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입자는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 대비
▶ 건물주는 기존 세입자 사정에 맞춰 임대료 조정해야
주택 구입 여건 악화로 주택 세입자들 사이에서 임대를 지속하려는‘스테이 풋’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최근 퇴거 절차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세입자의 사정을 감안해서 임대료를 조정하는 것이 현명한 건물주의 자세다. [로이터]
주택 구입 여건이 악화되면서 주택 임대를 지속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하루 다르게 오르는 주택 가격을 보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미련을 포기하고 당분간 임대를 이어가겠다는 결정이다. 주택 임대료가 상승세이지만 집값 상승폭에 비하면 견딜 만하기 때문에 최근 세입자들은 주택 구입 대신 임대 재계약을 많이 택하고 있다.
◇ 주택 구입 여건 최악
주택 세입자들로 하여금 현재 임대 중인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게끔 하는 ‘스테이 풋’의 원인은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주택 구입 여건이다.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모기지 이자율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도 주택 구입 능력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에 따르면 작년만 해도 약 32만 달러 수준이던 전국 주택 중간 가격은 1년 사이 무려 5만 4,080달러가 올라 현재 약 37만 4,080달러대를 기록 중이다. 1년 만에 집값이 약 17%나 뛰어 오르는 것을 본 주택 세입자들이 섣불리 내 집 마련에 뛰어들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국 주택 건설업 협회’(NAHB)가 발표하는 주택 구입 능력 지수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매매된 주택 중 중간 가구 소득 대비 구입 가능 가격대 주택 비율은 약 63%로 조사됐다. 지난해에 비해 하락한 수치로 10년 전의 약 79%에 비해 약 16% 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소득은 제자리지만 주택 가격이 급등해 구입자들이 구입 가능한 주택이 점차 줄고 있다는 조사 결과로 최근 주택 세입자들이 ‘스테이 풋’을 결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임대료 상승폭 훨씬 낮아
흔히 주택 구입과 임대를 결정할 때 소득 대비 비율을 먼저 따져 본다. 집값 대비 소득과 임대료 대비 소득 비율을 계산하면 어떤 결정이 유리한 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주택 임대료 대비 소득은 약 0.34인 반면 집값 대비 소득 비율은 약 0.22로 조금 낮다.
이처럼 주택을 구입했을 때 예상되는 비용이 임대를 결정했을 때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주택 구입에 나서려는 세입자는 많지 않다. 바이어들 간 벌이는 과열 경쟁과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임대료 상승폭과 주택 가격 상승폭을 비교해보면 왜 세입자들이 ‘스테이 풋’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최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반면 주택 임대료는 지난 1년 사이 약 1.1%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17%나 급등한 주택 가격과 비교할 때 임대료는 거의 제자리 수준으로 세입자들을 붙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입자들의 ‘스테이 풋’ 현상으로 현재 임대 주택 공실률은 약 6.8%로 2017년 대비 약 1% 포인트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 주택 가치 상승 임대료 인상에 영향 미칠 것
이미 큰 폭으로 뛰어 오른 주택 가격이 더 오를 경우 주택 임대료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이 단독 임대 주택을 대상으로만 실시한 조사에서는 올해 3월 임대료가 지난해 3월보다 약 4.3% 올라 2006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 가격 상승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주택 세입자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주택 임대료 상승세는 주택 가격 상승과 연관이 있다.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보유자들이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도 덩달아 뛰는 실정이다. 재산세 상승에 대한 부담을 임대료 상승으로 해결하려는 건물주가 많아져 주택 가격 상승세가 잠잠해지는 않는 한 임대료 역시 상승 압박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 재계약 시 임대료 인상 대비해야
‘스테이 풋’을 결정하는 주택 세입자가 늘면서 임대 재계약 사례도 늘고 있다. 임대 재계약을 실시하려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임대료 인상이다. 현재 주택 임대료가 상승세이기 때문에 재계약을 계기로 임대료를 올리려는 건물주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건물주가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을 올리려고 할 경우 임대 재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임대료 인상폭을 조정을 요구해 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임대료 연체 세입자로 인한 골머리를 앓는 건물주가 많기 때문에 그동안 임대료를 제때에 납부한 세입자라면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폭을 낮출 가능성도 크다.
◇ 건물주, 세입자 사정 봐가면서 임대료 조정해야
세입자가 임대료 조정을 요청할 경우 건물주도 협조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세입자가 임대료 조정을 요청했다는 것은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납부할 의지가 있다는 의미다. 만약 기존 세입자에 의한 연체가 발생하면 퇴거를 실시해야 하는데 최근 퇴거 유예 조치 등으로 마음대로 세입자를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 건물주가 기존 세입자의 임대료 부담을 일시적으로 덜어주는 방법으로는 탄력 납부, 일부 납부, 연체료 유예, 디파짓 활용 등이 있다.
▶탄력 납부: 세입자 소득에 따라 렌트비를 소액으로 여러 차례 분납하는 방법이다. 기존 연체료는 한시적으로 유예, 또는 인하할 수 있다.
▶일부 납부: 조금이라도 받는 것이 못 받는 것보다 낫다. 세입자가 납부 가능한 금액의 렌트비만 받고 연체료는 유예한다.
▶시큐리티 디파짓 활용: 임대 계약 체결 시 납부한 시큐리티 디파짓에서 미납 렌트비를 차감할 수 있다. 이때 건물주는 임대 계약 만료 뒤 세입자가 나갈 때 건물 훼손에 대한 수리비를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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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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