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애틀랜타 인근 체로키 카운티의 마사지샵과 애틀랜타 시내의 스파 2곳에 연쇄 총격을 가해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선 마사지샵에서 일하다 희생된 많은 여성을 마치 마사지 팔러인 성매매를 하는 사람들로 오인하여 성범죄인지, 인종차별 범죄인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 “Yesterday was a really bad day for him and this is what he did." (어제 그가 한 일은 매우 힘든 날이었다)라고 8명을 죽인 살인마를 두고 경찰이 브리핑했다.
물론 bad day를 한국말로 번역을 하면 나쁜 날이라고 할 수 있다. 나쁜 날을 재수 없는 날이나 힘든 날 혹은 재수 없는 날 정도로 의역을 해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 그 살인마의 하루가 재수 없게 힘든 하루였다면 그렇게 파리 목숨처럼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그 가족들의 날은 어떤 말로 표현하면 좋을까? 더구나 이 말은 미국 사회가 얼마나 어이없는 조크로 아시안의 생명을 우습게 보는지 단적으로 보이는 말임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이렇게 말한 백인 경찰은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성범죄가 인종차별의 처벌에 비해 악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명백한 인종차별임에도 성범죄인 양 축소해서 사회가 발칵 뒤집어지는 일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꼭 집어 3곳의 아시안 마사지샵에 들어가 아시안을 죽이려다 어쩌다 미국인 한 명을 잘못 쏜 거지 싶게 8명의 희생자 중 7명이 아시아인 걸 보면 당연히 인종차별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자,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지금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인종차별이 아닌 성범죄로 둔갑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가 마사지샵이 마사지 팔러라는 성을 은밀히 매매하는 장소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성에 관한 이야기는 그 뒤에 반드시 침묵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마치 그런 성매매를 하는 여자를 증오한다거나 아니면 그런 장소에 가지 못한 울분으로 여자를 죽인다는 성범죄로 몰고 갈 수 있는 이유다.
주마다 다르지만, 마사지 자격시험은 아주 까다롭다. 신체의 모든 근육에 관한 까다로운 필기시험을 거쳐야 하고 그다음 어려운 실기시험을 보기 때문에 마사지 종사자들의 자격시험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신체를 다루는 마사지 자격증은 병원에서 Therapist라는 자격으로 시간당 큰돈을 버는 고급 직업 중의 하나다. 마사지샵에서도 이러한 자격증이 없으면 일할 수 없으며 조금 더 경험이 많은 마사지사와 예약을 하려면 대기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이제는 아시안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에게도 아시안이 좋아하는 마사지는 널리 알려져 즐겨 가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다. 이러한 주요한 마사지샵이 한 사람의 엉뚱한 발언으로 마치 마사지 팔러 즉 성매매의 장소로 오인되어 성적 충동 혹은 성차별적인 인권으로 몰고 가려는 백인 사회의 처리방식에 환멸을 느낀다. 더구나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보도한 미국언론의 내용을 그대로 번역한 한국의 언론 또한 한인들의 대변인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힘차게 열심히 살아가는 많은 마사지사에게 마치 성범죄나 성매매의 단면으로 표현되었음을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
우리 아시안들은 흑인들의 몸집에 눌리고, 백인들의 총에 겁먹고, 언어장벽의 절체절명의 목소리에 기죽고 이래저래 정말 억울한 삶을 살고 있다. 다행히 바이든이 팬데믹에 의한 인종차별 금지법을 빠르게 진행한다고 하니 그나마 기대를 걸어보지만, 또 이러다 말겠지라는 비관적인 생각은 떨칠 수가 없다. 작년 5월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죽은 이후 불같이 일어나 BLM라는 말로 전 세계가 동요되었던 일과는 대조로 8명의 희생 중 7명이 아시안이었고 명백히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SNS상으로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들불이 나기도 전에 덮어버리려 하고 있다.
‘STOP ASIAN HATE’라는 구호는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제발 아시안을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절규를 우리가 이제는 제발 인식해야 한다. 블랙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의미의 BLACK LIVES MATTER(BLM) 또한 흑인들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고 그와 연관된 ALM이나 YLM 또한 아시안의 생명도 중요하다는 의미의 함축어는, 우리의 생명이 절실하다는 피로 점철된 절규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일들이 언제까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한 명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나 같은 사람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모여 큰 강물로 흘러, 비열하고 인간 같지 않은 사람을 두둔하는 힘든 하루였다라는 그런 개소리는, 휩쓸어 버려야 한다. 그런데 오늘같이 맑은 하늘을 보면 그래도 해는 뜨고 기어이 봄은 오나 싶다. 우리에게도 제발 이런 봄이 오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저 붉은 해를 보며 윙크해본다.
<
김지나 / 엘리콧시티, MD>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