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전문의
복통은 누구나 겪을 수 있은 매우 흔한 증세이다. 그 중에서도 윗배에 느껴지는 상부 복통이 가장 많다. 이런 경우 대부분 위장에서 발생하는 증상으로 인한 통증이라 볼 수 있다. 위산역류증이나 위염, 위궤양 등과 같이 위장 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복통이 85-9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 10-15%는 위장 질환이 아닌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상부 복통의 원인을 찾을 때, 증상에 따라 위장 질환 치료와 식습관 개선으로도 효과가 없고 만약 위내시경 검사에서도 정상인 경우라면 나머지 가능한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
첫번째로 살펴볼 것은 바로 위장 뒤에 위치한 췌장이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관인데, 췌장의 여러 기능이 잘 이뤄져야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가 섭취한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효소를 분비하는 역할이다.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인슐린을 분비하여 당의 흡수를 도와 일정한 혈당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 췌장에 염증이 생기면 만성 또는 급성으로 췌장염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복통이 생긴다. 통증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허리까지도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 상부 복통 외에 다른 증상들도 위산역류증의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 속이 미식거리거나 구토 증상이 있기도 하고 식사 후에 복통이 더 심해진다는 환자들도 있다.
그러면 위산역류증과 췌장염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환자가 느끼는 증상만으로는 두가지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제산제를 복용해도 상부 복통이 나아지지 않으면 혈액검사를 통해 췌상상태를 본다. 췌장에 염증이 있는 경우에는 혈액검사에서 지방분해 효소인 리파아제와 당 분해 요소인 아밀라아제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복부 초음파나 CT 촬영을 통해서 췌장염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성췌장염의 경우에는 복부 이미지 촬영에서 석회화가 보인다. 확진 후에 주치의에게 알맞은 치료를 받도록 한다.
두번째 원인으로 담석증(cholelithiasis)이나 담석산통(biliary colic)이 있을 때 상부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담석산통은 기름진 음식을 먹고나서 발생하기 쉽다. 담낭은 오른쪽 윗 부분에 위치해있는데 가끔씩 윗배 중앙쪽에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연관통(referred pain)이라고 하는데, 내장질환의 경우 신체의 일정한 피부 부위에 투사되어 다른 곳에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위산역류와 구분하는 방법은 마찬가지로 초음파 또는 CT 촬영으로 담낭이 부어있거나 결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담낭 통증이 심하다면 급성 담낭염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지 검사 상 이상이 발견되는 것과 함께 혈액검사에서도 간 수치와 백혈구 수치가 비정상으로 나오게 된다. 기존에 담석이 있던 환자들은 특히 상부 복통이 있을때 담낭에 관한 질환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소화기관과 상관없이 심장에 관한 증상이 상부 복통이나 복부에 불편감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며칠 전, 필자의 오랜 환자분인 70세 남성 환자가 최근 계속해서 소화가 안되고 속이 답답한 증상을 호소하며 진료실을 방문하였다. 윗배 통증이 조금 있고 탄산음료를 마시고 나면 잠깐 속이 괜찮은 느낌이 들다가 증상이 점점 더 심해져 주치의를 찾게 되었다고 하였다.
보통 심장에 관한 문제일 경우 호흡곤란, 부정맥, 구역질과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환자분은 소화가 힘든 것 외에 다른 자각 증상은 없었다. 진찰 시 윗배를 만질 때 불편하거나 통증은 없었고 심장맥박이 좀 빠른 편 외에 또 다른 이상은 없었다. 진료가 거의 끝날 무렵 환자분 얼굴을 자세히 보았더니 이마에 땀방울이 반짝거리는 것이 보였다. 더 가까이 보니 얼굴 전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환자 본인은 느끼지 못한 채 계속해서 땀이 나는 모습을 보자마자 심장 질환에 관한 의심이 들었다. 곧바로 심전도 검사를 하였더니 역시나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다. 지난 일주일간 환자에게 심근경색 증상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땀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 반응 중 하나이다.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심장이 힘들어지면 체온이 올라가고 올라간 체온 유지하기 위해 땀이 배출되는 것이다. 심근경색 진단을 듣고 처음에는 환자가 전혀 믿지 못하였다. 그동안 식사 후 체한 걸로만 확신했는데 갑자기 심근경색이라고 하니 믿을 수 없었다고 하였다. 911을 불러서 구급차로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였고 현재에도 입원 중인 상태이다. 단순히 체기라고 넘기고 진료실을 찾지 않았다면 훨씬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다.
결론은, 단순한 상부 복통이라도 꼭 위장 관련 증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잘못된 식습관이나 생활패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위장관련 질환이 그 원인이 되겠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다른 질환의 가능성도 고려해봐야 한다. 만약 복통 증세가 계속 지속되거나 더 심해진다면 참지 말고 즉시 주치의를 찾기 바란다. 단순 복통이라고 참고 넘기는 것이 어쩌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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