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삐라) 살포가 남북 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적지에 삐라 살포는 이미 한물간 낡은 교란, 선동행위이다. 지금은 컴퓨터 시대다.
북한에도 250여 만대 이상의 셀폰(Hand Phone)을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CD, 비디오 등이 대량으로 밀반입되어 북한 당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한 문화의 유입으로 북한 인민들의 생활양식이나 언어 습성까지 바뀌었다고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남한 비디오를 보다가 적발되면 10년형에 처한다는 포고령을 내려놓은 상태다. 이런 판국에 전단(삐라)를 살포하며 기고만장하는 게 어울리기나 하는지 의아스럽다.
게다가 1달러짜리 5,000장을 50만장 전단에 뒤섞어 뿌렸다는 발표는 더한층 의도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과연 삐라 대북 살포가 시의에 맞는 그리고 현명한 일인지 납득이 안 된다.
남과 북은 이미 상호비방금지(방송, 유인물 포함)를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를 먼저 깬 것은 북한이다. 북한이 합의를 어기고 대남방송을 틀어놓다가 남한의 맞대응 방송에 확성기 성능이 열세를 보이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사실이 있다. 그리고 대남 전단 살포는 효용성과 제작비용 부담으로 중단하고 있는 상태다. 북한은 정치, 경제, 제반 상황이 긴박하여 조만간 붕괴 상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남북합의 내용 중 겨우 하나를 지켜오고 있는 것이 ‘상호비방 중단, 전단살포 금지’조항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은 사사건건 우리를 트집 잡고 협박을 일삼고 있는 중인데 ‘대북전단 살포’야 말로 우는 아이 뺨 때리는 격이 아닌가.
북측은 “남조선은 말끝마다 평화공존을 제안해 오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존엄(김정은)을 비난, 욕보이고 있다”라며 길길이 뛰고 있다. 북측의 발작적 협박에 겁내는 게 아니다. 양측 간 화해의 길을 모색하자 해놓고 전단 살포를 하는 것은 도발이요, 내부 교란 선동이라는 것이 북측의 불만임을 참작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에 반발 빌미를 제공하는 셈일 수도 있다. 북한이 먼저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는 당하고만 있느냐는 항변도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냄새나는 자와 뒤엉키면 둘 다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대화의 실마리마저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하고 있는 ‘자유북한 운동연합’은 탈북 동포들이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분들의 북한에 대한 분노와 탈북 용단이란 의거를 높게 평가하는데 인색할 의도는 없다. 그러나 반북 투쟁은 탈북단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북관계에 있어서 초법적 행동까지 용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전단 살포 고집은 전쟁 논리로 해석될 수도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인이 돼라(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는 격언이 있다. 일단 대한민국에 왔으면 누구를 막론하고 대한민국 법을 따라야 한다. 나라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어기면 제재를 받게 마련이다.
남북통일 문제가 원한이나 분노의 표출로 해결될 수 있겠는가. 민족 전체의 최대공약수와 정리된 요구사항을 양측 정권 차원에서 풀어가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편에 서서 남한을 공격해 온다”라는 요지의 ‘여적죄’로 고발을 했다던데 심한 망발로 판단된다.
박상학 씨는 전단 살포 금지를 언론탄압이라고 격분하는 모양이던데 대북 발언을 함부로 하는 것이 언론자유라는 주장 또한 황당 억지 논리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어기면 3년형에 처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반북을 빙자하여 제 맘대로 행동하고 오히려 우리 내부를 교란 분열 책동하는 자들에 추상같은 법의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고충도 참작할 만한 점이 있다.
소크라테스는 로마 법정에서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
‘악법도 법이다(A law is a law, however undesirable it may be).’
이런 어록을 여기에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민족의 숙명인가. 갖가지 감회가 겹친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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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 전 한민신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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