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한국학교협의회가 창립한지 올해로 40년이 되었다. 그런데 앞으로 창립 80주년이 되면 우리 협의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현재 협의회의 임원과 교사들은 거의 이민 1세대이거나 어렸을 때 한국에서 이민이나 유학으로 입국한 사람들이고 대부분의 행사가 한국어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때는 아마도 2세가 대부분이고 행사는 영어와 한국어가 절반 정도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한다. 가르치는 한국어도 많이 변해 있을 것이고 교재도 지금과는 여러모로 다를 것이다.
한글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문제를 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 라는 속담의 뜻을 물었는데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선생님, 기역자는 알겠는데 낫이 뭐에요?” 태어나서 낫이라는 단어를 한번도 들어본 적도 없고 사진도 본 적이 없는 학생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질문일 것이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기존의 단어나 문장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 아마도 미래에는 “기역자 놓고 낫도 모른다.” 라고 속담이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미국은 원주민을 제외하면 전세계에서 희망을 찾아 조국을 떠나온 이민으로 이루어진 국가이며 출신 국가와 민족별로 각자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살고 있다. 한민족이 처음 미국땅에 이민 온 것은 120년가량 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이민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이후다. 이제는 전체 미국인구의 1%가 조금 안되는 250만 정도의 한인이 살고 있다.
우리 한인들이 미국내에서 성장하고 모국과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하여 한편으로는 협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하면서 참고해야 할 민족이 있다면 아마도 유대인일 것이다. 유대인들은 우리보다 이민 역사가 백 년 정도 앞서고 인구는 세 배 정도인데 미국에서의 영향력과 조직은 다른 어떤 민족집단보다 탁월하게 앞선다.
한민족은 유대민족과 역사나 문화, 정서적으로 닮은 점이 아주 많다. 못 말리는 교육열과 가정중심, 동포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현재 한인들이 가장 많이 운영하는 사업도 과거에는 유대인이 주도했던 사업인 경우가 드물지 않다. 유대인의 자녀들이 더이상 부모의 직업을 계승하지 않고 변호사나 의사, 정계로 진출하자 그 자리를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 이민 온 분들이 이어받으면서 초기에 미국에서 정착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현재 미국에서 유대인들은 언론,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유대인 위원회(American Jewish Committee)나, 미국 이스라엘 공공정책 협의회(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등 유대인 단체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로비세력을 이뤄, 워싱턴 정치권을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유대인들의 조직 중에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Jewish Community Center)이다.
미국 전역에 350개 정도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유대인의 자녀들이 히브리어와 이스라엘의 문화 역사를 배우고 운동이나 공연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타민족들에게 이스라엘 문화를 전파하고 미국정부가 친이스라엘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무엇이 있는가? 현재 미국내에 수많은 한인단체들이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미국전역을 아우르는 단체는 많지 않고 대부분이 소수의 회원으로 이루어지며 단체간에 협력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재미한국학교협의회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한인단체 중에서 가장 조직이 잘 되어있고 회원들의 단합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조직일 것이다.
그동안 우리 협의회는 한글을 자녀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부모의 정성과, 교회, 성당을 비롯한 여러 한인 공동체의 노력, 그리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봉사를 그치지 않았던 수많은 선생님들의 땀과 열정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였다.
또 우리에게는 아직 숫자도 적고 규모도 작지만 한인 커뮤니티 센터가 곳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장래에는 한인 커뮤니티 센터가 더 많이 건설되고 지역의 재미한국학교 협의회와 같이 협업하여 미래의 우리 2세들이 배우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 아니라 타민족에게 한국의 전통과 문화, 역사를 전달하며 미국내에서 한인의 영향력이 유대인과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역할을 하게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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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 재미한국학교 워싱턴 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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