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현재 미국은 31개 주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구촌 200여개 국가 가운데 미국 북한 중국 일본 한국(실질적 사형제 폐지 나라) 등 약 60여개 나라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텍사스 주에서 사형 집행이 있었다.
얼마 전 미국 내 기독교인의 사형제 찬성 비율이 무신론자들보다 월등히 높다는 기사를 읽었다.(6월28일자, 워싱턴 한국일보) 기사에 의하면 개신교인 중에서는 약 66%가, 로마가톨릭 가운데는 약 58%가 사형제를 찬성하며 특별히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은 약 75%가 사형제를 지지한다고 한다.
개신교인이건 천주교인이건 간에 대체로 기독교인들이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 비해 월등하게 사형제를 찬성한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좀 당혹스럽다. 물론 미국과 한국 등에서 꾸준하고 활발하게 사형제 폐지를 위하여 노력하는 천주교, 성공회, 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있어 위안이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죽인 중범죄자에 대하여 사형만이 해결책인가? 살인자일지라도 국가의 이름으로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제가 과연 옳은 일인가? 사형제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은 결국 강력범은 사회악이며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기 때문에 그들을 사형으로 제거해야한다는 ‘사형제 존치론’과 사형은 합법적으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박탈하는 일종의 또 다른 살인이라는 ‘사형제 폐지론’ 사이에서 서성이게 된다.
그러나 사형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사형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랜 기원을 가진 형벌로, 현재까지 인류 최초의 성문법으로 알려진 함무라비법전과 구약성경(히브리성경) 그리고 고조선의 ‘팔조금법’에도 나와있다. 아마도 기독교인들이 종교가 없는 사람들에 비하여 월등한 비율로 사형제를 지지하는 데는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해야한다’(출애굽기 21장)는 구약성경의 말씀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사형제 논쟁은 오랜 숙고와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하느님 곧 하늘로부터 받은 인간의 고귀한 ‘생명권’에 대한 것이기에 그러하다. 피살인자의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 비록 살인을 범했을지라도 살인자의 생명권에 대한 고려도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비록 중범죄자이지만 내면의 양심에서 나오는 참회와 선한 인간 본성의 회복을 통하여 참된 인생을 살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종교나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책무이다.
수시로 여기저기서 흉악범죄 뉴스를 접하다보면 강력한 사형제 실시로 세상을 유지하고 싶은 유혹을 받기도 한다. 주전 460년 전 노나라의 대부 계강자가 공자에게 “무도한 자를 사형에 처해 착한 백성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면 어떨지요?”하고 묻는다. 그러자 공자는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어찌하여 사람을 죽이어 정치를 하려는가?” 반문한다.(논어, 안연편) 이는 사형에 대한 분명한 반대이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한 만고의 가르침이다.
노자 역시 사형의 형벌로 사람들을 두렵게 할 수 없으며, 설사 사형에 처할 범죄자가 나올지라도 ’누가 감히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 있겠는가?’(도덕경 74장)라고 말한다. 인간이 인간의 생명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통하여 사람을 죽인 흉악한 범죄자 역시 깊은 연민으로 대하고 자비를 베풀어야할 사랑의 대상임을 깨우쳐주셨다. 이 가르침은 사형제의 폐지를 넘어 중범죄자에 대한 적극적인 용서와 사랑의 실천을 포함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비롯하여 동양의 성현들은 감히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씀한다. 사형제의 형벌로 흉악범죄를 줄인다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그 효용성 또한 분명하지 않다.
사람마다 인격수양과 신앙의 힘으로 내면의 평화와 사람다움을 회복하고, 우리 모두가 이기주의와 물질주의 무한경쟁의 세상을 바꾸어갈 때, 그리고 서로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돕고 나누며 더불어 살아갈 때, 뒤처지고 소외된 자리에 있는 사람까지 깊이 사랑하며 살아갈 때, 사형제는 이내 우리의 마음과 서슬 퍼런 형법의 자리에서 슬그머니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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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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