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상 후보 지명도 기대했지만 불발…다른 부문도 후보에 이름 못 올려
▶ 넷플릭스, 42개 항목 후보 올라 기염…숨진 채드윅 보즈먼은 남우주연상 후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계 이민자 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상의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는 3일(현지시간) 제78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작을 발표하면서 '미나리'를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지목했다.
이에 따라 '미나리'는 덴마크의 '어나더 라운드', 프랑스-과테말라 합작의 '라 로로나', 이탈리아의 '라이프 어헤드', 미국-프랑스 합작의 '투 오브 어스' 등 다른 후보자들과 수상을 놓고 다투게 됐다.
그러나 여우조연상 등 후보 지명이 기대됐던 다른 부문에서는 후보작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미나리' 출연진은 배우 후보 지명을 받을 만했는데 하나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이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미 아칸소주(州)로 이주해 농장을 일구며 정착하는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다.
미국의 인기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해 유명해진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과 한예리, 윤여정 등이 출연해 연기 앙상블을 선보였다.
'미나리'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되며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받는 등 주목을 받았다. '미리 보는 아카데미상'으로 평가되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2020 AFI 어워즈'에서 10대 영화에 올랐고, 112년 역사의 전미비평가위원회에서 여우조연상과 각본상을 받는 등 수십 편의 상을 탔다.
이런 수상 경력에 힘입어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후보작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돼왔다. 다만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를 것이란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인종 차별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상을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영화는 대부분의 대사가 한국어로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미국 영화사인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하고, 미국인 감독이 연출하면서 미국인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냐를 두고 미국 사회에서도 논쟁이 일었다.
유명 작가이자 퓰리처상 수상자인 베트남계 미국인 비엣 타인 응우옌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언어가 '외국적'의 기준이 된다는 주장은 미국에서 백인에게 사실일 수 있지만, 아시아계는 영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듯하다"며 이 영화가 '미국적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이 아닌 작품상 후보에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이는 불발됐다.
제78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은 이달 28일 NBC 방송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생중계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것으로,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이 온라인으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골든글로브상은 아카데미상(오스카)과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약 한 달 먼저 열리면서 골든글로브는 오스카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을 경우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다만 최근에는 두 상의 수상작들이 겹치지 않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골든글로브상 외국어영화상을 탄 바 있다.
'미나리'는 3월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한편 올해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로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맹크'를 비롯해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노매드랜드', '프라미싱 영 우먼', '더 파더' 등 5편이 지명됐다.
영화·TV 업계의 신참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무려 42개 항목에 후보를 배출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점점 커지는 영향력을 과시했다. 2위는 13개 항목에 후보를 낸 워너미디어였다.
지난해 감독상 후보를 남성만으로 채우면서 포용성 부족을 비판받았던 골든글로브였지만 올해는 에머럴드 퍼넬(프라미싱 영 우먼), 레지나 킹(원 나잇 인 마이애미), 클로이 자오(노매드랜드) 등 3명을 감독상 후보에 올렸다.
지난해 8월 대장암 투병 끝에 숨진 흑인 배우 채드윅 보즈먼이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남우주연상 드라마 부문 후보로 지목돼 사후 수상 가능성이 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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