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용(락빌, MD)
‘버킷 리스트(bucket list)’란 죽기 전에 한 번쯤은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목록을 의미한다. 이제 코로나 팬데믹 터널의 끝이 보이며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일상의 변화, 삶의 가치관과 철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나만의 ‘버킷 리스트’ 를 4인에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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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배우기와 서원 탐방
최규용(락빌, MD)
메릴랜드대학 공대의 최규용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가르치던 대학원 과목을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힘들었지만 대면강의에서 제공할 수 없는 다양한 컨텐츠를 가르칠 수 있었던 긍정적인 점도 있었다.
최 교수는 “매일 집에서 근무하다 보니 삼식(三食)이가 되어 아내를 고생시켜 미안했다”며 웃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에게 카톡 등으로 연락을 하며 지내려 노력했는데 먼저 안부를 물어온 지인들이 너무 고마웠다고 한다.
최 교수는 “모든 인간관계라는 것이 화초나 작물을 가꾸듯 평소에 꾸준히 ‘관심과 소통’이라는 비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은 돈이나 명예, 권력이 있건 없건 공평하게 병과 죽음을 통하여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겸허한 마음’과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아야겠다는 깨달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버킷 리스트 첫째 항목은 요리 배우기다. 지금까지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기와 달걀 프라이 정도였는데 요리를 제대로 배워 아내와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 한다.
두 번째는 이스라엘 성지 순례. 은퇴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바로 성지순례이다.
세번째는 한국의 각지에 있는 서원(書院)을 모두 탐방해 보는 것.
전국 각지의 서원을 탐방하려면 어디에 어떤 서원이 있는지 알아보고, 어떤 역사가 있는지도 공부하여야 할 터이니 그런 준비가 된 다음 충분한 시간을 두고 꼭 탐방하고 싶다고 한다. 또한 각 지방의 향교(鄕校)와 옛 사고(史庫) 중 현재 남아있는 평창 오대산 사고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다.
이 밖에 보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던 옛 서울 시내를 달리던 전차의 모형 만들어 보기, 몇 년 전 썼던 묵상집 ‘주님과 함께’의 속편 내기, 가족들과 골프 여행을 해보는 것 등도 있다.
정은선(센터빌, VA)
#숨쉴수 있는‘나만의 숲’ 조성
정은선(센터빌, VA)
서양화가이며 동화작가인 정은선 씨는 버지니아에 있는 서비스 소스(Service Source)에서 다운 신드롬 장애인들을 위해 아트 테라피스트(미술 치료사)로 일했다.
지난해 3월부터 직장 임시폐쇄로 학생들을 아직도 만나지 못해 안타깝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진지하게 환경을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정씨는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생존이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상호 보완적인 관계 구축에 최선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몇 해 전 노르웨이에서 배를 타고 피요르드를 지나가다 빙산이 부서져 내리는 걸 본적이 있다는 그는 빙산이 녹는 것을 보며 앞으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만 조금씩 사고, 쓰레기부터 줄일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버킷 리스트의 첫 번째는 팬데믹 기간 동안 집 뒤 남는 땅에 1마일 정도의 산책로를 만들었는데 그 곳에 벤치를 가져다 놓고, 꽃나무도 심고, 자갈도 깔아 자신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매일 한두 시간을 걷는 만큼 ‘나만의 숲’으로 예쁘게 가꾸고 싶은 마음이다.
두 번째는 오랫동안 퇴고만 하고 있는 단편소설들을 모아 책을 내는 것. 표지도 직접 그리고, 출판사도 찾아야 하고, 윤문도 부탁 해야 하니, 마음은 분주한데 지난 몇 년간 꿈만 꾸고 있다.
세 번째는 2년 후 남편이 퇴직하면 3개월 동안 크루즈 여행을 할 예정이다. 여행이 참 행복하고 좋은 추억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열심히 살았고, 팬데믹을 거치며 ‘살아 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다’는 생각에 남은 날들은 ‘눈부시게 푸른 추억’만 쌓고 싶다고 한다.
