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는 비대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이나 화상회의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일반 생활도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장을 보고, 갖가지 쇼핑을 하며 음식을 배달해 먹으며 레스토랑 이용시에도 QR 코드 이용 후 체크인한다. 손가락 하나로 하루에 한 번은 사용하는 앱들인 쿠팡, 배달의 민족, 마켓컬리는 우리 세대에게는 획기적인 삶의 수단이며 그동안 이런 앱이 없이 생활을 어떻게 했나 싶다.
예전엔 전화 배달로 가능했던 음식으론 짜장면, 피자 아님 분식이었다면 요즘은 방어회, 삼겹살과 쌈, 낙지볶음, 냉면 냉커피와 디저트 등 별의별 메뉴를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최상의 퀄러티로 먹을 수 있게 앱을 통해 배달이 가능하다보니 요즘은 앱을 사용할 줄 모르면 입맛대로 먹고 싶은 것도 먹지 못하는 시대가 왔다.
오랜만에 온라인 뱅킹이 할 수 없는 일을 처리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은행은 방역에도 철저했다. 은행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손을 내리면 온도가 바로 측정되며 세정제가 쭉 짜지는 최첨단 기구가 나를 반겼고 모든 의자에는 띄어 앉으라는 거리두기 스티커가 큼직큼직하게 붙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더 한산한 은행에선 옆 창구에서 말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아니 도대체 전화로는 더 이상 하고 싶은 의지가 안 생기게 그 직원이 설명을 하잖어 이게.. 어?? 아니, 그래서, 내가요, 이거를 깔았는지 확인이 안되잖아요.. 이게 확인할 방법도 없고, 나 참..”
뭔가 목소리에 답답함이 가득차 옆을 힐끗 보니 70세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분이 본인 핸드폰을 들어올리며 은행 창구분에게 호소를 하고 있었다. 이 은행 창구 분이 점잖게,
“네 아버님, 앱은 깔으셨어요?” 하니
“아니, 앱이랑 어플이랑 다른게 뭐유? … 당연히 깔았지!! 봐봐!! 여기!!”
“아버님, 안 깔으셨어요….”..
“아 그래? 여기 xx 은행라고 있잖아!”
“아 그건 광고 문자입니다….”
정말 들을수록 “웃픈”(웃기지만 슬픈) 내용이었다. 그 분 어깨를 살짝 토닥거려 드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얼마나 여러 번 시도하다 답답하셨으면 은행으로 발걸음까지 하신 후 저렇게 하소연하시는 것일까. 하지만 요즘 그런 분들이 한 둘이 아닐 거란 생각을 했다. 이 분은 그래도 육체적으로 정정하시니 은행으로 직접 와 말씀이라도 하셨겠지만, 거동이 불편하시고 스마트폰 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세대들은 이 비대면의 국면과 빠르게 변하는 테크놀로지의 세상에 어떻게 적응을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직접 이야기를 하고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세대들, 또 보고 만져봐야 믿는 세대들은 요즘 같은 비대면이 너무도 어색할 만하다.
코로나-19와 맞닥뜨린 요즘 날이 갈수록 발달하는 새로운 앱의 개발, 편리와 효율성의 증진은 우리에겐 더욱이 편리함과 효율성을 선사하지만 이에 발맞춰 가려는 우리 부모님 세대인 60-70대 분들에게는 버거울 듯도 싶다. 앱을 깔고 사용하는 법은 유튜브를 통해 단계별로 설명 해주기도 하고, 설치 단계를 차근차근 알려주는 앱들도 있지만, 깨알같이 써 있는 설명을 읽으며 동시에 앱을 설치한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 외에 로그인과 비밀번호 역시 요구하는 사항이 앱 마다 다르다 보니 그 비밀 번호를 기억하는 것 또한 일이고, 은행 같은 경우는 본인을 인증해야 하는 공인인증서를 폰에 저장해 놓아야 하고, 요즘 어르신들이 폰을 들고 “내가 나인데, 왜 자꾸 인증을 하라는건지”라며 푸념을 늘어놓으신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갈 정도로 신세계를 맞이한 어르신들이 안쓰럽게 보인다.
먹고 싶은 음식쯤이야 배달 안 해먹어도 되고, 화상 통화나 회의는 굳이 할 필요는 없겠지만, 은행 거래나 관공서의 행정 업무같이 꼭 필요한 것들이 이제는 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대다수의 것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에 발빠르게 따라가지 못하여 도태되고 있는 세대들에 대한 보안도 그에 따라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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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진 국제개발금융 투자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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