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낙선한 대통령이 작심하고 상원 대표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공화당만이 아니다. 대선 승리 후 한 마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맞아야 할 민주당의 집안싸움도 두 달 가까이 계속되며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진보 대 중도의 힘겨루기다. 4년의 ‘불편한 휴전’ 상태가 성공적인 목표 달성으로 종료되자 그동안 트럼프 낙선이라는 절대 공동목표를 위해 꾹꾹 눌러두었던 이념적·세대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가시화된 대립이다. 민주당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주도권 다툼으로, 지난 몇 년 급성장한 진보가 거듭 시도하는 주류 기득권층에 대한 도전의 연장이기도 하다.
첫 충돌은 책임공방이다. 대선에선 승리했지만 민주당의 의회선거 성적표는 초라하다. 하원은 9석이나 줄어들었고 기대했던 상원 주도권은 아직 미정인 채 여전히 공화당 쪽으로 기울어 있어 ‘사실상 패배’라는 질책이 나오고 있다.
무엇 때문인가. 누구 탓인가. 중도파는 “경찰 예산 끊어라” 등의 극단적 구호가 경합주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낙마시켰다고 비난한다. ‘사회주의자’ 같은 용어는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며 이런 골칫거리를 해결 못하면 “우린 2022년에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경고도 했다.
“민주당 브랜드 중 유권자들이 편치 않아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중도적 싱크탱크 ‘써드 웨이’의 선거분석 보고서는 “공화당이 ‘경찰 예산 끊기’와 ‘메디케어 포 올’ 등의 극좌 어젠다를 무기화하는데 성공했다”고 지적한다.
진보파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기대 이하의 졸전은 유권자들에게 영감을 주는데 실패한 ‘현상 유지 중도주의’의 안일함 때문이며 소셜미디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21세기 캠페인 전략 부재 탓이라고 반박했다. 주류 기득권층이 소수계와 젊은 유권자들의 민주 표밭을 열광시켜온 뉴보이스를 억압하려한다며 역공도 서슴지 않았다.
한 발자국도 밀리지 않고 맞서고 있지만 안팎으로 힘든 싸움이란 것은 진보 스스로도 알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자신이 대표적인 중도파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상원에서 민주당의 허약한 입지 때문이기도 하다.
다음 주 조지아 주의 두 곳 상원 결선에서 공화당이 한 석이라도 차지해 다수당이 될 경우 진보의 희망 안건들은 민주당 내에서도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다. 설사 민주당이 두 곳에서 다 이겨 50대50에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더해 주도권을 쥔다 해도 메디케어 포 올이나 그린 뉴딜 비슷한 극좌법안은 민주당 내 중도파의 반대로 무산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적극적 풀뿌리 투표 운동을 통해 바이든 승리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자부하며 ‘정당한 몫’을 기대하는 진보는 선거 직후부터 바이든과 줄다리기에 돌입했다. 내각과 백악관 주요 인선이 1회전이었다. 그러나 각료 인선이 거의 마무리된 새 행정부의 내각은 성별·인종적으론 다양하지만 한 눈에도 공직 경험 풍부한 베테랑들이 대거 포진한 중도성향이 완연하다.
‘한 치의 실수나 불필요한 드라마, 뉴페이스의 직책 훈련’ 등의 여유가 없는 위기의 와중에서 첫날부터 실무에 착수해야할 행정부답게 풍부한 전문성과 통치경험 갖춘 인선이라는 긍정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러나 “인종과 경제 불평등이 더 깊어지고 공화당의 저항이 더 완강해질 ‘트럼프 이후’와 맞설 준비가 안 된 낡은 사고방식이 새 행정부를 압도할 것”이라는 진보의 우려도 일리는 있다.
진보의 불만은 지난 주말 ABC의 시사토크쇼에 출연한 진보의 대부 버니 샌더스의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난 진보운동이 (바이든에게 당선을 안겨준) 민주당 연합의 35~40%를 차지한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진보는 내각에 자리를 가질 자격이 충분한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헬스케어는 기본 인권이며, 공립대학 등록금은 무료여야 하고, 기후변화, 인종불평등, 이민개혁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야한다는 신념을 갖고 근로계층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강력한 진보파들을 행정부 내에서 많이 보았으면 한다”
그러나 새 행정부의 각료 인선은 이제 법무, 상무, 노동 장관의 셋만 남았을 뿐이다. 진보의 타겟도 인선에서 2회전인 정책 추진으로 옮겨가고 있다. 바이든 집권초기 정치상황에서 의회 통한 정책 입법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진보가 주목하는 것이 대통령 행정명령과 연방법을 통한 진전이다.
민주 경선에서 좌파 합류를 거부했던 바이든은 당 후보가 된 후에는 진보의 어젠다를 상당부분 수용했다. 5년 전 샌더스의 첫 대선 출마 이전까지는 주변 소수의견으로 경시되었던 전국민 의료보험, 학자금 빚 탕감, 대학 무료 등록금 등이 그 강도를 조금씩 낮추어 민주당 정강의 한 부분이 되었고 이제 진보파는 하나씩 약속 이행을 압박하고 나설 태세다.
책임공방으로 시작된 진보 대 중도의 논쟁이 다행히 생산적으로 전개된다면 왜 졌는가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다음 승리를 위한 효과적 처방이 나올 수 있다. 트럼프도, 팬데믹도 없이 바이든 집권 2년의 성과만으로 심판 받아야할 2022년 중간선거의 전략이다.
소모적 싸움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 협상을 거듭하며 최고의 전략에 합의하고 이행하려면 2년도 결코 긴 시간이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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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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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5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아직도 판의 흐름을 못보는 상황에서 쓴 글이다. 바이든의 승리도 트럼프의 패배도 결정난것도 아니고 오히려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원을 장악하지 못하면 개혁이나 개선을 이루리가 어렵죠. 이런 점에서 보면 급작스럽게 진보를 표방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합니다. 나 자신이 이 세대에서 개혁이나 개선의 혜택을 보지 못하더라도, 나의 자손을 위해 개혁이나 개선을 이루도록 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의 생각이 그렇게 틀리지 않았다면, 진보층이 좀 더 앞을 내다보고 정치를 하시기를 바랍니다.
공화당 같은 보수층은 대체로, 백인 저학력자군, 전통 고수 지지층, 약간 또는 많이 무식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기득권층 등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이들을 트럼프가 기막히게도 결집시켜 놓았죠. 그리고 이들은 아직 다수를 점하고 있습니다. 상원이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데, 이것을 그래도 합리적인 중도층이 가져오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난 그 내막은 잘모르지만 극좌가 원하는 전국민 의료보험, 학자금 탕감, 대학무료는 미국이 세계제일 선진국이라면 이루어져야할일인것같다. 유럽연합 국가들처럼 세금을 대폭올리면 이룰수있다. 문제는 세금을 조금만 올려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공화당 보수들이 문제. 모두 다 잘 살자고 하는 일인데...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말도 있는데 싸우면서 발전하는게 아닌가 한다, 트같이 독불장군으로 간다면 싸우면서 코피정도가 아니고 집안이 뒤집어질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두고 봅시다 내생각엔 집안싸움이겁나는게 아니고 공화당의 깽판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더 골치아풀것같은데....ㅉㅉㅉㅉㅉ