유양희(페어팩스, VA)
#책 발간 등 ‘인생2막’ 설계
유양희(페어팩스, VA)
연방 국토안보부에 근무 중인 유양희 씨는 수필가이자 시인이다. 지난 1년 반 코로나 팬데믹 동안 재택근무를 계속하고 있다.
윤씨가 두 번이나 회장을 역임했고 애정을 쏟던 워싱턴 문인회의 활동도 ‘올스톱’되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축복이었는가’를 절실히 느끼게 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가장 조심해야 하는 안타까운 세상을 살면서, 틈나는 대로 화초와 채소 가꾸기를 취미로 시작했다.
세상과 격리돼 ‘집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자연의 소중함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에 눈길이 머물렀다. 이른 봄 흙 속에서 수줍게 나오는 새싹, 풀꽃 한 송이, 꽃밭 주위를 도는 나비의 날갯짓도 신비로웠다. 자신을 고요히 들여다보며 열심히 달려온 세월을 뒤돌아보게 했다.
유씨는 “팬데믹의 위기를 겪으면서 이 세상은 결코 나 혼자만 행복할 수 없는 운명 공동체이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때 비로소 내 삶의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정년퇴직을 고려 중인 그는 은퇴 후 ‘인생 2막’을 개인적으로 시간적인 여유 속에 뜰을 가꾸면서 독서와 글쓰기를 계속할 ‘소박한 꿈’을 계획 중이다. 72년 전 낸 첫 작품집 ‘워싱턴 민들레’에 이어 틈틈이 쓴 글을 모아 두 번째 책도 내고 싶다. 주 1회는 한인사회에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도 할 생각이다.
또 그동안 직장생활에 바빠 하지 못했던 여행을 매년 두 차례 할 생각이다. 한국의 형제자매 등과도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이준현(페어팩스, VA)
#프랑스 그룹전·시리즈 작품집
이준현(페어팩스, VA)
사진작가인 이준현 씨는 지난 1년 반 동안 대부분 집에서 지냈다. 집에서 지내는 동안 줌 강의 콘텐츠를 만들어 회원들과 사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고, 개인적으로는 사진 작품집 원고작업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끝에 얻은 삶의 철학은 ‘지금 할 수 있다면, 지금 하자’는 것. 미루지 말자, 부지런하자 등의 반성적 결심이 아니다. 생활 전반에서 보장되거나 확보되던 것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불확실하거나 상실되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가치관을 바뀌게 했다.
얼마 전에 집에 갑자기 정전이 돼 허겁지겁 줌(zoom) 강의를 취소하고 손발이 묶인 일과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해킹으로 인해 며칠간 개스 스테이션에서 주유를 하기 힘든 경험도 했었다.
코로나 팬데믹, 정전, 주유 사건 모두 허를 찔리는 ‘갑작스런 일’ 이었다. 그 ‘갑자기 일어난 일’에 좀 더 겸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가치관의 변화는 ‘아무데서나 전시회 하기’다. 예전에는 갤러리 시설 수준은 물론, 갤러리 주인의 마인드까지 따지면서 개인 전시회 장소를 엄선해왔었는데 그 방식을 내려놓고 길거리라도 선한 장소라면 어디에서든지 작품 전시회를 갖고 싶어졌다고 한다.
그의 버킷 리스트 첫 번째는 ‘프랑스에서 그룹전 하기’. 아무 연고, 인연도 없는 프랑스에서 사진 커뮤니티 멤버들과 함께 그룹 전시회를 하고 싶은 것이다.
두 번째는 ‘시리즈 작품집 완성하기’다. 현재 시리즈로 작업 중인 ‘That Is Who You Are’라는 작품집이 있는데 작년에 첫 원고를 마무리하고 프린트 했다. 이 시리즈 작업을 적어도 열 번째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세 번째는, ‘가족과 함께 미국 대륙횡단’.
가족과 함께 사진으로 미국의 삶과 장면을 담으며 하는 횡단여행은 생각만으로도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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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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