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코비드 팬데믹으로 극심한 몸살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연일 일어나고 있다. 3월16일 4명의 한인을 포함 8명이 생명을 잃은 애틀랜타 총격사건은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사건이다.
미국생활 50년에 지금처럼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컸던 때는 없다. 정치인들이 국민들 간의 극한적인 분열과 증오심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은 국민 분열을 조장하고 아시아인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조장시킨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바이든 현 대통령은 지난주 “아시안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에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고 법무장관 갈랜드도 아시안 증오범죄에 강력대응 하라고 지시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자들도 아시안 및 소수민족에 대한 증오범죄를 막는 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인사회는 차별대우에 저항하고 항의하는 네트워크가 허약하다. 그리고 한인들은 증오범죄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고발하는 정신이 약하다. 이것은 코리안 아메리칸 뿐만이 아니라 아시안 아메리칸 전반에 해당된다.
흑인 민권운동 지도자들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위시하여 대부분 교회 목사들이었다. 그들은 침묵하지 않았고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에 흑인 민권운동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반면 한인 민권향상에 적극적인 한인목사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얼마 전 두 아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시안 아메리칸 사회에 앨 샤프턴(Al Sharpton)이 있어야 한다”고 큰 아들이 주장했다. 즉 아시안 커뮤니티에 샤프턴처럼 성토하고 떠드는 행동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흑인 민권행동가로 명망이 높지만 한때는 일부언론으로 부터 조소를 받았던 샤프턴은 나도 싫어했던 목사다. 1990년 5월 한인 그로서리 불매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가게 주인 장모씨는 시와 연방정부에서 개입하여 해결할 때까지 6개월 동안 강하게 버티었다. 나도 그곳에서 과일과 야채를 산 일이 있었는데 수십 명의 흑인들이 상점 입구에서 불매시위를 했다.
골퍼들에게 잘 알려진 케빈 나(나상욱)는 1.5세 코리안 아메리칸 골프선수다. 37세의 케빈 나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다. 그의 용기있는 모습을 3월26일 WGC 매치 플레이 경기에서 또 볼 수 있었다.
그가 세계 1위 골퍼인 더스틴 존슨과 대결하고 있었다. 11번 홀에서 존슨은 8피트에서 퍼팅을 했으나 들어가지 않고 홀을 지나 1피트 정도에 볼이 멈췄다. 화가 난 존슨은 그 공을 파타로 쳐내버렸다. 케빈 나는 다음 홀로 가려는 존슨을 불러 세웠다. 한살 아래인 존슨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경기 예의에 벗어난 것에 대하여 경고를 주었다. 매치 플레이에서는 아무리 짧은 팟이라도 상대방이 승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세계랭킹 30위 선수가 1위 선수에게 경고를 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존슨이 케빈 나의 허락 없이 공을 쳐내 버린 것은 아시안인 상대방을 무시하는 태도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필자에게도 직업상 외국인 변호사와 또는 공공기관에서 직원과 언성을 높였던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리고 업무와는 관계가 없는 곳에서도 부당한 대우에 언성을 높였던 일도 수차례 있었다.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면 때때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다음은 언론인, 소설가, TV작가로 일본인 어머니와 유대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칼 토로 그린펠드가 3월27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에 기고한 글의 일부다. “아시안 아메리칸 특히 동아시안 아메리칸은 다른 소수민족에 비해 비교적 경제적으로 성공한 편이지만 정치 문화 경제적 면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마틴 루터 킹, 말콤 액스, 버락 오바마 같은 아시안 아메리칸이 보이지 않는다. 모범 소수민족(model minority)에서 보이지 않는 소수민족(invisible minority)으로, 그리고 지금은 사냥 대상 소수민족(hunted minority)이 된 아시안 아메리칸에게 정치적 문화적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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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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