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에 수천명이 난입하여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이 순식간에 무법 천지로 변해 버렸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확정을 위한 법률적 의미의 상하원 합동회의를 무산시켜 버린다. 그리고 하원의장석에 서서 ‘우리가 승리했다.’고 함성을 질렀다. 이 사태로 13일 현재, 6명이 죽고, 수백명이 체포되었다. 트럼프는 사태 직전의 연설에서 ‘그곳을 향해 행진합시다. 제가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함께 의사당으로 걸어갑시다.’ 이 공개발언을 내란 선동으로 규정하여 미 민주당은 임기 9일을 남겨 놓은 11일 현재 탄핵발의하고, 13일 가결했다.
딱 1년전쯤인 2019년 12월 16일 서울의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국민의 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주최(대표 황교안) ‘공수처법 저지 규탄대회’를 마친 태극기부대 수천명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국회의사당을 점령해서 의원을 구타하고, 의회 본관에서 몇 시간동안 무법천지를 만들어 버린다. 황교안은 그 시위대를 향해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 목숨을 걸고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야 된다.’고 외쳤다.
같아도 이렇게나 같을까. ‘생전 처음 접하는 장소나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눈에 익고, 예전에 똑같은 현상을 겪어 본 듯한 경험현상을 불어로 ‘데자뷰(Dejavu, 이미(Deja) 보았다(vu))’라고 한다. 사실 모방이 그다지 나쁠 것도 없다. 벤치마킹이라고 권유까지도 한다. 그런데 나쁘고 부정적인 것은 의지와 상관없이 그 전파력이 순식간이다. 한국이 촛불 민주주의만 수출하는 줄 알았더니 이런 것까지도 수출한 듯하다.
또 있다. 미국의 트럼프에 버금갈 정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한국의 윤석열 검찰총장 이야기다. ‘법률에 정해져 있지 않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 근대 형법의 기본원리인 죄형법정주의를 일컫는 말이다. 세상이 날로 변화발전하고 있는데 입법은 항상 뒤늦게 마련이다. 특히 권력자, 권력기관에 대한 법은 포괄적 규정이 많다. 정치적, 양심적, 국민적여론에 의해서 평화롭게 진행되어야 함에도 법과 정치의 경계선에 올라타서 칼춤을 추고 있으면 보고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불편 불안할까, 그런데 이런 트럼프와 윤석열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딱이 ‘잘못이다’라고 하기도 그렇다. 현실정치를 역사로 떠넘겨버리는 역진(逆進)의 모순을 목도 중이다.
미국에 사는 동포들의 한미 양국 정치적 성향에 대한 연구를 접해본 적은 별로 없다. 그래서 필자 나름으로 정리해 본다. 가장 전형적인 지지성향 구분은 (1)한국 민주당-미 민주당, (2)한국 보수정당-미 공화당으로 대별할 수 있다. 여기에 (3)한국 보수정당-미 민주당도 꽤 많다. 2016년 미 대선 한인 투표성향 조사에서 힐러리(75%) 트럼프(19%)를 보면 그렇다. 오바마 민주당 8년에 대한 실망감이 많았음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2020대선에서는 바이든 (57%) 트럼프(25%)가 된다. 그에 반해 (4)한국민주당-미 공화당조합은 매우 드물듯하다. 진보적 시민들의 대척점에 전통적으로 미 공화당이 자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대북정책때문에 잠시 혼돈이 있었을 뿐이며, 트럼프때문에 오히려 미 민주당의 보수성까지도 엿보게 된 일면도 있다.
최초로 실시된 한국의 재외국민 투표인 19대 총선(2012) 재외선거 득표율은 민주당(57.7%), 새누리당(36.9%)이다. 18, 19대 대선, 20대 총선도 그 비율이 비슷하다. 위 열거한 조합의 비율을 근거로 필자의 주관에 의해 정리해 보자면 (1)55%, (2)18%, (3)24%, (4)3%이 될 듯하다. 자신은 어느 번지수에 속할 지 가늠해 보는 것도 무방하다.
2021년이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궂은비 내리는 이 밤도 애절구려..,’ 가수 백년설의 노래 번지없는 주막(1940)의 가사다. 어렴풋이 주막을 떠올려 보면 세상을 여유자적하면서 길손들과 격의없는 풍류와 왁자한 세류를 탐하며 속절없는 세월을 두드리는 연상을 하게 된다. 경북 성주 출신의 그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부평초같이 유랑생활에 푹 절은 민족적 애환을 다룬 노래가 많다. ‘나그네 설움’, 대지의 항구 등도 그랬다. 그런 그가 1942년부터 ‘혈서지원, 아들의 혈서’ 등 태평양 전쟁 지원병 독려 친일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1979년 미국 LA에 이민와서 2년 살다 1980년 세상을 등진다. ‘귀밑머리 쓰다듬어 맹세는 길어도 못믿겠소 못믿겠소 울던 사람아’ 노랫말처럼 말이다.
코로나 격랑으로 잃어버린 2020을 대신해 준 듯해서 막걸리 혼술과 함께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미주동포들의 시름만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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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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