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저출산에 고심해왔으며 2020년 출산율이 0.84명으로 최저점을 찍고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아기 기저귀보다 노인용 기저귀가 더 많이 팔린다. 이탈리아에서는 산부인과들이 문을 닫고 있으며, 스웨덴에서는 학교들이 양로시설로 전환되고, 독일에선 수십만 채의 빈집이 헐려 공원이 되고 있다.
세계 최대인 14억 중국 인구도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중국센서스에서 인구증가율이 1960년대 이후 최저치를 보이자 결국 어제(31일) 중국정부는 산아제한을 폐지하고 ‘한가정 세자녀’ 허용조치를 발표했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올해 신생아 출산이 5만명이나 줄어들고, 미 전국적으로도 내년까지 30만에서 50만명의 출산이 감소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인구감소는 갑작스런 변화가 아니다. 수십년 동안 서서히 진행되어왔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그 속도를 앞당겼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집에 갇혀있던 격리생활 동안 베이비붐이 생길 것이 기대됐으나 현실은 반대였다. 실업과 불황을 겪으며 미래가 불안해진 젊은이들이 아이 갖기를 포기하거나 미룬 것이다.
현재 세계인구는 78억이 넘는다. 최근 몇세기 동안 폭발적으로 불어난 숫자다. 유엔 데이터에 의하면 BC 70,000년경 호모사피엔스는 1,000~1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다 BC 10,000년 이후 400만으로 갑자기 증가했는데 이유는 농업혁명 때문이었다. 수렵채집에 의존하던 인간이 정착해 동물을 가축화하고 야생식물을 작물화하면서 식량생산이 늘어나자 인구가 불어났다.
그 전까지 사피엔스는 먹을 것을 찾아 계속 이동하는 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이를 많이 낳을 수가 없었다. 학자들에 의하면 이 시절 인류는 자연적인 번식조절 메커니즘을 이용해 4년 정도 터울을 둔 것으로 보인다. 수유 연장, 금욕, 낙태, 유아살해가 그것으로 이동에 부담이 될 때는 손이 많이 가고 동작이 굼뜬 아기, 장애인, 노인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AD 1세기가 됐을 때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에 2억명이 살고 있었고, 1500년에 5억명, 1800년에는 10억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200년 동안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는데 이는 산업혁명과 과학발전의 덕분이다. 특히 의학의 발전으로 백신과 항생제가 개발된 후 영아사망률이 대폭 줄고, 평균수명이 높아져 인구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은 1960년대 최고의 출산율을 보인 이후 정체됐다가 현재는 6년 연속 떨어지고 있다. 2020년 태어난 신생아는 360만명으로, 1979년 이래 최저다. 특히나 지난해에는 팬데믹 때문에 사망자가 18%나 늘었고 이민자 수는 줄어든 탓에 인구증가율이 더 둔화됐다.
인류는 왜 점점 아기를 적게 낳을까? 과거의 인구감소는 전쟁과 전염병창궐로 인한 것이었다.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돌았을 때 인구의 30~60%(1~2억명)가 사망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는 그와 다른 요인들로 출산율 저하현상이 나타난다. 1930년대 대공황시절의 급감이나, 2008년 금융위기 때 시작된 출산율 감소가 지금껏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것은 경제가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
또 하나 두드러진 원인은 출산 당사자인 여성들의 변화다. 교육수준과 경제력 상승, 여권신장과 낙태합법화 등에 따라 여성들에게 선택이 생겼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여자는 반드시 결혼해야했고, 결혼하면 금방 아이를 낳아야했고, 첫아이를 낳으면 둘째는 언제 갖느냐는 질문을 일상적으로 들었다. 그 외의 삶을 택하는 여자는 아주 힘든 길을 걸어야했다.
그러나 세대가 바뀌고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진 지금은 결혼도 선택이고 자녀출산도 선택이다. 더구나 석사, 박사까지 공부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아이를 늦게 낳고 적게 낳는다. 학자금 융자상환도 버거운데 갈수록 치솟는 자녀양육비 때문에 아예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만의 인생을 오롯이 즐기겠다며 부모 되기를 거부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인구가 계속 줄고 고령화되면 어떻게 될까? 노동자보다 은퇴자가 늘어나면 당연히 사회경제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편에서는 새로운 삶의 환경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일단 인간개체수가 줄면 생태계에 가하는 충격이 크게 줄어 생존에 적합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또 대량화, 대형화를 주도해온 글로벌 자본주의가 사라지고 작은 공동체사회가 도래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되면 노동에 허덕이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사회가 아닌, 개인의 행복을 더 중시하는 사회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구가 장기적으로 견딜 수 있는 최대 인구수는 19억이라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100년 전 1919년의 인구수가 그 정도였다. 그때의 지구환경에 첨단과학을 덧입히면 미래사회의 모습이 될까? 인류는 여전히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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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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