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세는 미국-한국사회 연결하는 가교역할 적임자
▶ 다음 세대 위해서도 똘똘뭉쳐 우리 목소리 제대로 내야
지난 7일 본사를 방문한 해롤드 변 VA 주하원 40지구 후보가 선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한인밀집 지역인 버지니아 주하원 40지구에서 한인 정치인 탄생이 기대되고 있다.
공화당 해롤드 변 후보가 버지니아 주하원 선거에 도전, 버지니아 최초의 아시아계 공화당 주하원 의원이 탄생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하원 40지구는 한인밀집 지역인 센터빌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게인스빌, 헤이마켓, 북쪽으로는 헌든, 섄틸리, 남쪽으로는 클립턴, 페어팩스 스테이션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한인인구가 20%를 차지하고 등록된 한인유권자는 3천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득표수: 15,913)가 공화당 후보(14,457)를 불과 1,456표 차이로 이겼던 만큼 한인유권자 3천명은 당락을 좌우할 ‘캐스팅 보터’(casting voter)로 인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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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나이에 출마한 이유는?
▲ 한인 1세는 미국사회를 잘 모르고 2세는 한인사회를 잘 모른다. 때문에 1.5세인 저는 미국사회는 물론 한인사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다.
한인 1세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키워낸 한인 2세들은 다 어디 있는가. 공부도 잘 해서 좋은 대학에도 많이 들어가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그들은 도대체 다 어디에 숨었는지 정작 한인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
- 한인 이민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 나서주겠지 하는 안일함이 문제를 키웠다. 언제까지 소수계 이민자라는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둬둘 것인가. 그저 나그네로 살기위해 미국에 오지 않았을 텐데 본인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 자녀들도 그렇게 주변에서 눈치만 보며 살게 하지는 말자.
한인 1세들의 겸양은 미국에서 통하지 않는다. 때로는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우리의 요구를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야 기름칠을 하듯이 소리를 내야 문제가 있는지 알게 된다. 소수계는 숫자가 적은 만큼 더 큰 소리로 외쳐야 한다.
- 미국에는 언제 왔나?
▲ 1969년 휘문고 1학년 때 미국에 왔다. 버지니아 알링턴에 위치한 웨이크필드 고등학교에 편입했으나 여느 이민자와 마찬가지로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인종적 편견과 차별을 견뎌내야만 했다.
월남전이 끝나가던 1973년 징집명령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육군에 입대했다. 한국도 아닌 미국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3년간의 군생활을 하게 됐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군대에서 영어도 배우고 미국의 문화도 익힐 수 있었으며 GI장학금 등 대학 진학에도 도움이 됐다.
- 정계진출은 언제부터 준비했나?
▲ 대학을 졸업하고 연방공무원으로 특허청에서 34년을 일했다. 오랜 시간 정계진출을 준비해왔던 가운데 지난해 은퇴를 앞당겨 버지니아 주하원에 도전하게 됐다. 고소득 전문직을 포기하고 연봉 3만 달러의 파타임 정치인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선거를 앞두고 개인이 아닌 한인사회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정치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최근의 아시안 증오범죄들을 보며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우리는 누가 때려도 악 소리도 못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invisible) 존재일 뿐이었다.
- 아시안 차별과 증오가 심각하다. 우리가 뭘 해야하나?
▲ 연방 교통부 장관을 지낸 노먼 미네타는 어느날 동료 정치인으로부터 “영어를 잘 한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으며 “언제 미국에 왔냐”는 질문도 종종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태어난 일본계 4세, 정부 고위급 인사도 그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받게 되는 차별과 조롱은 피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아무리 영어를 잘 해도, 이민자의 얼굴을 한 우리들은 몇 대가 지나더라도 똑같은 일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내자.
- 당선되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 개인의 성공이나 출세의 발판이 아닌 오로지 한인사회 대변자라는 분명한 목표를 갖고 이번 선거에 도전한다. 공화당으로 출마하지만 한인사회 권익을 위해서는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상식에 따라 일할 것이다.
한인 정치인들 가운데에는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 오히려 한인사회에 피해를 주는 정치인들도 있다. 그저 당론에 따라 누가 피해자가 되는지도 모르고 앞장서는 우스운 꼴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른 아시아계와 비교해보면 한인 정치인들의 소극적인 모습은 더욱 두드러진다. 일례로 인도나 베트남, 중동계 정치인은 다른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커뮤니티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다. 그 만큼 자신을 후원하는 커뮤니티가 든든하고 이들이 정계에 나선 이유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소수계 이민자가 아닌 당당히 지역사회 이슈를 주도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미주한인의 날을 제정하고 동해병기 법안을 통과시킨 저력으로 한인사회 권익을 위해 싸울 것이다. 경제, 사회, 교육적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우리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 아메리칸 드림이 위협받지 않는 미래를 위해 싸울 것이다. 나를 믿고 지지해 달라.
- 선거구 사정과 당선 가능성은?
▲ 주하원 40지구에서 1만5천표를 확보하게 되면 당선이 확실하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이었으나 지난해 반(反)트럼프 분위기를 타고 민주당 후보에 불과 5% 차이로 패하고 말았다. 근소한 차이로 양분된 만큼 한인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이 정도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특히 다른 두 명의 공화당 후보가 출마의사를 밝혔지만 공화당 지도부에서는 민주당과의 본선에 집중하기 위해 나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후보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주하원 40지구 탈환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남다르다. 한인밀집 지역인 만큼 한인 후보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한인사회 정치력을 시험받는, 한인사회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 주류사회에서는 한인유권자들을 어떻게 보냐?
▲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한인 유권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인구에 비해 투표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아무 말 못하는 사람들, 말할 기회를 줘도 포기하는 사람들, 이는 투표하지 않는 한인들을 바라보는 정치인들의 시각이다. 정치를 외면한 사람들을 대신해 싸워줄 정치인은 없다.
이번 선거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엄청난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한인타운에서 한인 정치인이 배출되는 감격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만 실패할 경우 역시 한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부정적인 인식은 다음 세대로도 이어질 것이고 이를 회복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나의 무책임 때문에 다음 세대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제발 투표에 참여해주시길 바란다.
■해롤드 변은? (변희용)
▦1953년생으로 1969년 고 1때 부친 변만식 씨와 함께 도미.
▦버지니아 커먼월스대(VCU), 버지니아대(UVA)를 졸업하고 연방특허청 공무원으로 34년 근무.
▦1986년 VCU 동문과 결혼,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 출석하고 있으며 딸(애슐리)은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
▦페어팩스 카운티 공원국 이사(13년), 페어팩스 카운티 중소기업위원회 부의장(4년), VCU 이사(6년), 버지니아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부위원장(4년)을 역임하며 한국어 투표용지 도입, 2018년 ‘로드 페어팩스’ 선정.
▦ 버지니아 한인공화당 회장·이사장, 미주한인재단 위원장, 워싱턴한인복지센터 이사장, 워싱턴한인커뮤니티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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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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