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을 쓰고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까지, 미디어에서는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기 다른 반 아시안 혐오 사건들을 꾸준히 보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수 많은 아시안들에 대한 인종 차별 범죄들에 대한 기사가 보도 되고 있기에 이것이 단순 ‘해프닝’이 아닌, 훨씬 더 심각한 사태라는 인식이 높아지는 듯하다. 그나마 다행히도 반 아시안 혐오와 증오 범죄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촉구하는 글들과 함께, 이 범죄들로 인해 피해자가 입게 되는 신체적 그리고 정신적 트라우마 치료를 돕기 위한 성금 운동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높아진 관심과 더불어 아시안들에 대한 혐오와 연이은 범죄들을 바라보는 시각들도 더더욱 눈에 띈다. 간단하게는 이런 범죄가 계속 일어나는 것에 대한 분노 표현에서, 더 안타깝게는 이런 기사들에 달린 댓글에서 또 다른 혐오의 반응으로 댓글 창이 가득 메워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중국인들에 대한 범죄를 자업자득이라고 보는 반응부터, 미디어에서 보도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의 가해자들은 유색인종, 특히 흑인들이 대부분이기에, 흑인들에 대한 차별과 혐오 표현 또한 가득한 것이 사실이다.
몇 번이고 많은 사건과 폭력의 현장을 어떠한 여과 장치 없이 고스란히 보여 줄 수 있는 미디어들로 가득 찬 시대에, 피해자의 두려움과 트라우마는 그들의 것 만은 아니다. 화면 안에 보이는 피해자의 겁에 질린 모습과 언어 폭력 또는 신체적 상해를 당하는 모습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되어 돌아와 가해자에 대한 깊은 분노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피해자와 같은 시각으로 사건을 보고는 한다. 하지만 혐오에 맞서는 자세와 과정에서 우리 또한 가해자 일 수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발생 되었으니, 중국인들은 당해도 싸다’ 라던지, ‘흑인들이 그럴 줄 알았다’ 라는 말들은 가해자들이 했던 그릇된 생각 (예를 들어, ‘아시아에서 처음 발생한 바이러스 이니, 그들이 당해야 해’ 라거나, ‘아시아인들은 다 이상한 것들만 들여오지’ 라는 생각, 즉 국가와 사람을 동일시 하고, 그 구성원들을 계층화 하여 생각하는 방식)과 별 반 다를 것이 없다.
현 상황에서 가해자들의 폭력과 증오를 두둔하거나 이해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공평하고 옳지 않은 것들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는 당연히 내어야 한다. 그 목소리들이 지금 표출 되고 있는 혐오가 잘못 된 것이란 것을 알리고, 범죄로 직접 또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많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또 발생할 지도 모르는 범죄와 희생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혐오 기저에서 작동하는 것들, 즉 사람들이 누군가를 혐오 하게 끔 만드는 상황이나 특정 사회적 인식과 관점, 역사와 구조에서 비롯된 것 인가에 대한 고찰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 자세는 결코 혐오 바탕에 깔려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해 줄 수 없다. 또한 서로를 배척하고 평면적으로 밖에 볼 수 없게 하는 프레임 안에 가두는 것은 기존의 증오 범죄를 가능하게 한 혐오의 논리를 똑같이 수용하는 것이 된다. 이런 생각들은 계속된 증오 범죄와 혐오를 낳을 뿐, 결코 우리의 안전을 지켜줄 수 없다.
지금 우리 자신을 지키고 연대 해야 함은 분명한 일이다. 그리고 어떻게 안전한 삶을 요구하고 보호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생각과 행동은 계속 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혐오에 대응하기 위해’ 라는 명목으로 또 다른 혐오를 생산하고 있다면, 우리의 노력은 이 혐오가 나오게 된 원인에 맞서기 보다는, 오히려 재생산하는데 일조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혐오에 맞서는 방식이 그릇된 고정관념과 사고방식을 굳히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이들이 그럴 듯이, 이것이 결코 쉽거나 ‘옳다’고 느끼는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에 가담하기를 거부해야 한다.
<이은정 휴스턴대학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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