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여느 식당이나 수퍼마켓에서 글루텐 프리 라벨이 붙은 식재료나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미국내에서 글루텐 프리 식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대중에게 글루텐 프리 식품이 건강식품, 혹은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라고 잘못 인식시킨다는 것이다.
적어도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이 식단에서 글루텐을 제한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의학적인 이점은 매우 제한적이거나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인에게 글루텐은 수많은 질병의 원인
백인의 30-40%는 HLA-DQ2라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데 이는 셀리악병, 글루텐 알러지를 지닌 이들의 95%에서 발견되는 유전자로, 글루텐을 섭취할 때 몸의 이상을 일으키는 가장 큰 주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 유전자를 지닌 이들이 글루텐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하면, 잦은 소화불량, 설사, 무기력증 같은 가벼운 증상부터 전신 염증 같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정도로 심각한 증상까지 겪게 된다.
이것이 미국에서 어디를 가도 글루텐 프리 음식을 따로 모아 놓아 코너를 차려 놓는 큰 이유이다. 마치 심각한 땅콩 알러지가 있는 이들처럼, 글루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에게 있어, 글루텐 프리 식단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조금만 주변을 살펴보면, 글루텐 프리 식단을 하면서 날씬해지고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해졌다고 말하는 백인친구들의 간증(?)을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흑인과 동양인에게 글루텐은 그저 단순한 영양소일 뿐
하지만 이 유전자 자체가 흑인과 동양인에게서는 극히 드물게 발견된다. 2015년 기준,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셀리악병을 앓고 있는 이는 단 한 명뿐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한국인은 글루텐불내증을 거의 겪지 않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수천년간 보리와 쌀을 주식으로 살아왔고 심지어 일년의 사분지 일 정도는(겨울) 글루텐이 가득 들어 있는 음식만으로(보리, 밀) 살아야 했다. 그러니 글루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파지는 체질을 지닌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도태되고, 글루텐에 영향을 받지 않거나 매우 적게 받는 이들만이 살아남아왔을 것이다.
결국 지금 현대의 동아시아인들은 대부분 그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니 유전적으로 HLA-DQ2라는 유전자를 거의 지니지 않게 되었다. 똑 같은 이유로 성인이 된 동양인의 75%이상이 문제를 일으키는 락토스(유당) 성분은 백인의 90%에게서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즉, 통계적으로 글루텐 프리 식단을 통해 백인들은 건강상의 이점을 얻을 확률이 대략 40%라면 동양인은 같은 식단을 통해 어떤 이점도 얻을 수 없고, 락토스 프리 식단을 통해 동양인의 75%이상이 더 건강해질 수 있을 때 백인은 거의 대부분이(90%이상) 같은 식단을 통해 어떤 의학적인 이점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뜻이다. 음식에 들어 있는 락토스가 중요하고 글루텐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내게 글루텐불내성증이나 락토스불내성증이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
한국인이 글루텐을 제한해서 얻을 수 있는 변화는 체중의 증가뿐?
사실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식품업계 조사기관인 Mintel에 따르면 여전히 소비자의 65%가 건강을 위해, 27%는 다이어트를 위해 글루텐 프리 식품을 구매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미국영양학회는 과학적으로나 통계적으로나 글루텐 프리 식단이 체중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고 하는 논문을 발표하였고, 몇몇 다른 연구에서는 이미 비만인 환자들이 글루텐 프리 식사를 한 후에 체중이 늘어나는 경우가 줄어드는 경우보다 훨씬 더 많다고까지 한다.
결국엔 다시 원점이다. 글루텐 프리 식단이 건강에 좋다, 혹은 나쁘다라는 주장의 정당성은 글루텐 성분 자체의 문제가 아닌 그 식단을 취하는 사람의 체질에 따라 결정된다. 즉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 맞는 음식 안 맞는 음식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질에 맞춘 식단이라는 개념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그 자체로 완벽한 식단의 추구보다 더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강력한 근거 중 하나이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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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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