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대입 정시전형 합격시즌에 한 한인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는 “12학년 아들이 몇 곳의 사립대에서 합격통보를 받았는데, 인컴 때문에 학교 지원금은 거의 없고 부담해야 할 학비가 너무 많다”며 “가급적 늦게 합격 수락을 하면 학교의 재정지원이 더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지인으로부터 들었다”며 사실 여부를 문의했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학부모가 하도 사실인양 철썩 믿고 있어 정확히 확인한 후 연락을 주겠노라 답했다. 본보에 칼럼을 연재하는 전문가에게 이 사실을 물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전문가는 대학들은 매년 책정된 예산에서 먼저 접수한 순서대로 각 가정의 필요에 맞게 지원을 한다며 최대한 늦게 리플라이를 한다고 해서 보조금이 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세상에는 언제나 오해와 속설이 있게 마련. 미국의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다. 이런 오해와 속설은 마치 사실인양 학부모와 학생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진실 아닌 진실’로 둔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수험생들이 명문대 입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입지원서의 스페이스가 모자랄 정도로 수많은 과외활동을 쫓아다니는 것도 결국은 대입전형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적지 않은 수험생들은 과외활동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주 진부한 생각이라고 꼬집는다. 대학들은 잡다한 액티비티를 나열하기 보다 열정을 쏟은 한 두 가지 활동에 더 주목한다고 조언한다.
대입전형의 양대 기준으로 꼽히는 표준화 시험점수와 학점이 같은 비중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표준화 시험 점수 제출을 요구하는 대학들의 경우도 전문가들은 결코 ‘동일한 비중’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표준화시험 점수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도로 따진다면 내신 성적의 약 절반 정도다.
대입에서 SAT나 ACT 같은 표준화시험 점수의 중요성은 과대평가된 경향도 있다. 일부에서는 SAT 1,500점 이상, ACT 33점 이상이면 무조건 탑 10 스쿨에 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점수보다 낮아도 합격을 할 수 있고 높지만 불합격한 학생들이 너무 많다.
대학들은 고교 4년간의 학업 성취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내신성적이 한 두 번 치러 평가하는 표준화시험보다 지원자의 능력과 잠재력을 더 정확하게 평가한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에세이도 속설의 중심에 있다. 예전에 ‘에세이를 아주 디테일하게 잘 작성해도 대입 전형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은 지원자들이 응시한 대학의 경우 에세이를 제대로 리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정도 상황이라면 에세이가 입학전형에서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인데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우선 모든 대학에 적용되지는 않는 말이고 이런 말만 믿고 에세이에 신경을 쓰지 않다가는 대입 전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UC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아예 이런 말은 잊어버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 UC 입학 전형에서는 에세이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은 팩트 중 팩트다.
다른 명문대들도 마찬가지. 좋은 내신성적과 우수한 표준화시험 점수를 갖고 있는 학생의 경우 훌륭한 에세이가 더해진다면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형편없는 에세이라면 고배들 들 수 있다. 즉 시험 점수와 GPA 등 비슷한 스펙을 가진 다른 지원자들 사이에서 당락을 구분하는 중요 요소라는 뜻이다.
대입 전형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추천서를 A학점 준 선생님에게만 부탁하려는 학생들도 있다. 언뜻 생각하면 그럴 듯하지만 전문가들은 “막연히 성적 잘 준 선생님보다는 자신의 성격을 잘 알고, 자신의 도전정신을 인정해주는 선생님이 더 낫다”고 조언한다.이런 선생님일수록 입학 사정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게 추천서를 작성해 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대입전형의 속설과 오해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아마도 대입 경쟁이 치열해지면 치열해질수록 속설과 오해는 더 쏟아지게 될 것이다. 마음 조급한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이라면 이런 속설들이 더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대입정보 가운데 옥석을 제대로 구별해내야 하는 것도 대입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비결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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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광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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