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클랜드 마켓앞서 대낮에 한인여성 절도, 뉴욕서 “조그만 중국인들이…” 욕설·막말
▶ 백악관·법무부 “모든 수단 동원해 근절할 것”
코로나19 사태 속에 아시아계를 겨냥한 인종증오 범죄가 잇달아 폭력화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한인 등 무고한 아시안들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과 막말 등 형태의 증오범죄도 전국적으로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악관을 비롯한 연방 당국이 강력대응을 천명하고 나섰고, 한인 단체들을 포함한 민간 차원에서도 근절운동이 적극 벌어지고 있다. 동시에 경찰은 적극적인 피해 신고를 독려하고 있다.
■잇단 증오범죄 사례들
최근 오클랜드 한 마켓 앞에서 20대 한인 여성이 가방을 절도당하고 그 과정에서 발과 다리에 찰과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인 김모씨(28)는 지난 6일 오후 1시경 오클랜드 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한 대형도매점 피코(Pitco) 앞에서 가방을 절도당했다. 그는 가방을 어께에 매고 매장 입구 앞에서 잠시 휴대폰을 확인하려 고개를 아래로 숙인 사이 절도범이 가방을 낚아채 대기하고 있던 차량을 타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놀란 김씨는 가방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실랑이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다리와 발에 찰과상을 입었다.
사건 당시 밝은 대낮이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인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는 히스패닉계로 보였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절도범이 총과 칼 등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고, 신체적인 폭행을 가하지는 않았으나 가방과 소지품 일부를 도난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으며 주변 목격자들이 용의자 인상착의와 차량 번호판, 차량모델 등을 진술해 용의자 행방을 수색중이다.
김씨는 “오클랜드와 SF 등 최근 아시안 혐오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에서는 절대 한눈을 팔아서는 안되며, 여성일 경우 되도록이면 혼자 다니지 말 것”을 권하며, “절도범들이 도처에 대기에 힘없고 약해보이는 아시안 여성, 노인 등을 지켜보다 방심하는 사이 범행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해당 매장 보안요원은 “최근 같은 곳에서 인도계 여성이 가방과 현금 1만달러를 몽땅 절도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며, “용의자 무리는 피해여성이 은행에서 돈을 출금하는 것을 확인한뒤 매장까지 따라와 범행을 저질렀다”고 증언했다.
잇단 아시안 증오 폭력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뉴욕에서도 한인을 대상으로 한 인종증오 및 차별 행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라우드랩스 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뉴욕 브루클린 외곽 브레이브센드 지역의 한 식료품점 주차장에서 한인 남성 고객으로부터 물품을 담는 박스를 가로챈 한 히스패닉계 여성이 한인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너희 작은 중국인들’이라고 부르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데니스라고만 자신을 밝힌 한인 피해자에 따르면 계산원에게 돈 주고 산 뱍스들을 카트에 두고 물건을 구해 돌아왔더니 히스패닉 일행이 자신의 박스들을 가로채 물건들을 넣고 있었다. 피해자가 자신의 박스를 가리키자 문제의 여성은 차 트렁크에 물건을 실은 다음 박스를 돌려줄테니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했으나, 정작 피해자가 주차장까지 따라가자 이 여성이 심한 욕설과 함께 소리를 지르며 인종차별적 막말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아시아계 주민이 이를 영상에 담으며 인종차별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자 이 여성이 말리는 사람한테도 역시 막말을 하는 등 막무가내 증오 형태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정부 강력대응 천명
이처럼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문제가 심각해지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연일 근절 의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6일 트위터에서 “어떠한 종류의 혐오도 그저 용납될 수 없다”면서 “현재 미국 내 아시아계 미국인과 이민자들은 늘어나는 증오와 폭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나는 모든 미국인이 보호받고 존중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해 커뮤니티와 협력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법무부의 보도 자료를 트위터에 함께 게재했다.
연방 법무부는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막기 위해 아태계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는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전날 밝혔다. 존 칼린 법무부 차관 대행은 “미국 내 그 누구도 자신들이 어떠한 사람들이고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어느 나라 출신인지 때문에 폭력을 두려워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면서“ 법무부와 산하 기관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시아계 사회를 지지하고 전국에서 증가하는 증오범죄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법무부에 아시아계 미국인 대상 증오범죄 자료를 제대로 수집하고 예방을 위해 관련 지역사회와 협력하도록 지시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은 반 아시안 폭력과 편견을 종식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외국인 혐오증이 존재하는 곳 어디서든 이를 규탄하고 싸우는 것이 이 정부의 정책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대처 및 신고법
남가주에서는 아시안 인종차별과 증오범죄 급증에 맞서기 위해 아시아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는 운동인 ‘아시안 위드 애티튜드(Asian with Attitude)’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 자원봉사자들은 지난주 LA 차이나타운에서 모임을 갖고 자발적 방범 순찰에 나선데 이어 6일에는 최근 아시아계 여성 대상 미행강도가 빈발하고 있는 로랜하이츠 지역에 모여 도보 순찰을 하며 주민들의 동참과 주의를 강조했다.
LA 한인회도 3월을 아시안 증오범죄 예방으로 달로 지정해 타 커뮤니티 단체들과 공동으로 증오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서기로 했다. 한인타운 상가와 마켓 등에 증오범죄 예방법 및 피해 대처방법을 알리는 포스터, 소책자,비상 호루라기 등을 비치해 한인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운다.
북가주 한인회등 단체에서는 아직 이같은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증오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 즉시 신고하고, 피해 당시 가해자의 인상착의와 행동, 발언 등 증거가 될 만한 단서들은 수집, 기록해 줄 것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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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캐서린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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