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3주 만에 미국 대외정책의 방향을 드러냈다. 외교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을 중시하면서, 다시 국제무대에 관여하고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전임 정권의 정책을 다수 폐기했지만, 전부는 아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 중국 정책기조는 지속성이 보이며 세계를 상대로 하는 국방정책에도 근본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때 만든 인도태평양 전략과 2018년 국방전략을 따르고 있다. 물론 앞으로 해당 전략의 재검토와 수정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의 안보팀은 북한의 핵 위협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접근책과 정책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러시아와 체결한 New START 전략 군축 조약을 5년간 연장했다. 그는 사우디와 아랍이 이끄는 예멘에 대한 군사작전 지원을 종식시켰다. 독일에 주둔하는 미군의 병력 규모를 감축하는 트럼프의 계획도 중단시켰다. 바이든이 한일 정상들과 가진 전화통화의 순서나 대화 내용의 함축적 의미의 차이, 또는 한미동맹은 ‘Lynchpin’, 미일동맹은 ‘Cornerstone’이란 표현의 차이가 시사하는 의미는 있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더 중요한 과제는 현재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정책의 재검토이다.
우선 재검토가 얼마나 걸릴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려진 것이 없다. 아마도 바이든의 정책 재검토 팀은 한국과 일본 관계자들로 부터 북한에 대한 의견과 판단을 청취하고, 이를 새로운 전략 수립에 반영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주 국회는 정의용 외교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한미 간 협력에 대한 희망과 견해 차이에서 오는 우려가 여야 의원들 간에 교차했다.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하면서, 미중 대립 속에서 신축적 균형전략의 유지를 주문한다. 반면, 야당은 정부가 “북한에 대한 환상적 정책”을 포기하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며, 한국이 보다 분명하게 미국편에서 중국에 대응하기를 원한다.
야당은 대북재재의 강화와 동맹의 억제력 재고를 요구한다. 일부 야당의원들은 전술적 핵무기를 한국에 재배치 하거나, 한국 자체의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금이 어느 때보다 북한이 붕괴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청문회에서 정의용 후보는 김정은은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한 대로 비핵화 의지가 아직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8차 로동당 전당대회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안 하겠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핵 억제력의 강화의지는 분명히 밝혔다. 정 후보는 김정은이 밝힌 각종 신형 핵무기 개발계획은 대미 협상력 제고의 측면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필자는 바이든의 정책 검토 팀이 몇 가지 잘못된 전제적 가정들은 우회하기를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1) 북한은 절대로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라. 이런 가정에 동의한다면,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은 할 필요가 없어진다.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변경한 적이 있고, 앞으로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2) 붕괴론에 빠지지 말라. 김정은 통치 하에 북한의 내부 정권 안보는 더욱 강화되었다. 북한은 두 번에 걸친 권력승계, 구 소련 연방의 붕괴, 그리고 90년대 아사지경의 “고난의 행군”을 이겨낸 정권이다. 붕괴의 위급한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3) 제재의 수단에만 의존하지 말라. 북한은 지금까지 최대의 제재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았다. 제재를 가할수록 핵무기를 고수하려는 북한의 의지를 견고하게 만들 것이다. 한편, 제재 완화 내지 철폐는 기타 조건부 보상 제안들과 함께 북한이 핵 없이 살 수 있는 장래를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다.
4) 억제력 강화에만 매달리지 말라. 적절한 수준의 한미연합 훈련을 필요로 하는 준비태세와 전력 균형은 전쟁방지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비핵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과도한 핵 전력의 과시는 군비경쟁과 긴장고조를 가져오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5) 실패한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하지 말라. 이 정책은 억제와 제재로 대화의 기회를 기다리다 진전 없이 끝난 체험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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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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