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패 두 곳에 모셔져…온라인 콘서트·전시회 등 여전한 추모 열기
18년 전 세상을 등진 홍콩 스타 장궈룽(張國榮·1956∼2003)의 기일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전해진 소식에 여전히 그의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가 떠난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매년 4월 1일이면 홍콩은 물론이고 한국 등 각지에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애상에 잠기는 것은 그의 죽음이 그만큼 홀연했기 때문일 것이다.
장궈룽의 기일을 앞두고 지난 27일 그의 위패가 모셔진 샤틴의 납골당 포푹힐(寶福山)과 해피밸리의 사찰 텅린콕연(東蓮覺苑)을 돌아봤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한자 독음 '보복산'으로 통하는 포푹힐은 대규모 납골당으로 장궈룽의 매니저 천수펀(陳淑芬)이 팬들을 위해 장궈룽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팬들이 늘 찾는 '성지'인 만큼 안내인들은 '장궈룽'이나 그의 영어 이름인 '레슬리 청'(Leslie Cheung)을 대면 친절하게 그의 위패가 모셔진 방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줬다.
장궈룽의 위패는 가수 로만 탐(羅文), 희극 배우 선덴샤(沈殿霞)와 함께 모셔져 있다. 선덴샤의 딸이 생전에 어머니와 친했던 두 사람과 위패를 함께 모시면 어머니가 외롭지 않을 것 같다고 제안해서 이뤄졌다고 한다. 로만 탐과 장궈룽도 생전에 함께 공연을 종종 했던 사이다.
이곳에서는 2019년까지 매년 4월 1일이면 팬들이 고인의 위패가 모셔진 방에 입장하기 위해 산 위로 높게 이어진 좁은 계단에 길게 줄을 선 채 기다리는 모습이 익숙하게 펼쳐졌다.
그러나 지난해 추모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강타하면서 그가 떠난 지 17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됐다.
4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대규모 행사가 불허된 것인데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장궈룽이 한동안 살았던 홍콩의 부촌 해피밸리에 있는 사찰 텅린콕연(東蓮覺苑)에는 그의 누나가 모셔놓은 위패가 있다. 가족의 추모 공간인 셈이다.
현재는 외부에 비계가 설치된 채 공사 중이라 사찰 대문에서 초인종을 누른 후 들어갈 수 있다.
포푹힐과 달리 팬들이 잘 안 찾는 곳이어서인지, 젊은 남자 직원은 "장궈룽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건 맞는데 어느 방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찰 내 방마다 수많은 위패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고인을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은 별도로 없었다.
장궈룽의 이름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나이가 지긋한 여성 직원이 정확하게 위패의 위치를 알려줬다.
장궈룽 기일이면 팬들이 가져온 꽃들로 가득했던 센트럴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도 지난해는 코로나19로 팬클럽 주최 헌화 행사가 처음으로 열리지 않았다.
팬들은 작년에 행사 취소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시내버스 12대를 장궈룽의 사진으로 래핑해 거리를 누비게 했다.
홍콩 언론은 올해도 집합금지 명령으로 헌화 행사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대신 올해는 저녁 7시30분(현지시간)부터 온라인 자선 추모 콘서트 '샹니(想你)·장궈룽'이 열린다. '당신이 그리워·장궈룽'이라는 뜻이다.
홍콩 매체 홍콩01 등은 콘서트의 제목을 장궈룽의 연인이었던 더피 통(唐鶴德)이 지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장궈룽이 남긴 곡들을 동료 가수들이 부르는 행사다. 주최 측은 장궈룽의 노래로 홍콩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워 주고 싶다고 밝혔다.
또 침사추이 어번하우스에서는 고인의 사진과 영화 포스터 등을 볼 수 있는 추모 전시회가 오는 11일까지 진행된다.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장궈룽의 대표작을 감상하는 추모전이 극장에서 열린다.
가수로 데뷔한 장궈룽은 빼어난 외모로 영화계로도 진출해 '천녀유혼' '영웅본색' '아비정전' '해피투게더' '성월동화' '금지옥엽' '동사서독' 등 숱한 히트작을 남기며 1980~1990년대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특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패왕별희'에서 선보인 연기는 소름이 돋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감성 짙은 보이스로 가수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아시아권에서 여러 차례 투어를 펼쳤다.
그러나 2003년 4월 1일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팬들의 곁을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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