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아시안 증오범죄에 대한 궐기대회에 두 번 연사로 초청받아 5분 메시지를 전했다. 이 행사에는 주 법무장관 및 연방의원들도 연사로 참석할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을 모두 자각하고 있어서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나의 연설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해서 한국일보 독자들과 공유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부디 이 나라를 위해서 기도해주기 바란다.
애틀랜타 총격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아시안 혐오반대 집회를 위해 함께 하여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무엇보다도 무분별한 폭력으로 인해 모친과 자매 그리고 할머니를 여읜 유가족 분들에게 마음 깊이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미국의 한 시민으로서 나는 이번 사건이 지난 40년간 이 땅에서 경험했던 가장 터무니없고 수치스러운 사건 중 하나라고 믿는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번 일은 적절한 교육을 받았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사람들을 호도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번 애틀랜타 사건은 일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선포 이후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해 발생한 수천 건의 혐오범죄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40세 아시아계 재즈 피아니스트가 자기 집 근처에서 한 무리의 낯선 사람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생후 4개월 된 아이가 있는 이 피아니스트는 병원에 입원했고 한동안 피아노를 칠 수 없었다. 손이 으스러졌기 때문이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가해자들이 스트레스를 풀려고 때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여기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체포된 이가 하나도 없다.
지난해 7월에는 89세 아시안 할머니가 길거리에서 두 명의 건장한 남성으로부터 얼굴을 맞았다. 그들은 뒤에서 할머니의 옷에 불을 붙였다. 다행히 불은 껐지만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도 있었고, 심지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다.
아시안 혐오범죄를 규탄하고 종식시키기 위한 미의회 결의안 908호가 2020년 3월에 발의되었고 6개월 후 채택되었다. 결의안은 비교적 평이한 단어들로 쓰여진 3문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결의안은 모든 공직자들에게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아시안 혐오감정과 인종차별, 차별주의 및 종교적 편협함을 규탄하고 종식시킬 것을 촉구하며, 아울러 연방 법 집행자들은 주 또는 지방 공무원들과 함께 힘을 합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연방 공무원들은 아시안 커뮤니티에 대한 혐오범죄와 사건 및 협박에 대해 신속하게 조사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수사보고서를 작성해서 범법자들을 기소할 것을 요구한다. 이 결의문은 미국 국가 지도자들에게 두가지 사항을 재차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 (1) 대화나 연설을 할 때 언어선택과 평등함을 유지하는 것에 신중을 기할 것 (2) 아시아계 시민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허위정보나 차별주의에 대항하여 맞서 싸울 것.”
나는 164명의 하원의원들이 이 명료하고 건전한 결의안에 반대 투표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나는 정말로 이분들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이해되지 않습니까? 여러분의 동료 미국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이 결의안에 반대한 당신들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 것입니까?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들은 또 어떤 메시지를 받았겠습니까?
앞에서 언급한 두 혐오범죄를 저지른 범인들이 왜 아직까지 체포되지 않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 두 범죄는 공공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자행되었다. 노인 여성을 공격한 두 남자는 감시 카메라에 포착되었는데도 말이다.
2천만 미주아시안 여러분, 이것이 우리의 집, 삶의 터전인 이 땅, 미합중국의 일부 지도자들의 현주소이다. 이제는 깨어나 우리뿐 아니라 우리들의 후손들을 위해 일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이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은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 그리고 법률제정자들은 결의안이 아니라 법안으로 만들어서 세부 행동계획과 예산을 배정해 시민들을 바르게 교육하고 오해를 살 만한 표현들을 바로잡아주길 요청한다. 이제는 말이나 규탄을 넘어 행동으로 보여주길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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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전 리치몬드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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