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하늘을 바라 보면서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And the dreams that you dream of…” 곡조에 맞춰 함께 노래 부르며 우리는 아쿠아 클래스를 끝냈다.
1939년 ‘The Wizard of Oz”’에서 Judy Garland가 부르고, 유럽에서 2차 대전 중 참전 미군들이 고향을 그리며 불렀고, 또 홀로코스트의 시련 중에도 유태인에게 희망을 심어 주었던 노래 ‘Somewhere over the rainbow’. 이 곡은 나도 무척 좋아하는 노래다.
지난 3월 말 코로나 백신 접종 후 남편은 수영, 나는 아쿠아 클래스를 다시 등록해 듣기 시작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달리 매번 클래스에 사전 등록을 해야 하고, 6피트 간격으로 떨어져 운동을 해야 한다는 시스템도 다행히 금새 익숙해졌다.
내가 속한 클래스 학생들은 주로 노인 여자로 구성돼 있는데, 다들 4피트 깊이의 다소 얕은 물에서 음악에 맞춰 barbell 과 noodle 을 사용해 팔과 다리 근육 운동도 하고, jump jack과 스키 타는 흉내도 낸다. 그런데 어떤 이는 두 팔을 올릴 수가 없고, 또 어떤 이는 목을 뒤로 제대로 젖히지 못하지만 그래도 제 나름으로 열심히 운동을 한다.
수업 첫 날에는 아는 얼굴이 전혀 없어 약간 어색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운동하는 것이 혼자 동네를 걷는 것 보다 내게는 더 많은 즐거움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 사람들과 눈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인도인 시어머니를 위해 한국 음식 불고기를 정성껏 만들어 준다는 흑인 여자를 비롯해 애처가인 한국인 남편을 둔 백인 여자, 한국인 사위를 둔 백인 여자 등 한국과 연관된 다양한 인연을 만날 수 있어 점점 친근감이 든다.
어느 날 강사가 5월 초부터 온도가 65도 넘어가면 야외 수영장에서 모인다는 얘기를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행여 추울까봐 걱정이 되어,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준비를 해가며, 또 한편으로는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 계속 실내 수영장에게 운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했다.
결국 5월이 넘어 해가 나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처음으로 야외 수영장에서 운동을 하게 됐다. 조심 조심 물 속에 들어갔는데,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몇 폭의 흰 구름 사이에 지나가는 비행기와 새를 바라보며 썬글래스를 끼고 운동을 하는 것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즐거움을 주었고 심지어 꿈인들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황홀했다.
어릴 적부터 수영에 관심은 많았지만 심한 근시인데다가 겁도 많아 레슨만 계속 받았고 사실 나이 들어서까지도 수영에는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수영에 대한 관심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해 녹내장 수술을 하고 안경을 벗게 되면서 또 다시 용감하게 아쿠아 클래스에 등록을 했다. 그리고 나는 이 클래스를 이 정도로 즐기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우리 클래스에서 제일 멋쟁이 할머니는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듯 멋쟁이 수영복에 빨간 신발을 신고, 대부분의 수강생도 나름 멋을 부린 썬글래스와 모자와 햇볓 가리개를 쓴다. 몸매도 키도, 얼굴 모습도 다르지만 다같이 수영장을 빨리 걷고 뛰면서 운동하는 모습에서 흘러나오는 표정 만큼은 하나 같이 동심으로 가득찬 듯 밝다.
그들 가운데서 나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 걱정과는 달리 수영장의 물 온도도 항상 83도로 유지된다고 하니, 괜한 걱정을 한 것 같다. 우리 애들은 어렸을 때부터 수영을 가르쳤고, 아이들이 수영팀, 조정경기팀에 속해 물 속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늘 뜨거운 바깥에서 구경만 하다가 드디어 그 즐거움을 직접 맛보고 있다.
올 봄에는 17년만에 땅 속에서 나온 매미와도 함께 운동 하는 남다른 즐거움도 경험했다. 어느 새 7월, 여름에 들어서니 더운 날 물 밖에서 땀 흘리며 수고하는 강사에게 무척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동안 70 여 년을 살면서 용기가 없어 주저하며 배우지 않고 넘어간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새삼 깨달으며… 이제라도 하나님께서 주신 여생을 더 열심히 배우고 도전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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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자 / 비엔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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