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문득 오래된 추억 속의 한 은인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로스쿨 첫 학년을 마치고 여름 방학 때였다. 친구 한 명과 캐나다의 노바스코셔까지 여행을 떠났다. 내 차로 갔었는데 에어콘도 작동 안 하는 오래 된 차였다. 그래도 장거리 여행이 가능한지 점검은 했다.
버지니아 주에서 출발해 보스턴을 지나 계속 북쪽으로 가던 중이었다. 어느 지점부터인가 엔진이 가속 된 후 엑셀레이터에서 발을 떼어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 차의 속도는 브레이크를 밟아 내릴 수 있었지만 엔진 속도는 조절이 안 되었다.
차 앞 후드를 열고 엑셀레이터와 연결된 레버를 손으로 건드려야 엔진 속도가 내려 왔다. 그래서 정지 표지판이나 빨간 신호등에 다다르면 온갖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정지시키고, 운전을 안 하고 있는 사람이 차 밖으로 급히 뛰어나가 후드를 열어야만 했다.
언제 엔진이 그냥 서 버릴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생판 처음 와 본 곳이니 어디에서 수리를 해야 될지 몰랐다. 일단 그대로 메인 주의 Bar Harbor까지 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차를 배에 실어 노바스코셔의 Yarmouth에 내린 후 노바스코셔의 수도인 핼리팩스 (Halifax) 까지 갔다. 그 곳에서 차를 수리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어디에서 해야 할 지 막막했다. 그 때 갑자기 한인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떠 올랐다. 그 같은 외지에서는 같은 한인동포로부터 좀 더 제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지금은 거의 없지만 1980년대 초에는 길에서 공중전화 부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개인 집 전화번호들이 적혀 있는 전화번호부가 있었다. 거기에서 무작정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을 찾았다. 한인들 중 김가가 가장 많고 김씨 성을 가졌다면 모두 한인들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찾게 된 한 김씨 성을 가진 집으로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되었다. 사정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다른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주면서 연락해 보라고 했다. 그 사람도 김씨 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지역에서 잘 알려진 태권도 사범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 분에게 전화했다. 다행히 연결되었다. 그 분은 내가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며 지도를 꺼내어 보라고 했다. 그리고 당신이 운영하는 도장까지 찾아오는 길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만났던 그 태권도 사범은 당시 모텔도 하나 운영했는데 방 하나를 그냥 내 주었다. 그리고 그 모텔의 1층에 위치한 일식당에서 저녁까지 사 주었다. 다음 날 소개해 주었던 정비소에서 차를 살펴 보고 핼리팩스 구경도 다 마친 후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그 후 그 분에게 감사 인사 카드를 보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내 기억이 확실치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분의 성함을 어디 제대로 기록해 놓지 않았다.
당시에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로 보였던 이 분을 더 늦기 전에 찾아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1980년 대 초에 핼리팩스에서 태권도장과 모텔을 경영하며 (매스터 김)으로 알려졌다는 정보만 갖고 버지니아 주에서 태권도 관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는 분에게 문의했다. 그러나 역시 그 분도 모른다고 했다. 대신 핼리팩스에 사는 후배에게 알아 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그 후배를 통해 받은 이름이 ‘김광영’이었다. 그러나 그 사범님은 1980년대 중반 쯤 오타와로 이주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오타와 한인회에 문의해 보았다. 그러나 찾을 수 없다며 토론토 한인회에 연락해 보라고 했다. 그 후 토론토 한인회와 노바스코셔 한인회에도 연락을 취했다.
또한 ‘캐나다 태권도의 대부’라고 알려진 오타와 시 거주의 이태은 사범님에게도 알아 보았으나 아직 찾지 못 했다. 이에 이 칼럼을 통해 혹시 찾을 수 있나 시도해 본다. 학생 시절 그 분께 받은 고마움에 대해 당시에 내가 어려서 제대로 못 드린 감사 인사를 이제 조금 철이 들어 하려고 하는데 꼭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
문일룡 변호사,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