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서울에서 죽마고우가 글을 보내왔다. 이제 80대의 나이를 가리키는 소위 옥토제너리안(Octogenerian)이 되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느냐 하는 내용이었다.
사실인즉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그 친구는 나의 대답이 새로운 도전일거다 했을 것이고 그 도전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러나 마침 그 글을 받을 당시에 한국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장관 간의 치졸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었던 터라 즉답에 앞서 나는 상상의 꼬리를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유치한 싸움이 말도 안 되는 이론전개이며 이것을 자기 정당화로 포장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근래에 접어들어 괴변이 진실로 포장하는 그들의 기술이 참으로 대단하다 느꼈다.
그리고 검은 머리 그들의 설익은 이론과 자기주장으로 온통 한국사회를 어지럽게 하고 있는 것 보다는 주름지고 흰머리의 세상풍파를 거친 나이 든 사람의 포용과 지혜로 사회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친구의 기대와 달리 동문서답이라 할까, 좌우간 80줄 나이에 가치를 설파하는 그러한 뜻으로 회신을 했었다.
지나간 이야기를 느닷없이 하는 이유는 어제 사석에서 친구가 일본이 시대에 뒤떨어져 있고 발전을 못한다고 매도하면서 그 이유를 일본이 아직도 소위 아날로그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적등본 같은 것조차 전산화 되지 못한 나라라고 흉을 보았다. 일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한국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5G 시대에 들어섰고 이미 정신세계에서 36세의 이준석이란 사람을 야당 대표를 탄생시켰다는 그 사회의 흐름이 좋은 신호라고 하며 본인의 나이를 생각하였는지 신세 한탄이 섞인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의 탄식조의 설명을 듣고 집으로 차를 몰면서 혼자 생각을 해 보았다. 우선 빠른 발전의 진짜 모습이란 일부 선두에 선 사람들이 전부를 강제로 강요하고 끌고 가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되었다. 일례를 들자면 나는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 기능에서 아마도 20% 미만만 알고 쓰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주위 사람도 내 또래라 그런지 나와 비슷한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매년 바뀌는 첨단이란 휴대폰의 기능의 20%도 모르면서 그저 그 새 변화에 우린 끌려가고 있다
그리고 빠르다, 발전이다, 이런 것이 우리의 풍성한 삶과 병행하는가? 일본의 아날로그의 대표적인 것을 들라면 일류 법대를 나와 사회생활을 하던 소위 엘리트가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하여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우동가게를 이어가고 있다던가, 어느 오뎅 가게는 몇 십년동안 오뎅 국물을 그대로 끓이고 있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한 일본의 아날로그 생활 방식이 좋다.
이제 곧 한국에서 대통령 뽑기가 시작된다. 이 젊은이들이 벌써 선거 방향을 끌고 가는 조짐이 보인다. 옥탑방이 무어냐, 버스 요금이 얼마냐, 두부 한 모 값이 얼마냐 하는 재치문답과 5G 운운하며 빠르고 편한 과학화에 국민들의 눈길을 몰고 갈 것이란 말이다.
나의 눈길로서는 공상 소설 같은 이야기를 우리가 잘 이해 못하는 과학으로 포장하여 지난 5년간의 실패라고 할 혼란의 경험도 다 뭉개버리고 말이다. 이러한 혼란의 시대가 연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 세대들이 다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알고 있는 주름지고 흰머리의 지혜로운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의 정권 승계에 7상 8하라는 말이 있다. 67세는 다음 정권에 진입이 되지만 68세부터는 안 된다는 불문율이다.
한국은 6상 5불이 어떨까? 66세부터는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으나 65세 미만은 안 된다고 말이다. 글쎄? 올바른 바람일까? 검은 머리의 엉터리 지식과 돌진의 65세 미만이 나서는 세상이 아니기를 기대하는 내가 지혜로울까? 아니면 옥토제너리안의 옹고집일까?
그러다가 누구인가의 한마디가 떠오르며 미소가 지어진다. “한 늙은이의 주검이란 것은 하나의 도서관이 없어진 것과 같은 거야.” 그러면서 혼자 속삭여본다. “당신 몇 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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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 / 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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