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杜甫, 712~770년)와 함께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이백(李白, 701~762년). 자는 태백(太白)이요 호는 청련거사(靑蓮居士)다. 그의 시 가운데 지금까지 남은 것만 약 1,100수다. 다작이되 어느 한 수 버릴 시가 없다 한다. 하여 그는 시의 신선, 즉 시선(詩仙)이라 불린다.
달 보면 한 수, 술 취하면 또 한 수, 달달달 술술술 시를 엮어냈던 그의 능력이 타고난 것만은 아니었을 게다. 어린 시절 산 속에서 쏟은 각고의 노력이 없었던들... 그런데 청운의 꿈을 품고 공부하던 이태백이 하마터면, 근년 들어 한국에서 유행한 말마따나 정말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비슷하게 될 뻔했던 모양이다.
전해지는 이야기다.
공부에 싫증은 느낀 이태백은 에라 모르겠다 터벅터벅 산을 내려온다. 계곡에 이르니 한 노인이 바위에다 도끼를 열심히 갈고 있다. 보아하니 그저 도끼의 날을 가는 게 아니다. 묻는다. “아니 도끼를 갈아서 무엇을 하시려고...?!” 노인이 답한다. “바늘을 만드는 중이라네.” 별 걸 다한다는 듯 태백은 다시 묻는다. “그 큰 도끼를 간다고 글쎄 바늘이...?!” 별 걸 다 묻는다는 듯 노인이 대꾸한다. “암 되고말고, 도중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 말에 태백은 정신이 번뜩 든다. 발걸음을 되돌린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역사에 남을 문장가로 입신한다. 초심을 잃지 않고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고사성어 ‘초심불망 마부작침(初心不忘 磨斧作針)’의 유래다.
불기 2565년(서기 2021년) 새해의 첫 달이 벌써 절반을 넘었다. 새해 첫날 떠들썩한 만인만색 새해 결심들이 이쯤 되면 사뭇 흐트러져 ‘작심삼일’ ‘다시 시작’ 이런 말이 나돌곤 한다. 코로나 사태로 더욱 뒤숭숭한 요즘이다. 불제자들 입장에서 이럴 때 새기고 또 새겨볼 가르침을 꼽자면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아닐까.
이는 원효 지눌 야운 세 스님의 가르침을 고려 후기에 간행한 출가자 지침서다. 한마디로 늘 초심을 잃지 않게 하는, 잠시 흔들렸더라도 이내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길안내 나침반 같은 글이다. 한국에서는 출가의 첫걸음 사미/사미니 단계에서 맨 먼저 배우는 필수과목이다. 현존하는 초발심자경문은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 야운 스님의 ‘자경문(自警文)’을 묶은 것이다.
그중 발심수행장의 첫머리를 보자. 출가자가 아니라도 속가에서 역량껏 수행하고 선행할 것을 권면하는 구절들이 선명하다.
“무릇 모든 부처님들이 열반의 궁전에 장엄하게 자리하심은 다겁의 바다에서 욕심을 버리고 고행하신 때문이니라(夫諸佛諸佛 莊嚴寂滅宮 於多劫海 捨欲苦行). 뭇 중생이 불타는 집 안에서 윤회를 거듭함은 무량한 세상에서 탐욕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니라(衆生衆生 輪廻火宅門 於無量世 貪慾不捨).
가로막는 자 없는 천당이건만 이르는 이 적음은 삼독과 번뇌로 자기 집의 재물을 삼은 때문이요(無防天堂 少往至者 三毒煩惱 爲自家財) 손짓하는 자 없는 지옥이건만 들어서는 이 많음은 네 마리의 뱀과 다섯 가지 욕심으로 망령되이 마음의 보물을 삼은 때문이니라(無誘惡道 多往入者 四蛇五欲 爲妄心寶).
사람 가운데 어느 누가 산으로 돌아가 도를 닦고자 하지 않으랴만 그렇게 나아가지 않음은 애욕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니라(人誰不欲 歸山修道 而爲不進 愛欲所纏). 하지만 깊은 산으로 들어가 마음을 닦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힘에 따라 착한 것을 행하는 일은 버리지 말지어다(然而不歸 山藪修心 隨自身力 不捨善行).
스스로 쾌락을 능히 버릴 수 있으면 성인과 같이 믿음과 공경을 받을 것이요 행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행할 수 있으면 부처님처럼 존중 받을 것이니라(自樂 能捨 信敬如聖 難行 能行 尊重如佛)...”
그리고는 좋은 음식으로 애지중지 한다한들 몸은 반드시 허물어지고 옷으로 암만 감싼들 목숨은 반드시 끝이 있으며, 수행자가 비단을 걸치는 것은 개가 코끼리 가죽을 덮어쓴 격이요 도 닦는 이가 애욕을 품는 것은 고슴도치가 쥐구멍에 들어간 격이라며 ‘방일 없는 바른 수행’을 강조하는 가르침이 이어진다. 발심수행장을 비롯한 초발심자경문 원문과 해설은 인터넷 유튜브 등 온라인 세상에 널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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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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