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알게 모르게 몸에 익힌 특이한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는 동작은 누구에게나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람은 좋은 습관이나 아니면 나쁜 버릇으로 치부하는 일은 어쩐 일인가. 사실 지금은 고어가 되어 버린 에티켓이란 단어를 연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법도 하다. 흔히 예의범절이라고 하면 구닥다리 사람같지만 예전에는 ‘바른 생활'이란 책자가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문화가 다양해져서 물건너 갔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행동과 말하는 것을 보고 대충 그 사람됨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이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도 없지만 더구나 자신의 깨달음의 밑받침이 없으면 바꿀 수 없는 것이 버릇인 것 같다. 가령 존대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배경을 보면 집안 내력일 수 있고. 큰 기침이나 하품을 할 때 손으로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 거리낌없이 해대는 사람은 예의가 없는 가정이나 아니면 상식이 모자라는 가정환경은 어쩔 수 없는 배경을 한 예는 허다하니 말이다.
결혼 적령기를 앞둔 자녀들의 혼사가 오갈 때 흔히 있는 일이지만 비록 가난하지만 예의 법도나 심성을 알아보고 서로 충분한 교제를 통하여 결정하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외모나 학벌 또는 필이 꽂혀서, 다시 말해서 눈이 맞아서 성급히 청혼을 하고 먼저 서로를 잘 알 사이도 없이 결혼을 하고 얼마 안 가서 곧 바로 이혼을 하는 세상에 우리가 밀려 와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내 지인은 전화를 먼저하는 버릇이 있다. 분명히 연락을 할 처지인데도 전화를 하면 곧장 오는 답이 내가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하고 말을 흐린다. 그건 성급하여서 그 사람에게 길들여진 것이 틀림이 없다 . 하지만 버릇을 고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보통 상식으로는 편지를 보내면 답장이 오거나 전화를 하면 무슨 용건인지 궁금해서도 응답이 있어야 하는데 어쩐 영문인지 ‘필요하면 다시 하겠지' 하는 배짱인지 모를 일이다. 평소에 연락을 하며 안부도 묻고 사는 얘기도 할 만한 처지에 있는 사람도 너무나 바빠서 잊고 있다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허겁지겁 도와 달라고 설치는 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버릇도 나름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코를 고는 것은 나이 들어서나 아니면 신체에 이상이 있기에 수술을 하여야 하겠지만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든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같은 수인사는 고칠 수 있는 버릇이 아닐까? ‘바쁜 세상에 어디 예의범절을 따를 새가 어디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반응은 필요한 것 아닐까. 어느 정신과 의사에 의하면 우리가누군가를 만났을 때 첫 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은 3-5초이고 보여지는 것이 55% 청각적인 요소는 38%. 단어는 3%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통해서 남을 평가한다고 한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내면을 자꾸 보여지는 시청각 요소로 수시로 전달해야 한다.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은 서로 신호를 보내 줘야 하는데 사람들은 보여지는 대로 보고 믿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어떤 신호를 상대에게 보내야 할까? 빨간 신호는 화, 불평 불만을 나타내는 신호이다.
노란 신호는 상대방에게 무관심한 신호이다. 녹색은 안전하다. 즉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웃으며 좋은 신호를 보내는 것이란다. 감정치료사가 “감정에는 윤리 도덕이 없다. 그러나 생각에는 윤리 도덕이 있다.”고 한다. 더구나 행동에는 물론 더 엄격한 윤리 도덕의 기준이 적용된다. 따라서 윤리적 도덕적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사회적 지탄을 피할 수 없다. 그러기에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윤리적 도덕적 기준에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변하는 심경상태에서 스스로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며 살고 있는가를 물어 볼 일이다. 자신을 위해서도 더 나아가 가족이나 조직 구성원의 관계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점검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흔히들 자기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일수록 스스로의 표정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니 말이다.
한번 거울을 들여다 보고 스스로 웃는 얼굴과 화난 모습을 비교하고 감사한 표정과 못마땅한 얼굴 모양을 비교해 보고 가장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장면으로 바꾸는 연습이나 활짝 웃는 버릇도 인생수업이 아닐까 곰곰이 생각할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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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명 /수필가, 매나세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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