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달콤하고 좋아도, 괴롭고 힘들어도, 어차피 꿈이라면 깨야 한다. 괴로운 꿈이라면 더더구나. 그러나 이것이 꿈인 줄도 모른다면...그 뭐든 뜻대로 안되는 갑갑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너무 갑자기 더웠다가, 추웠다가, 5월 같지 않았던 5월도 어쨌거나, 꿈결같이 사라졌다. 영화사 뜰의 봄꽃들도 어리둥절 일찍 폈다가 일찍 사라지고, 영원할 거 같던 코비드도 슬슬 사라지는 기세다. 모든 건 사라진다, 어김없이 명백하여, 슬픈 반면, 좋기도 하다. 굳이 저 장자의 '나비'나, 김만종의 '구운몽'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그저 삶이 꿈같이 실체가 없는 것임을, 봄꽃 사라지는 이 순간에도, 처절히 알아진다. 이 중만 그런 것인지, 사람들은 꿈이거나 말거나, 영원을 사는 듯이 보이고, 영원이 저기 어디 있는 듯, 장차 걱정에, 장차를 위해 산다. 늙어, 몸이 스러져가는 건 당연한 것인데, 장차 언젠간 나을 줄 안다. 한 보살님은 70에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고, 지금 80에도 여전히 나으면 절에 오신다 한다. 그런 날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언젠가'를 위해 사시면서, 현재가 얼마나 늘 괴로울까 싶다. 스러짐을 받아들이면 하루아침에 병이 낫는다. 병이 아니고 늙음, 이기 때문이다. '인생일장춘몽' 한바탕 봄꿈인 줄 알면, 아, 그런거지, 하며 쉬울텐데, 그 꿈 깨기가 그렇게 어렵다. 더러 악몽을 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귀신에 쫓기거나 하는 그런 무서운 악몽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악, 하는 순간이다. 누군가에게 쫓기다가 딱 잡히는 순간, 낭떠러지에서 뚝 떨어지는 순간, 옆구리를 확 찔리는 순간, 소스라치며 꿈에서 깨게 된다. 절대절명의 순간이다. 마음 깨침도 마찬가지다. 해도 안된다고만 할 일이 아니다. 궁극에 극심하게, 치열하게 부딪쳐봤는가,이다. 정말로, 확실히, 간절히, 이 꿈을 깨고 싶은가,이다. 절실히 깨고자 하지 않으면 깰 수도 없다. 무언가에 쫒기다 막다른 벽에 부딪쳐, 속절없이 당하거나, 이를 악물고 맞서거나, 그 절대절명의 순간에, 머리를 한방 얻어맞고서야, 화들짝, 깨는 것처럼, '은산철벽'에서 뛰어내려봐야, '소뿔 끝에 갇힌 쥐처럼,' 진퇴양난의 죽음을 목전에 봐야, 삶에서 그렇게 깨어난다. 이 꿈이 달콤하고 좋아도, 괴롭고 힘들어도, 어차피 꿈이라면 깨야 한다. 괴로운 꿈이라면 더더구나. 그러나 이것이 꿈인 줄도 모른다면, 꿈속처럼, 목소리를 내려 해도, 안나오고, 뛰어도 제자리인, 그 뭐든 뜻대로 안되는 갑갑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악몽에서 화들짝 깨어나는 그 순간만큼은, 생생히 깨어있는 것처럼, 삶을 그렇게 여실히 보고 살라는 것이, 저 <금강경> 사구게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의 가르침이다. 세상 모든 것이, 꿈과 같고 허깨비 같으며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개불과 같다고. 그 실체를 잘 보라,고. 모든 현상은 물거품처럼 잠시 일었다 사라지며, 꿈이나 그림자같이 본질이 아니며, 번개불처럼 찬란해도, 순식간에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란 뜻이다. 혹시라도 못 알아챌까봐, 헛된 것은 다 빌려왔건만, 알아차리는 이 많지 않다. 허망한 거 깨쳐서 좋을 게 뭐냐, 싶으신가. 그렇다면야 그리 살아야지 뭐 어쩌겠는가. 그러나, 그게 다이겠는가. 내가 이슬이라면, 곧 스러질 것을 안다면, 꿈이어서 헛된 것임을 안다면, 치열하게 깨달아 안다면, 삶을 대하는 마음이 그 이전과는 아주 많이 달라진다. 삶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굴곡에 편안해지고, 삶의 질이 확 달라진다. 부처님을 믿으면 부자가 되고, 오래 살고가 아니다. 살고 죽는 것이, 고통과 손실과 상처와 행복이...오고 가는 것이, 세상만사가 꽃피고 지는 일처럼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다. 무서운 꿈에서 깨어나는 그 순간처럼, 안도와 편안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삶을 내 뜻대로 편안히, 이것은 상상 이상의 가치다. 깨침이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겪어본 이는 너도 하라, 고 말을 안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가 아니고,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조사 스님들께선 누구나, 고금을 통해 말씀해왔다. 힘든 꿈에서 깨어나라고, 마구 흔들어 잠깨워 주시는 것이다. 얼마나 감사한가. 모두 꿈 깨어 자유롭기를, 그리하여, 언제 어디서나 탕탕, 세상만사 까짓거, 부처님 제자답게 그렇게, 자유롭게 살기를. 부처님 오신 달에.
<동진 스님 (SAC 영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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