화와 잦은 자연재해로 정든 고향 떠나는 사람 늘어
▶ 앞으로 집 살 때는 집만 보지 말고 기후 위험도 고려해야
지난해 오렌지카운티 요바린다 시에서 발생한‘블루릿지’ 산불을 주민들이 뒷마당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최근 타주로 장거리 이주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집값 등을 고려한 경제적 요인도 있지만 기후 변화로 정든 집을 떠나 타주로 향하는 경우도 많다.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 사태, 잦은 산불과 허리케인, 찌는 듯한 폭염을 피해 더 나은 기후 환경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이다. USA 투데이는 앞으로 주택을 구입할 때 주택 조건만 따지지 말고 주택이 위치한 지역의 기후 위험도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물 걱정 없이 설거지하고 싶어 남가주 서 오리건으로
남가주 토박이인 메간 워렌과 남편은 얼마 전 오리건 주 포틀랜드로 이사했다. LA에서 나고 자란 워렌이 포틀랜드로 이사한 이유는 단 한 가지로 바로 물 때문이다. 워렌이 이사를 결정한 2016년은 남가주에 전례 없는 가뭄으로 물 부족이 심각했던 해다. 각 지방 자치 단체별로 물을 아껴 쓰라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며 드라이브웨이에서의 세차, 집 앞 잔디 스프링클러 사용 자제 등을 요구하던 때다.
주변 분위기에 심각성을 느낀 워렌은 설거지를 하기 위해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물 절약 캠페인에 동참하기 위해 결국 앞 마당 조경을 물을 덜 쓰는 건식 조경을 바꾸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가 살았던 미라클 마일 주민들은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앞마당에서 버젓이 세차를 하는가 하면 스프링클러도 펑펑 사용하고 있었다.
워렌과 남편은 물 걱정이 살고 싶은 마음에 이주할 곳을 찾던 중 비가 많이 내려 수자원이 풍부한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을 선택했고 그중에서도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를 최종 정착지로 삼았다. 포틀랜드는 쓰레기의 약 67%를 퇴비화할 정도로 친환경에 앞서 도시일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이 잘 연결되어 있어 부부의 마음에 쏙 들었다.
부부는 “포틀랜드에는 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1년 내내 녹음이 짙고 4계절이 뚜렷해 너무 아름답다”라며 매우 만족했다. 최근 워렌 부부처럼 친환경에 관심이 많고 기후 변화에 민감한 주민들에 의한 이주가 잦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워렌 부부의 경우 가뭄을 피해 타주로 이사한 경우지만 일부는 산불, 허리케인, 폭염 등의 자연 재해로 이주를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 ‘자연재해 때문에 못 살겠다’, 상당수 내년 이사 고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이 올해 초 미국 가구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중 절반에 해당하는 약 49%가 자연재해를 이유로 내년에 이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레드핀은 최근 자사의 매물 검색 웹사이트에 지역별 기후 위험도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후 정보 제공 스타트업 ‘클라이밋체크’(ClimateCheck)와 공동으로 실시되는 서비스는 바이어들이 주택을 구입할 때 해당 지역의 기후 위험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주택을 구입하려는 바이어는 카운티, 도시, 우편번호 별로 각 지역의 기후 위험도를 알아볼 수 있다. 기후 위험도의 범위는 0에서 100까지로 0인 경우 자연재해 위험이 전혀 없는 지역이며 100인 경우 자연재해 위험도가 매우 높은 지역에 해당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동안 기후 변화로 인해 주택 보험료가 급등하고 일부는 정든 집을 하루아침에 잃었지만 주택 구입 시에는 여전히 가격과 개인 취향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환영했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주택 구입 시 기후 위험을 고려하지 못한 것은 적절한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주택 구입 지역의 기후 위험이 주택 구입을 결정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산불 위험 높은 지역 인구 빠르게 증가
텍사스 주 샌 안토니오 토박이인 제니 밀러 가족 역시 최근 북동부 메인 주로의 장거리 이주를 감행했다. 어릴 적 여름 방학이면 집 앞에서 뛰어놀고 가족들과 캠핑을 다니던 추억이 있지만 샌 안토니오의 기후 변화로 어린 아들이 전혀 밖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샌 안토니오가 겪고 있는 기후 변화는 폭염이다. 샌 안토니오의 여름 평균 기온은 1970년대 이후 매년 3.5도씩 상승할 정도로 푹푹 찌고 있다. 1970년 1년에 단 하루에 불과했던 100도가 넘는 일수도 지난해에는 무려 25일로 늘었다. 샌안토니오와 같이 기온이 상승하는 지역은 여름철 산불 위험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산불과 같은 기후 위험 정보가 적절히 제공되지 않아 산불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오히려 인구가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클라이밋체크에 따르면 전국에서 산불 위험도가 가장 높은 주는 가주, 아이다호, 유타, 워싱턴 등으로 이들 주에서도 산불이 빈번히 발생하는 6개 카운티의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산불 위험도가 9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주 플레이서 카운티의 경우 작년 인구가 7%나 증가했다. 산불 위험도가 95로 두 번째로 높은 유타 주 모건 카운티의 인구도 약 17%나 불어나는 등 기후 위험에 대한 적절한 인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남가주 벤추라 카운티, 워싱턴 주 칠랜 카운티, 아이다호 주 프랭클린 카운티, 유타 주의 웨버 카운티 등이 산불 위험이 가장 높은 카운티로 조사됐다.
◇ 산불 잦은 북가주 주민 이탈 빨라질 것
안드레아 클라크와 제이슨 스미스 커플도 지난해 가을 북가주 나파에서 미시건 주의 시다 스프링스로 이사했다. 3년 연속으로 여름 산불이 발생한 뒤에야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나파 지역은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뒤따르고 공기 질이 악화돼 생활 환경이 전과 같지 않아 주민 피해가 커지고 있다. 커플은 잦은 화재 경보에 만약을 대비해 짐을 싸야 하는 일이 많아졌고 직장 생활에도 영향을 받아 결국 클라크가 어린 시절을 보낸 미시건 주로의 이사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커플이 새로 이사한 미시건 주의 기후 사정은 나파에 비해 나았지만 역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 클라크의 이야기다. 클라크가 자랐던 어린 시절과 달리 겨울철 기온이 그다지 낮지 않았고 눈도 예전만큼 많이 오지 않지만 나파에 살 때보다 큰 집을 구할 수 있고 산불 걱정이 없어 커플은 이주 결정에 만족하고 있다.
◇ 주택 구입 전 반드시 기후 위험도 확인하라
부동산 투자자, 도시 계획 전문가 등도 기후 위험도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매튜 칸 USC 경제학과 교수는 “바이어들이 주택 구입 전 기후 위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면 주택 구입 뒤 후회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도시에 정부 예산이 많이 배정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주민이 많이 유입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라며 기후 위험도가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강조했다.
세계 최대 자산 관리 업체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투자자들이 기후 위험을 투자 위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라며 “홍수와 산불과 같은 기후 위험을 예측하지 못할 경우 모기지 대출 기관이나 보험 회사에 대한 투자 전망도 밝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라이밋체크의 인맨 대표는 “집을 살 때 가격대, 출퇴근 거리 등의 조건을 고려하는 바이어가 대부분인 반면 주택 구입 지역의 기후 위험을 확인하는 바이어는 거의 없다”라며 주택 구입 전 기후 위험 정보를 확인할 것으로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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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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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