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 최연홍 교수님과 나눈 대화가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그 때 나는 이 대화가 최연홍 교수님과 나누는 마지막 대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큰 수술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최 교수님과 나눈 대화의 내용과 그 진지성 때문이었다.
최 교수님의 마지막까지의 열정은 윤동주였다. 민족시인 윤동주가 북미주에 뿌리를 내리고 크게 자라 윤동주의 정신과 문학이 널리 소개되고 알려져서 북미주에 살고 있는 우리 한인동포들의 후예에 훌륭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하셨다. 그는 나에게 자기가 가고 없더라도 윤동주의 정신과 문학을 기리는 행사를 계속해 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최연홍 교수님은 본인 자신이 이미 시인으로서 작가로서 한글과 영문으로 많은 작품을 남기신 널리 알려진 분으로 자기의 작품을 소개 하는 일과 시인으로서의 자기의 명성에 대해서 더 관심이 많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말씀은 없이 윤동주의 시와 정신을 이 미국 땅에 심고자 하신 것이 최 교수님의 마지막 바람이었다.
내가 최연홍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에 그 분이 종종 연세대학교 학생신문 ‘연세춘추’에 자기의 시를 실었기 때문이다. 그 때 그 분은 행정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나는 국문학이나 영문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아니라 행정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이렇게 좋은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이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미 그 때 대학생 최연홍은 유명한 시인 박목월(朴木月)이 우연히 학생 최연홍의 시를 읽고 자신의 집에까지 초대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문단에 등단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 분을 학생 때는 직접 만나 뵌 적이 없다. 최 교수님과 나는 다시 이곳에 와 살면서 같이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고 최 교수님을 더 많이 알게 된 것이다. 최 교수님은 시인이나 작가들이 흔히 가질 수 있는 자기도취증을 전혀 가지지 않은 분이었다. 즉 자기의 작품이나 자기성취감에서 초연한 태도를 항상 가지셨다. 그의 생애의 마지막까지의 집념은 한국의 민족 시인 윤동주였다.
최 교수님은 2017년 윤동주가 태어난 북간도 용정의 명동(明東) 촌을 방문하면서 그의 묘와 유적을 살펴보고 오신 일이 있다. 그리고 일본에 가셔서 윤동주가 유학했던 릿교 대학, 도시샤 대학 후꾸오까 감옥 등을 방문하셨다. 특히 도시샤 대학에 세워진 윤동주의 시비를 비롯해서 그의 발자취를 살피면서 일본인들로 구성된 윤동주추모회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그 당시 학생 윤동주를 존경한 일본학생들이 아직도 윤동주를 기리고 있음을 알고 깊은 감명을 받고 돌아오셨다.
최 교수님은 그 후 미국에 돌아오셔서 윤동주문학회를 활성화 시키고 윤동주 문학상을 제정해서 자비를 들여 시상식도 하셨다. 그는 윤동주가 단순히 한국의 애국시인으로만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의 시가 지니고 있는 삶의 모습의 보편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면서 윤동주가 추구한 인간의 고뇌와 진리를 알리고 싶어 하셨다.
그가 돌아가신 후에야 최연홍 교수님이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와 $2000의 수표가 학교로 온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올해 윤동주문학행사를 조지메이슨 대학교 한국학센터에서 주관해 주면 좋겠다는 마지막 부탁이었다.
최연홍 교수님의 유지를 받들어 워싱턴 윤동주문학회는 올해 윤동주문학회를 조지 메이슨 대학교에서 한국학센터의 후원으로 할 예정이며 올해는 특별히 시인 최연홍을 기념하기 위한 ‘최연홍 추모 윤동주문학제’로 개최 했으면 하는 것이 나 개인의 생각이다.
이미 최연홍 교수님의 가족은 최 교수님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 최연홍 문학상을 위한 기금도 모으고 있다. 윤동주와 최연홍이 연결되는 중요한 기점이 이루어져 최연홍이 윤동주의 시와 정신을 계승하는 시인이 되기를 바라며 윤동주의 “별을 헤는 마음”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 하는 마음”이 시인 최연홍 교수로 이어져 가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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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찬 / 조지메이슨 대학교 종교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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