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증가의 위험성을 처음 체계적으로 경고한 사람은 영국의 성직자 맬더스다. 그는 1798년 펴낸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식량 생산은 산술 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대규모 기아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의 주장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은 이유는 1750년까지 별 변동이 없던 영국 인구가 산업 혁명이 시작되며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원전 1만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인구를 표시한 그래프를 보면 18세기 중반까지 수평에 가깝던 인구 동향은 그때부터 수직 상승한다.
맬더스의 주장을 현대적으로 재포장한 사람은 스탠포드대 교수 폴 얼릭이다. 그는 1968년 ‘인구 폭탄’이란 책에서 지금 같은 인구 증가세가 계속된다면 70년대 수억명이 아사할 것이라며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수도물에 불임제를 타는 방안과 자녀세와 아동용품에 사치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맬더스와 얼릭의 예언은 실현되지 않았다. 이들은 산업 혁명 이후 계속된 생산력, 특히 농업 생산력의 향상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녹색 혁명’으로 불리는 농업 기술의 혁신은 기계화와 신품종 개발을 통해 충분한 식량 생산을 가능케 했다.
‘인구 폭탄’이 나온지 50여년이 흐른 지금 세계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인구의 폭발적 증가가 아니라 감소가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의학지 ‘랜싯’에 실린 인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78억 달하는 세계 인구는 2064년 97억으로 정점을 이룬 후 계속 감소해 2100년에는 88억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 세계 195개국 중 183국이 세기말까지 지금 인구보다 적은 수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전체 얘기고 일본과 태국,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23개국은 이 기간 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인구가 급속히 늘 것으로 보이는 곳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로 현재 10억에서 2100년 30억이 넘을 전망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현재 3억3,000만에서 2100년 3억 3,000만으로 별 차이가 없다. 현재 미국 여성의 출산율은 1인당 1.73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보다는 적지만 이 부족분을 연 100만에 달하는 이민이 메워주고 있다.
인구 감소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유엔 인구 기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출산율은 1.1명으로 전세계 198국 중 198번째였다. 작년 3분기 출산율은 0.84명으로 더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대한민국 인구는 작년 사상 처음 감소했다. 행정 안전부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2020년 5,182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2만 명 줄어든 것이다. 출생아 수는 전년에 비해 10.7% 줄어든 27만으로 사망자 30만을 사상 처음 밑돌았다. 통계청은 4년 전 2029년부터 인구가 줄 것으로 전망했지만 9년 일찍 이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작년 60대 인구는 전체의 24%에 달해 10대 이하 인구 17%를 넘어섰다. 평균 수명은 늘어나면서 신생아가 이처럼 줄어들 경우 노동 인구가 고령자를 먹여 살리는 지금 같은 사회 복지 체제는 유지될 수 없다. 사회 복지가 문제가 아니라 존립 자체도 위협받게 된다. 1990년 65만에 달하던 신생아 수가 58% 감소하면서 초등학교들이 줄줄이 문 닫은데 이어 올해는 지방대 상당수가 정원 미달 사태를 빚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던 지방대 집단 폐교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신생아 수가 이처럼 줄어들고 있는 이유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죽도록 고생해서 대학 들어가 봐야 취직하기도 힘들고 설사 취직을 한다 하더라도 내 집 마련과 자녀 교육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젊은 세대들이 애 낳기를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15년 동안 20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꾸준히 줄기만 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코로나 사태는 이를 더 악화시켰을 것이 틀림없다.
랜싯 보고서는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대한민국 인구는 2100년 2,600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민을 늘리는 것 이외에는 대안이 없어 보이지만 타인종과 외국 문화에 대한 뿌리깊은 거부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
민경훈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흑인, 동양인, 라티노, 백인 다 고용해봤다. 백인은 사사건건 따지고 흑인들은 거의 가 다 뺀질이들. 동양인(한인) 은 조금만 일 배우면 나가 지 사업차린다. 그저 묵묵히 열심히 일 해주는 이들은 라티노들. 라티노들도 미국에서 태어난 이들 말고 남미에서 미국으로 갓 들어온 라티노들 정말 일 열심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