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뉴스다.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닌 다음에야 이런 뉴스들을 외면하면서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 특히 테크놀로지 발달로 소셜미디어가 생활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우리는 주 7일 하루 24시간 뉴스에 노출돼 있다. 시시각각 경보음과 함께 온라인이나 TV에 뜨는 ‘뉴스 얼러트’와 ‘브레이킹 뉴스’는 도무지 외면하기 힘들다. ‘뉴스의 홍수’라는 도식적 표현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뉴스에 우리는 갈수록 압도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뉴스들은 우리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 그만큼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일까. 점차 많은 사람들이 뉴스에 중독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뉴스의 효용을 둘러싼 논쟁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논쟁의 한 극단에는 ‘뉴스 무용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입장의 대표적 논객은 스위스의 작가인 롤프 도벨리다. 그는 한 신문 기고를 통해 “뉴스는 해로울 뿐”이라는 도발적 주장을 제기해 후속 논쟁을 촉발시킨 바 있다. 그는 “매체가 던져주는 뉴스는 우리에게 한 입 거리의 사소하고 얄팍한 이야기에 불과하며 이런 종류의 뉴스는 우리에게 어떤 포만감도 주지 못한다. 깊이 없는 뉴스들을 중독자처럼 먹어치운 부작용은 설탕과 술, 그리고 패스트푸드와 담배의 부작용과 비슷하다”고 잘라 말한다. 클릭 수를 올리려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올라오는 쓰레기 같은 뉴스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런 주장에 대해 “위험한 발상”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소수의 특별한 사람들은 뉴스 없이도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다수에게는 뉴스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뉴스를 외면할 경우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두 입장이 대립하고 있지만 깊이 있는 탐사 저널리즘과 안목 있는 뉴스의 중요성에는 비슷한 생각을 나타낸다. 뉴스소비자들을 올바른 판단으로 이끌 수 있는 객관적이고도 깊이 있는 심층보도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공감대이다. 하지만 뉴스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현재의 지배적 방식을 볼 때 과연 이런 원칙론이 현실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뉴스의 역할에 관한 각자의 입장과 판단을 주관적인 측면이라 한다면, 지나치게 많은 뉴스소비가 건강에 미치는 위험과 해악에 관한 의학적 발견은 객관적 사실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나쁜 뉴스, 부정적 내용의 뉴스들일 경우 더욱 그렇다.
생존을 위협받는 것 같은 느낌의 상황에 직면할 때 인간은 일단 ‘투쟁, 도피 혹은 경직’(fight, flight or freeze)의 반응을 보인 후 다시 편안한 상태로 되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트라우마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면 안정된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방해해 결국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 실시된 조사에서 급성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던 집단은 관련 뉴스를 가장 많이 접했던 사람들이었다. 테러 현장에 있던 사람들보다도 높았다. 이런 뉴스를 너무 많이 보고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면역계가 교란되고 신경계가 자극 받아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그러니 신문과 방송 그리고 소셜미디어가 코로나19와 자고나면 터지는 총기참사, 그리고 증오범죄 등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뉴스들로 온통 도배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 속에서 어떻게 뉴스를 소비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우리의 건강을 위해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이슈라 할 수 있다. 현 상황의 위험도를 판단하고 대처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길은 뉴스밖에 없다. 뉴스소비자들에게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필요를 충족시키면서도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뉴스소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일단 접하는 뉴스의 양을 줄일 수 있는 데까지는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뉴스소비 역시 ‘과유불급’이다. 부정적 내용일 경우 더욱 그렇다.
그리고 TV 같은 영상매체보다는 신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임상심리학자들은 조언한다. 시각적으로 목격하는 내용은 읽거나 듣는 내용보다 훨씬 임팩트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범죄뉴스가 보도되는 야간 TV뉴스를 본 시청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신이 사는 지역을 한층 더 위험한 곳으로 여긴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팬데믹은 뉴스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과 절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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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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