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스맨’ 없는 게 장점…최선의 결과물 들을 수 있죠”
그룹 에픽하이 [아워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년 사이에도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저희도 거기에 맞춰 변화하면서,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위로를 전달하려고 합니다."(타블로)
데뷔 19년차 그룹 에픽하이가 3년 3개월 만에 정규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정규 10집의 첫 번째 파트인 이번 앨범은 '에픽하이 이즈 히어 상'(Epik High Is Here 上). 올해 안에 '하'를 내며 2CD로 정규 앨범을 완성할 계획이다.
앨범명은 언뜻 '끝판왕'인 우리가 돌아왔다는 자신감 넘치는 표현으로 보이지만, 10개 트랙을 다 듣고 나면 지친 당신의 곁에 항상 우리가 있다는 걸 알아달라는 따스한 어감으로 읽힌다.
에픽하이는 발매일인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한 해 동안 갑작스러운 좌절감과 공포를 맞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음악을 담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다"(미쓰라)고 말했다.
"앨범을 만들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위로와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우선시해요. 이것이 없다면 음악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항상 마음이 호강하는 음악을 하려 합니다."
더블 타이틀곡 '로사리오'(Rosario)와 '내 얘기 같아'는 상이한 분위기에도 '위로'라는 메시지만큼은 같다.
'로사리오'가 활활 타는 불이라면 '내 얘기 같아'는 따뜻한 난로처럼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다.
투팍은 "'로사리오'는 '내가 전설이다, 내가 최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힘든 시기를 극복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만든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 곡은 씨엘과 지코가 함께 피처링한 소식이 알려지며 일찌감치 화제가 됐다.
반면 '내 얘기 같아'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로 나올 법한 클래식한 음악이다. 제목 그대로 "이 노래 너무 내 얘기 같아"라고 공감하며 들을 수 있는 곡이다. 현실적이면서도 담담한 목소리를 지닌 헤이즈가 피처링을 맡았다.
이들 외에도 이번 신보에는 쟁쟁한 뮤지션들이 대거 피처링진으로 합류했다.
가장 눈에 띄는 아티스트는 '수상소감'을 피처링한 보이그룹 아이콘 출신 비아이다. 그는 2019년 마약 구매 의혹에 휩싸여 팀을 탈퇴한 이후 오랜만에 가수로 돌아오게 됐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너무 이른 복귀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타블로는 "노래를 완성에 가까운 곳으로 데려가는 데 함께해줄 사람 찾느라 고민한다"며 "비아이는 그 과정에서 포기할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만들어줬다"고 했다.
투팍도 "앨범을 완성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쭉 들어보니 이 곡은 앨범에 꼭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 밖에도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 '라이카'(Leica)를, 우원재·창모·넉살이 '정당방위'에 목소리를 보탰다. 미소와 지소울은 각각 '트루 크라임'과 '엔드 오브 더 월드'를 피처링했다.
그룹 에픽하이 [아워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에픽하이는 피처링 아티스트는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일 뿐 어느 하나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완벽한 작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작업하고, 발매 시기를 정해도 성에 차지 않으면 발표하지 않는 완벽주의 성향으로 유명하다.
"장점 중 하나는 저희 중에 예스맨이 없다는 거예요. 냉정한 정도가 아니고 차갑고 못됐다고 느낄 정도죠. 제가 만든 노래를 듣고 '이 노래 빼자'는 얘기를 멤버들이 스스럼없이 하고, 서로 쓴 가사를 보며 비웃기도 합니다."(타블로)
그는 "이렇게 서로에게 칼같이 대하기 때문에 최선의 끝에서야 팬들이 음악을 듣게 된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에픽하이는 이처럼 어렵게 앨범을 완성했지만,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플라이', '우산', '러브 러브 러브', '헤픈엔딩', '술이 달다' 등 차트를 휩쓴 히트곡을 잇달아 낸 음원 강자이면서도 무대를 직접 봤을 때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공연형 그룹'이기도 하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미국 유명 음악 축제 '코첼라 페스티벌'에 한국 가수 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초청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제가 취소되는 바람에 무대에 서지는 못했다.
"다시 한번 코첼라에 초대되면 출연할 겁니다. 관객과 무대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 열심히 노래할 거니까요. 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해졌을 때 축제가 열렸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다시 영화를 보러 가고 공연도 보고 친구들을 만나고 데이트를 하는, 2020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저의 가장 큰 바람입니다."(타블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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