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이자율 급등으로 주택 구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준 최 객원기자]
자재비 상승 등으로 신규 주택 착공 실적이 예상 밖으로 저조하다. [준 최 객원기자]
최근 거침없이 오르는 모기지 이자율이 주택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그동안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했지만 낮은 이자율이 바이어들의 구입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하지만 최근 이자율이 급반등하면서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하는 바이어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CNBC가 보도했다.
◇ 집값도 오르고 이자율도 오르고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 1월 약 2.75%(30년 고정)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매주 연속 오르고 있다. 모기지 전문 매체 모기지 뉴스 데일리에 따르면 3월 셋째 주 시중 모기지 이자율은 이미 3%를 돌파해 약 3.45%로 치솟았다.
매튜 그레이엄 모기지 뉴스 데일리 최고 운영 책임자는 “이자율은 2월 초 대비 현재 약 0.75% 포인트나 올랐고 6주간 상승폭으로는 역대 최대”라며 “이자율이 급등하고 시장에 나온 매물이 씨가 말라가지만 수요는 좀처럼 줄지 않는 이상 현상”이라고 현재 주택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 치솟는 이자율에 바이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1년 전과 다른 점은 이 기간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것이다. 주택 시장 조사 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최근 주택 가격은 지난해보다 약 10%나 오른 상태다. 매물 부족 현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같은 가파른 주택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자재비 상승에 신규 주택 공급마저 막혀
턱없이 부족한 매물이 벌써 몇 년째 늘지 않는 것은 크게 두가지 원인 때문이다. 매물 부족에 셀러들이 선뜻 집을 내놓지 못해 현재 재판매 주택 매물 수준은 바닥을 향해가고 있다. 게다가 주택 건축 업계가 코로나19 여파로 신규 주택 공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 주택 공급마저 꽉 막혔다.
올해 신규 주택 공급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최근 건축 자재비 상승과 건축 인력난으로 2월 신규 주택 착공은 예상 밖으로 급감했다. 로버트 디에츠 ‘전국 주택 건설업 협회’(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년 동안 주택 신축 허가 건수는 36%나 늘었지만 건축 자재 공급난과 비용 상승으로 착공 실적이 매우 저조하다”라며 “최근 이자율 상승과 더불어 자재비 상승으로 올해 신규 주택 구입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라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130만 명 신규 주택 구입 능력 상실
신규 주택 분양 가격이 기존 주택 매물 가격에 비해 높게 형성된 지 이미 오래다. 최근 이자율까지 오르면서 신규 주택 구입 부담은 더욱 높아졌다. NAHB에 따르면 올해 신규 주택 중간 분양가는 약 34만 6757달러로 이자율이 약 3.25%대로 오르면 약 130만 가구의 신규 주택 구입 능력이 사라지게 된다.
재판매 주택 시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집을 내놓기를 꺼리는 셀러가 늘면서 3월 둘째 주 주택 시장에 나온 매물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24%나 감소했다. 최근 주택 시장에 나온 전체 매물 역시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매물 찾기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어가 올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구입 여건 악화에도 수요 줄지 않는 ‘이상 현상’
매물 부족, 집값 급등, 이자율 상승 등 내 집 마련의 길이 점점 더 험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수요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의 대니얼 해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 집 마련 욕구가 어느 해보다 높아 이미 올해 초부터 바이어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라며 “이로 인해 시장에 나온 매물이 팔리는데 걸리는 기간이 작년보다 7일이나 단축됐다”라고 CNBC와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지난해 초 두 달간의 경제 봉쇄령 기간 동안 ‘뜸’들여진 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수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 발생한 신규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현재 바이어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을 경험 중이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의 조사에 따르면 2월 팔린 매물 중 약 3분의 1 이상이 나온 가격보다 높게 팔렸다. 현재 바이어들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치열한 주택 구입 경쟁을 경험하고 있다. 대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셀러스 마켓 현상이 2006년 이후 가장 심각하다”라며 “셀러들이 집을 내놓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며 바이어 숫자가 셀러를 크게 웃돈 결과”라고 설명했다.
◇ 이자율 방향, 인플레이션 여부에 달려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17일 확실한 경제 회복 징후가 있을 때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기준 금리를 다시 제로 수준으로 동결시켰다. 연준의 이 같은 결정에도 모기지 이자율은 아랑곳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연준의 기준 금리 정책이 모기지 이자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채권 금리가 오르고 있고 모기지 이자율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초대형 경기 부양법안이 서명됨에 따라 1조 9,000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시중에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준이 모기지 이자율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대출 기관이 발행한 ‘모기지 담보부 증권’(MBS)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모기지 이자율 급등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연준은 팬데믹 초기부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기지 담보부 증권을 매입하며 모기지 이자율 하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져 시중 모기지 담보부 증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연준 정책이 바뀐다면 모기지 이자율 상승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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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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