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하여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울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1월19일 앤소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의 상원인사 청문회 증언과 1월22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을 통해서 알려진 사실이다.
사키 대변인은 “북한내의 현황과, 현행 압박수단들 그리고 어떠한 외교의 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검토는 늦어도 3개월 안에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는 6개월이 걸렸다.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한 접근책과 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무기 계획을 동결하기 위해서 맞춤형 제재 해제를 전제로 하는 단계적 해결 방안을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바이든 팀의 대북접근법은 신중한 것처럼 들린다. 한편 실망스러운 측면도 있다. 사키 대변인이 설명한 바이든의 대북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이 세계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안보팀은 북한이 감행할지 모르는 대규모 도발 가능성에 대한 실행가능한 대책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다. 이것이 관료적 태만과 같은 구습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특히 오바마 8년간의 대북 정책은 선제적 접근보다 다분히 북한의 행동에 대한 반응의 성격이 강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편, 바이든 안보팀의 요원들 가운데는 낯익은 대북문제 전문가들의 모습이 보인다. 특히 새 사람이 눈에 띄는데 이들은 모두 지위의 등급이 한 단계씩 올라갔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커트 캠벨 백악관 안보실 인도태평양 조정관, 그리고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여기에 해당된다. 셔먼 부장관은 클린턴 때 대북정책을 총괄했고 이란 핵협상과정에서 제재 스냅백 조항으로 협상을 타결시킨 주역이다. 캠벨은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창안했다. 성 김은 주한 미국대사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현 시점에서 바이든 팀은 북한문제가 걷잡을 수 없게 되고, 마땅한 선택이 소진되기 전에 북한과 전략적 대화를 하겠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낼 필요가 여전히 존재한다.
한미동맹은 우선 3월에 시작될 한미합동 훈련의 규모와 시기조정 등을 결정해야 한다. 결정과정에서 코로나 전염병, 전시작전권 환수, 북한에 대한 영향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남북한 군사회의에서 협의할 일이 아니다. 동맹의 군사 지도자들 간에 협의할 일이다.
새로 취임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차관은 북한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와일드 카드’라고 진단했고, 지난주 한국 국방장관과의 통화에서 동맹강화와 긴밀한 협력을 공약했다. 미 국방부는 전통적으로 미국의 외교정책을 지원한다. 그러나 현재는 지원할 수 있는 정해진 대북정책이 없는 상태다.
미국의 대북정책의 문제점 중의 하나는 미국의 행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정책도 변한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이를 여러 번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상대하는 미국 행정부가 해당 임기 이상의 시한을 전제로 약속하는 어떠한 미국의 제안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바이든 정부의 북한에 대한 정책의 재검토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한 정확한 능력의 평가부터 해야 할지도 모른다. 북한이 지금까지 전시해온 핵무기들 중, 지난 12일 8차 로동당 대회 폐막 후에 등장한 대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까지 포함하여 어느 것이 전시용 모형이나 표방용이고 어느 것이 작동 가능한 진짜 무기 체계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와 목적은 이미 문헌적으로 입증되었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첫 번째 임기중에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른 접근책과 옳은 정책을 추구한다면, 최소한 계속 가중되고 있는 북한의 핵 위협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 있다.
지금은 바이든 정부가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때가 아니라, 전략적 대화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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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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