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일곱 현인 가운데 한 사람인 솔론(Solon)은 아테네 시민이라면 누구나 형사 고발을 할 수 있는 혁명적인 형사소송법을 만들었다. 그는 개인간의 분쟁을 최초로 사회화 한 인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 ‘정치학’에서 솔론의 법률이 너무 모호하고 매우 다른 해석에 개방되어 결과적으로 많은 법적 분쟁에 노출되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귀족의 권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재판에서 일반 시민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배심원제를 도입하고 검찰 및 사법의 대중적 통제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후 기원전 149년 진정한 형법이 로마에서 출현했으며 18세기 후반 계몽주의 사상가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대한민국의 형사소송법은 1954년 2월에 제정되어 9월 23일 공포되었다.
“권세는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영국의 역사가이며 정치가인 Lord Acton이 한 말이다. 역사상 견제와 균형의 첫 번째 시도는 지나친 과세 징수에 대한 불만과 왕의 신성불가침 절대권력을 제한하려는 의회 귀족들 압력의 산물로 서명된 1215년 ‘마그나 카르타’ 헌장이다. 두 번째 시도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방기한 절대군주 권력에 저항한 상인들의 반란인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었다.
권력 남용은 권력 집중의 산물이다. 권력은 세계사에서 끊임없이 지속되어 온 갈등의 원인으로 민주주의 옹호자들은 이를 보완하기위해 권력 분리를 시도했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권력 분리는 1748년에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The Spirit of the Laws)이 출판된 이후로 훌륭한 통치에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1788년 비준되고 1789년 공포된 미국 헌법은 세계 최초로 삼권 분립을 명시했다. 그들 중 하나가 그 힘을 남용하면 압력이나 혁명이 아닌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개입하게 했다.
권력 분리의 주된 목적은 권력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검찰은 어떤 이미지 일까? 대통령 인사권 침해와 정치개입·피의사실 공표와 언론 플레이·선택적 수사와 기소·피의자 모욕 주기와 인권침해 등 폐해는 67년 동안 축적된 비대해진 검찰 권력이 낳을 수 있는 권력남용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검찰은 그동안 제 식구 감싸기와 힘 있는 권력 집단에 관대했다. 그들은 형평성을 잃고 법의 일관성의 잣대를 무너뜨렸다. 현재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사건들의 처리에 있어 제대로 된 사건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국민이 가장 원했던 것은 권력과 돈이 집중되어 있는 정치집단이나 재벌그룹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호한 법집행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은 권력형 범죄에 선택적 수사로 지나치게 이들 권력에 굴종하는 행태를 보여 줌으로써 국민들의 공분을 자초했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대다수가 검찰개혁을 원하고 있다. 검사는 본질적으로 기소 기관이다. 1954년 형사소송 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깊은 논쟁이 있었다. 광복 후 친일 경찰을 그대로 채용할 수 밖에 없는 혼란의 시기에 일제시대 자행되었던 만행을 보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다 갖도록 임시적으로 정해 놓았는데 그것이 67년이나 이어졌다. 때문에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 권한을 원래대로 민주화된 경찰에 되돌려 놓는 것이다.
경찰의 막강한 수사권에 발 맞추어 수사 분리와 상호 견제는 필수이다. 대통령 수반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와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설치 그리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FBI를 모델로 한 법무부 산하 ‘중대 범죄수사청’이 신설되면 상호 견제가 작동되어 검찰 권력의 남용 사례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이와 별도로 병행 추진되어야 할 것은 국책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사회 참여를 대폭 확대하고,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에도 이해충돌 방지 사외이사제도 운영과 노·사정 동률의 의사결정 참여 등 기업경영 시스템이 바뀌어야 권력남용에 대한 부정·부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이 완결되면 형사재판 또한 사실 입증과 증거를 가지고 법정에서 다투는 공판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개혁되어야 한다. 경찰은 당사자 동의 없이는 소환이나 수사를 할 수 없게 하고, 초동 수사의 증거 수집이나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사건 기록을 토대로 검사와 협의하며 검사는 이를 바탕으로 기소 유무를 결정하도록 영·미형사소송법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그래서 경찰의 수사나 검사의 기소는 법 집행의 절차 행위일 뿐 사실 입증과 스스로 조사활동을 할 수 없는 형사사법 체계가 형성^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판사는 당사자간의 공방 절차만을 주재 내지 관여하게 하고 검사와 변호사는 심문을 통해 사실과 증거를 무작위로 선출된 배심원들에게 공판 과정에서 직접 입증하도록 형사재판도 동시에 개혁해야 한다. 예외에 대한 정의를 위해서는 개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민들이 공정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비로소 공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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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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