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오래 전부터 잘 알던 버지니아 주 정치인으로부터 내 사무실로 전화가 왔다.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그 때 나는 다른 일이 있었고 전화한 사람이 그 정치인 본인이 아니라 선거캠프의 담당 실무자였을 것 같아 전화 받은 직원에게 전화한 사람을 확인해 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정치인 본인이 직접 전화한 것이라고 했다. 오래간만의 전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직접 전화를 한 것을 보아 선거와 관련해 중요한 내용일 것 같아 받기로 했다.
그랬더니 오는 6월 8일에 있을 민주당 예비선거를 앞두고 한인 사회의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선거일을 얼마 앞두고 이제 한 시간, 한 푼이 아쉬울 시점이라 과연 어느 정도나 한인들의 표를 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가늠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가 전화 대화에서 내게 던진 질문이 아팠다. “한인들은 예비선거에는 많이 참여하지 않죠?” 라고 물어 왔다. 나의 대답이 궁색해졌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요즈음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 수준은 놀랍다. 이미 한인 유권자들의 규모와 투표율을 다 파악하고 있다. 가뜩이나 본선거에서도 다른 그룹에 비해 낮은 투표율을 보이는데 예비선거에서는 훨씬 더 그렇다는 것은 내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래도 한인 사회를 무시할 수는 없으며 무시하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올해 선거에서는 두 명의 한인 후보들이 처음으로 출마해 과거에 비해 좀 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
물론 그 두 후보자들 중 한 명은 이미 자신이 소속된 공화당에서 주 하원 40지구의 후보자로 확정되었기에 6월 8일의 예비선거는 치루지 않지만, 주 하원 86지구에서는 한인 여성 후보인 아이린 신이 현역 의원을 상대로 도전장을 냈기에 적어도 그 지역에 사는 한인 유권자들은 민주당 예비선거에 좀 더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대화를 하면서 아쉬운 것은 언제쯤 우리 한인 유권자들은 항상 투표권을 행사하는 모범 민주시민으로 인정받을 날이 올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아쉬움은 내가 처음으로 선거에 출마했던 1995년에 비해 그렇게 크게 줄지 않았다.
여러 다양한 인종, 민족 출신의 주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미국과 버지니아 주에서 지난 몇 년간 한인사회의 ‘힘’이 점점 더 빛을 잃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인사회보다 더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중국인, 베트남인 커뮤니티 그리고 급격한 정치력 신장을 보이고 있는 인도계와 무슬림계 사회에 가려 과거에 조금씩이나마 그래도 존재감을 보였던 자존심마저 내려 놓을 수 밖에 없는 지경에까지 와 있지 않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물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우리 모두가 서로 협력하고 배려해야 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한인 사회의 존재나 힘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이상적인 상황에서는 의당 그래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만큼 그러한 이상적 상황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우리의 몫을 챙길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준비, 노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 선거 참여이다.
내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지 말고 그런 한 표, 한 표가 모여 무시하지 못 할 큰 표가 될 수도 있고, 그 단 한 표에 당락이 갈릴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 나는 지난 2009년에 열렸던 페어팩스 카운티의 브래덕지구 수퍼바이저 보궐선거에서 불과 89표 차이로 낙선한 적이 있다. 그래서 적은 표의 위력을 직접 체험했다.
버지니아 주 거주 한인 유권자들은 우선 이번 6월 8일의 예비선거에 모두 참여해 보도록 하자. 그 예비선거는 민주당원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나는 주지사 후보로는 4년 전에 주지사를 했던 Terry McAuliffe, 부지사 후보는 Hala Ayala, 그리고 주 법무부장관(Attorney General) 후보로는 현역인 Mark Herring을 지지한다. 한인 유권자들 모두 여러 후보자들에 대한 검토를 하고 투표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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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 변호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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