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도 이제 나이 먹는 것을 느끼는 모양이다. 지난 몇 주간 나의 ‘뿌리 찾기’에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어머니는 돌아가셨으니 외가 쪽 얘기를 들어보기는 어려워졌으나 다행히도 아버지는 아직 건강하시기에 평소보다 좀 더 깊이 알아보고 싶었다.
황해도 안악 출신인 내 아버지는 6살 때 해주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 2년 후인 1941년에 나의 할아버지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할머니와 장남이었던 나의 아버지를 포함한 세 명의 어린 아들들을 놔둔 채 말이다.
할머니는 세 아들들을 혼자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 했다고 한다. 식품 가게도 했고 가게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장에 물건을 갖다 팔기도 하셨다. 그리고 맏아들인 내 아버지에게 더 엄격했다고 한다. 아마 그래야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라는 세 어린 아들들이 어긋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의 증조 할아버지 때부터 기독교인 가정이었던 아버지는 해주에서 해주항 교회를 다녔다. 아버지는 1.4 후퇴 때 17살의 나이에 홀로 남하했는데 해주항 교회 출신들이 인천에 제법 많이 살았다. 아버지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해주항 교회 성도들의 모임으로 인천에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고 말씀 드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바로 한 교회 이름을 대면서 그 교회에 해주항교회 출신 성도들이 여럿 있었는데 아마 그 곳에서 모였을 것이라고 했다. 거의 60년 전의 교회 이름을 또렷하게 기억하셨다.
아버지의 얘기를 들으면서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그 이름을 가진 교회가 인천에 여전히 있었다. 교회의 웹사이트에 들어가 연혁을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6.25 전쟁 중인 1952년에 황해노회 소속으로 설립되었다고 나왔다.
교회에 연락을 취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교회 성도들 중 고집 센 집사로 알려졌던 나의 할아버지나 나의 아버지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교회나 담임 목사의 이메일 주소를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우편으로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교회 이름으로 다시 검색을 해 보았더니 그 교회에서 몇 년 전에 교역자를 구한다는 소식이 담긴 어느 신학교의 정보안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이력서를 보낼 수 있는 이메일 주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게 누구의 주소인지 모르나 일단 교회의 담임 목사 앞으로 이메일을 작성해 그 주소로 보냈다.
다행히도 하루 반 만에 답장이 왔다. 그 이메일이 담임 목사에게 직접 전달된 것이다. 목사님은 답장에서 평소에 이상한 메일들도 있어 그냥 지나갈 뻔 했는데 하나님 은혜로 살펴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교회가 내가 말한대로 황해도 출신 성도들이 설립한 교회라고 했다. 그러나 설립 당시의 성도들은 이제는 많이 소천하시고 몇 분 정도만 생존해 계시는데 나의 아버지와 같은 교회 출신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다시 연락해 주겠다고 했다.
그 후 나는 아버지가 해주항 교회를 다니던 시절에 그 교회를 다녔던 분들 몇 명의 연락처를 받았다. 그래서 카톡으로 메시지도 보내고 전화로도 연결해 얘기를 나누었다. 아버지와는 같은 나이가 아니어서 서로 직접적인 기억은 없으나 아버지는 해주항 교회에서 장로직을 맡고 계셨던 그 분들의 아버지들을 기억했다. 그 중 한 장로님 댁에는 아버지가 남하 후 총각 시절에 몇 번 찾아가 식사 대접도 받았다고 했다.
그 가운데 아버지 보다도 몇 세 위인 어른과 전화로 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지만 건강 상태가 어떤지 몰라 고집할 수가 없었다. 대신 팬데믹 사태가 좀 가라 앉아 한국 방문의 제약이 완화되면 내가 한국으로 직접 찾아가 뵙고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작은 할아버지와 고모 할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그 분들에게 할아버지에 대해 내가 여쭤보지 못한 것이 깊이 후회된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아버지에 대해서도 좀 더 얘기를 듣고 기록해 두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한다. 어른들도 후손들을 위해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적어 두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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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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