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실패는 나의 아픔으로, 너의 성공은 나의 시기로.” 이게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사람의 본성이다. 남의 슬픔은 공감으로 쉽게 받아들이나 남의 기쁨과 성공은 질투로 대한다. 이와 관련해 사람은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타인이 잘 되는 일에 부정적 감정을 품는 사람, 둘째, 부정적 감정을 곧 떨치고 난 뒤 축하해주며 자신도 한번 해보리라 다짐하는 사람, 셋째, 잘된 일이라며 시기 질투하지 않지만 그냥 무관심해지는 사람이다.
첫 번째 부류는 대개 화를 잘 내는 의존적 성격 성향을 지니고 있다. 가장 의존성이 강한 사람은 의존적 성격을 가진 자에게 의존하려는 사람이다. 이를 동반의존자라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좌우하는 것은 성격이다. 성격은 어릴 때 자라며 경험한 부모와의 애착 형성과정이 토대가 된다. 그 위에, 자신이 선망하는 사람을 만나 그와 동일시되려는 시도가 합쳐지면서 성격이 만들어진다.
관계의 갈등 때문에 일어나는 감정 중 가장 흔한 게 분노와 우울이다. 나의 예를 들어본다. 나는 방향감각이 떨어져 길을 찾거나 지도 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내는 그 반대다. 사람 잘 알아보고 길 잘 찾고 지도 또한 잘 본다.
“GPS 대로 가면 어려울 것 같아 다른 길로 좀 돌아서 왔어.” 최근에 어디 들렀다가 집에 와서 아내에게 자랑삼아 말했다. “어떻게 왔는데?” 아내가 물었다. 몇 번 설명을 했는데 아내가 알아듣지 못했다. 아내가 자꾸 우기는데 화가 치밀어 벌컥 화를 냈다. 그렇지 않아도 길 못 찾는다고 핀잔을 들어온 터였다. 그런데 아내와 다투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길 이름 하나를 잘못 말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순간엔 감정이 폭발한다. 의지력만 가지고는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게 인간이다. 특히 분노 감정은 더 하다. 분노 폭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 방법은 잠시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걷기가 가장 좋다.
정신과 의사를 하며 동업자들을 비공식적으로 치료해 준 적이 있다. 그 중에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40대 백인여성이 있었다. 환자들을 정성껏 보살피는 유능한 복지사인데 그만 우울증에 빠져 도움을 청했다. 3번 결혼, 3번 이혼한 그의 남편은 모두 흑인이었다. 부유한 남부농장의 딸로 자라면서 차별 받는 흑인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꼈지 싶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중병을 얻어 병석에 누웠다. 그런 아버지 간호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어머니가 미웠다. 그녀는 아버지 곁을 지켰고, 주위의 칭찬을 들으며 더 열심히 아버지를 간호했다. 그때 자신은 흑인처럼 약하고, 아버지같이 병든 사람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동부 뉴잉글랜드 명문대학에 진학했다. 자신이 보기에 의존적 성격을 가진 복지학과의 흑인학생과 데이트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완강한 반대를 뿌리치고 졸업반이 되자 그와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은 졸업 후 좋은 직장을 얻었지만 백인 일색인 직장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온 정성을 쏟았다. 남편이 가끔 술에 취하면 노예의 자손이 어찌 백인여자와 살 수 있겠냐며 자기와 결혼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래도 그녀는 남편을 극진히 대했다. 술김에 남편이 손찌검을 하자 이웃이 신고해 남편은 체포되고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 2번째, 3번째 남편도 첫 남편과 거의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요 또 알콜 중독자였다.
위의 사회복지사는 어려서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한 자존감 낮은 소녀로 자랐다. 낮은 자존감을 감추기 위해 아버지를 잘 보살펴 남의 인정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사회적 약자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배우자를 골랐다.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화와 우울증을 가진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밑바닥에는 항상 외로움이 도사리고 있다.
모든 인간관계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원인도 나다. 그래서 먼저 해결해야 할 대상은 마땅히 나다. 우리는 자신을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은 잘 모른다.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나만 알고 있을 뿐, 보이지 않는 내면의 나는 알지 못한다. 따라서 본성과 정체성을 찾아야 자신의 내면이 보이고, 관계의 갈등도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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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곡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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