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23년간 세계은행에서 189개국의 빈곤통계와 빈곤탈출을 위한 경제정책 자문분야에서 연구했다.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가정이나 국가나 빈곤문제는 바로 교육의 문제라는 것이다. 부자나라는 여유자금을 교육에 투자하고 그 국민은 높은 생산성과 창의력을 발휘하여 경제가 성장하고 그 부가 다시 교육에 투자할 능력을 갖게 되는 반면에 가난한 나라는 교육에 투자할 여력이 없어서 국민의 교육수준이 부족하고 그 결과로 각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수 없게 된다. 많은 개발도상국이 부존자원은 많지만 그것을 상품화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원을 싸게 수출하고 선진국의 비싼 공산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게 되어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구조적인 악순환에 빠져 있다.
필자의 가정은 세 자녀를 미국의 공립학교 시스템에서 교육시켰다. 워싱턴지역의 공립학교에서 한 학생을 교육시키는데 일년에 약 15,000불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를 위하여 카운티나 주의 재정의 절반 이상이 교육비용으로 지출된다. 우리 한 가정을 위해 미국 정부가 투자한 금액이 약 54만 불이나 되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이 정도 큰 금액을 국민의 교육에 사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은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부과하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고 재정의 큰 부분이 선진국으로부터 오는 원조인데 교육에 투자하는 부분이 작아 학교시설이 부족하고 초등학교의 졸업률이 절반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면에 여러 중남미 국가에서는 초등학교 졸업률은 선진국 수준으로 90%가 넘지만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능력이 모자라서 고등학교 졸업률이 저조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졸업 후 간단한 읽기와 산수가 가능한 저소득층과 소수의 고학력 고소득층의 지배구조가 굳어져서 빈익빈 부익부의 심각한 소득불평등이 고착화된 나라들이 많다.
하지만 1955년에 세계은행 회원국이 된 한국은 한국전쟁 후 폐허 속에서 세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현재까지도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유일한 국가이다. 오늘날 드라마로 출발하여 영화, K-Pop, 음식, 패션 등 문화한류와 반도체, 선박, 휴대전화, 원자력발전소 등 경제한류, 공정한 선거를 통해 평화적으로 정권교체를 이루어 내는 민주한류,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한류 등 우리가 세계에 자랑할 여러가지 분야의 성공의 바탕에는 교육한류가 바탕이 되어 있다.
현대의 고 정주영회장이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를 보여주며 유럽에서 투자를 이끌어 내어 현대 조선을 창립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것은 1946년에 서울대학교의 출발과 함께 시작한 조선해양공학과와 그 졸업생이 없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했을 것이다.
국민들의 높은 교육수준은 여러 산업분야에서 선진국의 기술을 배우는데 그치지 않고 첨단 산업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정의와 인권에 눈을 뜬 대학생과 지식인들은 독재에 저항하여 분단국가이면서도 자유민주체제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이를 바탕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상과 치열하고 공정한 경쟁이 세계가 한국을 이해하고 즐기려고 하는 문화한류를 이루는 바탕이 되었다.
다른 여러 개발도상국가와 달리 우리는 1960년대에 세계은행의 자금을 복지보다는 학교를 설립하고 사범대학에서 교사를 육성하고 선생님들의 봉급을 지불하는 데 지출했다. 민간에서는 콩나물을 팔더라도 과외공부를 시켜서 자녀를 대학교에 보내려고 하는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교육열이 정부의 부족한 공적교육자금을 보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은행의 목표가 ‘빈곤 없는 세계’인데 지난 76년간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한국과 같이 빈곤을 탈출한 국가는 많지 않다. 아마도 이런 실패의 배경에는 유럽 중심의 자유시장과 경쟁을 통한 경제발전이라는 세계은행의 경제발전 자문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미 산업혁명을 통해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을 갖춘 선진국가의 기업들과 시장 자체가 성숙되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기업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라는 것은 어른과 아이가 같은 조건에서 싸우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선진국의 고도화된 산업과 경쟁하기 전에 시스템을 갖추도록 지원을 해야 하고 직접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게 해서 스스로 정치와 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와 함께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경제발전 과정에서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우리의 근본적인 교육한류가 세계의 경제발전과 빈곤탈출, 민주화를 이루어 내는 데 공헌을 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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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훈 / 재미한국학교 워싱턴 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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