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초 14쪽에 달하는 “잠정 국가안보 전략 지침”을 발표하면서, 아직도 새로운 대북전략을 개발하고 있는 안보팀에게 “외교는 우리의 1차적인 수단” 이라고 지시했다. 새로운 전략지침은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관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대한민국과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증대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을 축소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의 전략지침은 북한의 비핵화를 정책의 목표로 규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위협 축소란 뜻은 북한의 핵 무기고를 봉쇄하고 난 뒤,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실무자에게 힘을 실어 주겠다는 것은 전임자가 실패한 톱다운 방식을 버리고, 자신이 말했던 실무급에서 시작하는 정상적인 바텀업(Bottom up) 방식의 복원을 의미한다.
워싱턴은 미국의 동맹들과 동반자적 유대를 강화하고 공세적 중국의 부상에 맞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주도로 수립된 법규에 의한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나라로 간주된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중국을 미국의 대외정책 8대 우선 과제 중의 하나로 꼽았다. 코로나 방역문제, 국내외 경제, 민주주의, 동맹관계, 기후변화, 이민정책, 기술경쟁과 함께, 중국이 문제라는 것이다.
분명 미국은 정치, 경제 및 군사적으로 중국과 경쟁하고, 협력도 할 수 있고, 불가피한 경우 대결도 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힘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동맹들과 동반자들의 지원을 모으고, 그 힘으로 중국 봉쇄운동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문재인 정부는 보도대로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3월 중순 서울을 방문한다면, 중국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할 것이다.
닉슨의 중국 개방 목표는 중국을 구소련으로 부터 분리시키는 것이었다. 이 목적은 냉전 종식과 함께 달성되었다. 중국이 정치개혁을 통해 서구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것을 미국이 바라기 시작한 것은 근년에 와서 생긴 일이다. 인권문제에 대한 지적은 해 왔지만,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비판은 별로 없었다.
지금은 미-중이 경제 이익뿐만 아니라 가치, 통치체제, 이념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충돌하고 있다. 몇 년 전 사무엘 헌팅턴이 예고한 ‘문명의 충돌’을 보는 듯하다. 바이든은 중국에게 세계무대의 주도권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바이든의 전략지침 중 특히 유의할 점이 또 하나 있다. “국가안보 전략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해 나가는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는 지침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늦어도 1년 이내로 새로운 ‘핵 태세 검토서’를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
외교나 억제력 장치는 지금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억제 장치는 1953년 한국전 정전 이후 북한의 주요 군사침략을 성공적으로 방지해왔다. 북한의 공격에 대한 억제력 장치로 한미 동맹은 지금까지 만약 북한이 공격해 올 경우, 대량보복을 감행하고, 북한정권을 끝낼 수 있는 믿을 만한 능력과 작전계획을 과시해왔다. 한미 연합군은 확장된 핵 억제력을 배경으로 한반도에서 군사균형을 유지하면서 연습과 훈련을 통해서 ‘오늘 밤에 싸울 수 있는’ 전투 준비태세를 지켜왔다,
억제력 수단 중엔 참수작전 계획도 있다. 이 작전 개념은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지휘 통제권은 법적으로 북한의 지도자 한 명뿐이므로, 김정은을 제거하면 핵무기 사용을 지시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논리에서 시작했다. 대화와 협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계획이다.
한편, 한국에 대한 전술핵무기 재배치나 한국 자체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주장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이들 두 가지 방안은 북한에 대한 비핵화 주장의 근거를 약화시키거나 소멸시킬 수 있다.
억제력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미당국은 평화적 해결방법을 추구한다는 신호를 공식 선언을 통해서 보내야한다. 합동 연습을 포함하는 억제장치가 침략을 위해서가 아니라 방어를 위한 것이란 사실을 북한에 설득해야 한다. 평화적 외교와 협상이 억제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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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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