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절 자전거에 크게 다친 적이 있다. 그 이후엔 자전거만 봐도, 온몸에서 가시가 돋는 것 같고 몸이 굳었다. 자연히 자전거와 멀어졌고, 인생에 자전거가 꼭 필요한 시점도 없어서, 그 후 자전거는 평생 잊고 살았다. 그 자전거가 최근 이 중의 일상에 들어왔다. 펜데믹으로 오래 더 혼자 있으면서, 삶을 자주 정리하게 됐다. 주로 안팎으로 비우는 중인데, 갑자기 잊고 있던 자전거가 떠올랐다. 죽기 전, 타야겠다, 였다. 하지만 배달된 자전거를 보자 소름이 돋았다. 트라우마는 살아있었다. 타볼 염도 못내고 외면한 채 며칠을 두다가, 도 닦는 이가 뭐하는 짓인가 싶어, 한 달 동안 매일, 자전거를 끌,고,만 다녔다. 몸 따로 자전거 따로,가 시간 감에 따라 서서히 하나처럼 움직여줬고, 새로운 멍보다 사라지는 멍이 더 속도를 내게 됐다. 그리고 한 달 열흘 되던 날, 영화사 들판을 달리게 되었다 ! 수많은 벨이 몸 속에서 울렸다. 해방의 함성이다. 남들은 하루만에도 배운다는 자전거를 한달 열흘 걸려 탔지만, 노년에 인간승리라 본다. 인생에서 얻는 여러 기쁨 중에 속박을 벗어나, 스스로 불가능하다 여긴 것을 가능케 만든 성취감이 최고지 않을까 싶다. 그런 것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세상엔 있다. 이 중도 좀 그런 편이다. 영화사에 처음 왔을 때도, 스님들이 자꾸 떠나고 욕먹고, 절이 뿌리 내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억, 힘이 났고, 살기,로 했었다. 법당을 지을 때도, 쓰러져가며, 불가능해 보여 더 힘이 났었다. 그러나 자전거처럼 극복이 다 되는 건 아니다. 절 일은 스님이 할 일과 신도의 서포트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이 지점에서 이 중은 마음에 체증이 생겼다. 십 년이면 신도들의 원력이 설 줄 알았다. 안됐다. 올 초, 오래 트라우마처럼 붙들려있던, 영화사 프로젝트를 최종 포기하였다. 혼자 집안에 갇힌, 힘없는 노인들이 가슴 아파서, 그들이 모여, 따로 또 같이. 한동네 사는 이웃처럼 지낼, 이곳 영화사에 '스몰빌리지'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어쩌면 뜬금 자전거로 이끈 그 알고리즘은, 해결보지 못한, 해결봐야 하는, 멈추고 있는, 불가능한, 외면하고 싶은, 이 모든 것을 한방에 해결하고픈, 일 지도 모른다. 법당을 지을 때 이미 크게 깨달은 거지만, 잊었었다. 이곳에선 중이 뜻을 펼칠 수가 없다. 속세 일을 맡아 뛰어주는 사무장, 혹은 신심 있는 원력 불자도 없고, 해야할 속세법은 또 엄청나게 많은데, 스님은 속세와 거래하고 싶지도 않고, 모른다. 속세 떠난 출가자인데, 영악하게 잘 해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다. 이 부분을 아무도 이해못한다. 당연, 중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생활 저변에 깔린, 승속 문화 차이의 매커니즘에 걸리면, 주객이 전도되고, 승의 자리가 무색해진다. 이 문화 차이 카테고리 안엔 필설로 형언이 안되는, 중 만의 갑갑함이 있다.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중이 절대로 속인이 될 수 없어서다. 하려던 프로젝트를 포기하며, 이 해결 못본 것에 대한 큰 상심이, 자전거로 향했던 것 같다. 실로 자전거 트라우마의 해결로 상당한 위로를 받았다. 모든 속박은 내게서 온 것이다. 버리고 가벼워졌다. 지금, 할 걸 하자, 그 힘으로 다시 일어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 할 수 있었다. 큰 법당에 어울리는 새 부처님 모시기다. 현재 영화사 창건 멤버들의 금박불사가 진행중이며, 올 초파일에 점안식을 할 예정이다. 지금 바깥 세상에선 펜데믹이 사람들에게 트라우마처럼 군림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자유를 잃고, 모두가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며, 아무데나 화를 내고 있다. 증오와 혼란이다. 그 와중에 영화사는 평화로이 불사중이다. 이것이다. 시비를 떠나, 이곳,에 지금,의 자유와 평화,다. 세상에서 자유와 평화처럼 소중한 건 없다. 무엇에든 묶여 있으면, 자유롭지 못하고 고통이다. 트라우마처럼. 자유와 평화가 얼마나 좋은 건지, 누리고 있을 땐 모른다. 저 티벳과 미얀마를 보라. 속박과 억압의 고통이 뭔지 알기에 이 중은 피눈물이 난다. 모든 속박과 걸림을 과감히 끊어내고, 내일, 아니고 지금,여기,서 평화와 해방을 ! 세상 모두가 평화롭기를, 새로 오실 부처님께 기원한다.
<동진 스님(SAC 영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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